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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로 영화광이라고 할 건 없지만 영화를 대단히 좋아하는 사람이다. 내가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나는 유년시절을 7사단이 있는 강원도 화천에서 지냈는데 이따금 군부대에서 내가 살던 마을에 찾아와 가설무대를 설치하고 동네 사람들에게 영화를 보여주곤 했다. 그러면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모여들었다. 군인들이 초저녁 가설무대를 설치하면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2015년 원폭70년 핵없는 세상으로 제5회 부산반핵영화제 폐막식을 마치고.
 2015년 원폭70년 핵없는 세상으로 제5회 부산반핵영화제 폐막식을 마치고.
ⓒ 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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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야한 장면이 나오면 내 얼굴까지도 화끈 달아오르기도 하고, 전쟁 통에 잃어버린 엄마를 찾아 헤매다 기적적으로 엄마를 찾는 장면에서 같이 눈물콧물을 흘리기도 했다. 주인공이 총으로 사람을 죽이는 장면이 나오면 내가 마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들떠서 허공에 총질을 해대는 시늉을 하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제목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유일하게 기억나는 영화가 있다. 제목이 '소돔과 고모라'라는 이태리 영화였다. 나는 유년시절부터 교회를 다녔는데 '소돔과 고모라'는 예배시간에 자주 들었던 이야기라 지금도 제목이 기억이 난다.

내용이나 줄거리는 생각이 안 나고 대충 기억이 나는 장면은 갑자기 요란한 소리와 함께 땅이 갈라더니 하늘로 불길이 치솟고, 흙먼지가 날라 다니고, 검은 연기가 가득하고 여기저기서 사람 살려달라는 비명소리가 들리는 장면이었다.

그러다가 바로 4년 전, 유년시절 영화 속에서 보았던 장면이 현실 속에서 재현되는 충격적인 사건을 지켜보게 되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폭발하는 장면이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1, 3, 2, 4호기가 차례로 폭발하는 장면을 텔레비전을 통해서 생중계로 보았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아마 지금껏 내가 살아오는 동안 가장 큰 충격인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올해 부산시민들이 바라고 시민사회에서 집중했던 고리1호기가 드디어 멈춰 서게 되었다. 참으로 가슴 벅찬 일이다. 나는 이러한 성과를 이것으로 그치지 말고 이 땅에 핵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2015년을 탈핵의 원년으로 삼고, 탈핵사회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았으면 한다. 특히 올해는 광복70주년이고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투하한지 원폭 7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지난달 8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하면서 남긴 말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진흙에서 연꽃을 피우듯, 아무리 욕을 먹어도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치라는 신념 하나로 저는 정치를 해왔습니다"라는 대목이었다.

그렇다. 우리가 아무리 정치인들을 욕하고 비난해도 결국은 저들이 힘을 가진 자들이기에 결국 대한민국이 탈핵사회로 가기 위해선 모든 국민들과 시민사회가 단결하여 정치인들을 압박해야 하고, 탈핵을 정당정책으로 삼는 정당을 지지해야 하고, 또 탈핵정권을 세우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오직 국민의 힘으로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핵발전소 가동을 중단시키고, 신규핵발전소를 막아내는 선례를 남기게 되기를 희망한다.

지난 7월 10일 제5회 부산반핵영화제가 '2015년 원폭 70년 핵없는 세상으로'라는 주제로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렸다. '히로시마 평양' '오래된 희망' '텃밭' '아이언 자이언트' 등 애니메이션 단편을 포함 13편의 영화가 상영되었다. 이 영화제가 이루어지기까지 많은 분들의 수고가 있었다.

특히 1회 때부터 조직위원장을 맡아 부산영화제를 이끌어온 부산교육대 전진성 교수와 에너지정의행동의 정수희 선생의 수고가 컸다. 그 두 분이 없었다면 부산반핵영화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함께 협력해주신 많은 단체들도 있다. 결국 우리는 탈핵사회라는 더 큰 원을 그리기 위해 앞으로도 더 열심히 연대해야 하고 협력해야 할 일이다. 이름하여 아름다운 연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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