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뚫린 뒷문, SK의 순위경쟁에 적신호가 켜졌다. 시한폭탄이 이틀 연속으로 터져버리면서 정우람도, 김용희 감독도 한숨을 푹 내쉴 수밖에 없었다. SK로선 정우람에게 무한 신뢰를 보냈던 만큼 충격은 크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당장 마무리를 맡을 투수도 보이지 않아 근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SK는 29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와 정규시즌 7차전에서 KIA의 외국인 타자 브렛 필의 끝내기 안타로 통한의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전날엔 김원섭에게 끝내기 쓰리런포를 허용하더니 이튿날엔 안타로 상대의 승리를 지켜보며 연패 탈출에 실패했다.

​이 날 KIA 에이스 양현종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SK 타선은 양현종의 체력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한 7회부터 공략에 나섰다. SK 선발 윤희상 역시 좋은 투구 내용으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고, 2-2로 팽팽한 기류가 흐른 8회초 1사 만루에서 이재원이 윤석민을 상대로 2타점 적시타를 때려 승부를 뒤집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승리를 확신했던 SK는 또 한 번 쓴맛을 맛보고 말았다.

SK 정우람 이틀 연속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SK 정우람.

▲ SK 정우람 이틀 연속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SK 정우람. ⓒ 유준상


마구잡이식 필승조 운영, 화를 불렀다

​사실 정우람이 못 던졌다라고 하기엔 그동안의 과정에서 진한 아쉬움이 드러난다. 정우람 앞을 받쳐주는 필승조에 균열이 생긴 게 결과적으로 정우람에겐 부담으로 작용한 셈인데, 윤길현과 문광은 등 기존 투수들의 부진은 아직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진행중이다.

​시즌 초부터 셋업맨으로 주목받던 문광은은 7월 29일자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LG와 트레이드를 통해 좌완 신재웅을 영입, 긴급 수혈을 했음에도 역부족이다. 실제로 신재웅은 SK로 이적한 이후 26일 넥센전, 29일 KIA전 두 차례 등판해 컨디션을 점검했다.

​후반기 돌입 이후 6경기 동안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한 투수는 윤길현으로, 지난주 두산과 3연전에서 두 경기 그리고 KIA와 이번 주중 3연전 중 두 경기에 모두 등판했다. 1이닝을 넘게 건지진 않았지만 연투로 인한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문광은의 경우 프로 데뷔 이후 가장 큰 중책을 맡고 있는데, 시즌을 거듭할수록 구위가 떨어졌다. SK로선 어쩔 수 없지만 문광은에게 시간을 주어야만 한다.

​문제의 주인공, 정우람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지난주 목요일 두산전은 정우람을 포함한 SK 불펜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경기였다. 6점 차까지 앞서고 있던 경기를 8회초 오재일의 솔로포를 시작으로 9회초 허경민의 2타점 적시타까지 순식간에 한 점 차까지 쫓기며 마음을 졸였다. 세이브를 기록한 정우람의 구위는 그리 위력적이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28일과 29일, 연이틀 끝내기타를 맞은 건 예고된 재앙이다. 그나마 '에이스' 김광현이 등판한 28일 경기마저 윤길현과 정우람 리그 최고의 필승조라 해도 손색이 없는 이들이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이튿날 9회말 2사 만루에서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으면 됐던 기회도 허무하게 날렸다.

인터뷰중인 정우람 정우람, 비룡군단의 뒷문을 굳게 잠궈야 한다.

▲ 인터뷰중인 정우람 정우람, 비룡군단의 뒷문을 굳게 잠궈야 한다. ⓒ 한호성


8위와 2.5G 차, 갈림길에 선 비룡군단

이 날 LG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롯데는 비록 8위임에도 6위 SK와 격차를 2.5G 차까지 좁혀 가을야구를 향한 마지막 불씨를 살렸다. KIA 역시 SK에게 승리를 거둬 5위 싸움에 대한 희망을 열어두었다. 반면 이 두 팀에게 쫓기는 SK는 정작 연패에 빠져 분위기 반전을 좀처럼 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타선에서도 이렇다 할 해결사는 안 보인다. 꾸준히 해 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필요할 때 한방, 클러치 히팅이 없다. 후반기 첫 3연전이었던 두산전에서 조금씩 타격감을 찾나 싶었던 선수들이 몇몇 보였는데 이틀간 우천취소로 휴식을 취한 후 가진 26일 넥센전에서 10점 차 대패의 수모를 겪었다.

​다시 말해 마무리를 논하기 전에 팀 투-타 밸런스가 깨질 우려가 보인다는 이야기다. 선발진에서 아무리 김광현, 윤희상, 켈리 등이 선전한다고 해도 타선의 활약이 뒤따르지 않고 불펜이 리드를 못 지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오히려 장기 레이스에선 한화보단 SK가 경험적으로 우위를 점하는데, 아직은 5위 경쟁에서 이탈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우람이 이틀 연속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고 2군으로 내릴 수도, 대체 마무리를 쓸 수도 없다. 감독이 그렇게 한다고 결정을 내리더라도 반기는 이는 많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정우람에 대한 신뢰를 끊임없이 보내주고 지켜보는 것 이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 나머지는 정우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후반기 시작을 잘 끊었던 SK가 정우람 딜레마에 봉착하며 5위 경쟁에서도 생존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김용희 감독의 고민은 언제쯤 풀릴까. 갈림길에 선 비룡군단이 예년과 같이 가을 DNA의 저력을 보여주기 위해선 정우람 딜레마를 반드시 풀어나가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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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네이버 블로그 유준상의 뚝심마니Baseball(blog.naver.com/dbwnstkd16)에도 중복게재되었습니다.
프로야구 KBO리그 SK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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