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국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 셋째 날 라이딩 이야기 이어갑니다. 울산에서 구룡포까지 달려온 라이딩 둘째 날 밤은 포항시와 포항시 시설관리공단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구룡포 청소년수련관에서 하룻밤을 편히 쉬었습니다.

전날까지 숙소는 샤워기 숫자가 부족하여 아이들이 씻을 때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구룡포 청소년수련관에는 넓은 샤워실이 있어 아이들이 충분한 시간 여유를 가지고 씻을 수 있었답니다.

역시 국토순례의 화두는 '물'입니다. 물이 인간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라는 것을 하루하루 체험으로 깨닫고 있는 듯합니다. 마시는 물과 씻는 물 그리고 더위를 식혀주지만 주행을 어렵게도 하는 빗물까지 '물'이 날마다 국토순례에 참가한 청소년들의 행복을 결정하는 듯합니다.

"방마다 샤워시설" 말했더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호미곶 상생의 손 앞에서 평화를 다짐하며...
 호미곶 상생의 손 앞에서 평화를 다짐하며...
ⓒ 이윤기

관련사진보기


주행 셋째 날은 포항 구룡포 청소년수련원을 출발하여 국립 영덕 청소년 해양환경체험센터까지 약 85km를 달렸습니다. 포항 송도초등학교 옆 송림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밥 먹고 쉬는 시간에 잠깐 소나기가 내렸습니다. 밥 먹고 삼삼오오 흩어져 휴식을 취하다 소나기를 맞았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원망의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아, 쉬는데 왜 비가 오는 거야?", "달릴 때 비가 왔으면 시원하기나 했을 텐데" 뭐 이런 불만들이었습니다. 자전거 국토순례를 하는 일주일 동안은 먹는 수돗물부터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까지 '물'이 희로애락의 근원이더군요.

마침 숙소인 국립 영덕 청소년 해양환경체험센터 앞마당에는 분수가 뿜어져 나오고 있어 아이들은 완주의 기쁨을 만끽하는 환호성을 지르며 뛰어들어 열기를 식혔습니다. 역시 물이 희로애락의 근원임이 분명하였습니다.

그보다 더 큰 환호가 뒤이어 터져 나왔습니다. 아이들에게 숙소를 배정할 때였습니다. "오늘은 방마다 샤워시설이 있습니다. 밤 11시까지 자유롭게 씻으면 됩니다"하고 방송을 하였더니 모든 아이 입에서 저절로 "와~" 하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아이들이 정말 기쁨에 겨워 자발적으로 환호성을 지르더군요.

포항에서 영덕으로 가는 길
 포항에서 영덕으로 가는 길
ⓒ 이윤기

관련사진보기


샤워 실컷 하는 지금... 가장 큰 행복

선생님들이 큰 소리로 함성 5초간 질러 보자고 할 때 내는 소리와는 차원이 완전히 다른, 기쁨이 넘치는 환호성이었습니다. YMCA 자전거 국토순례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지난 26일부터 나흘 동안 지내면서 가장 크게 기뻐한 순간이었습니다. 아이들 행복의 기준은 역시 '물'이었습니다.

물을 땀에 흠뻑 젖은 몸을 깨끗이 씻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물을 원 없이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온몸으로 느끼고 깨달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마침 국립 영덕 청소년 해양환경체험센터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시설을 갖춘 청소년 시설 중 한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먹는 것, 씻는 것, 잠자는 것을 모두 만족스러워하였습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방별로 샤워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환호성을 지르던 아이들,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가서 또 한 번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평소보다 밥도 더 많이 먹고 남기는 아이들도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숙소 역시 쾌적하였는데, 아이들은 "수학여행이나 학교 수련활동 가는 곳하고 완전 다르다"며 놀라워하였습니다. 난생처음 OECD 선진국 청소년들답게 국립청소년 시설에서 행복한 하룻밤을 보낸 것일 테지요.

국립영덕청소년해양환경체험센터에 도착한 아이들
 국립영덕청소년해양환경체험센터에 도착한 아이들
ⓒ 이윤기

관련사진보기


자전거 라이딩 셋째 날도 변함없이 아침 6시에 일어났습니다. 사흘째 아침인데 아이들은 깨워도 쉽게 눈을 뜨지 못합니다. 회복이 빠른 아이들이라고 해도 하루하루 피로가 쌓이는 탓인지 참을 깨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더군요. 아이 중에는 6시 전에 일어나 친구들이 없는 시간에 화장실에 가 용변도 보고 세수도 하고 여유 있게 출발 준비를 하는 부지런한 녀석들도 있습니다.

힘들게 잠에서 깬 다음 배낭을 꾸리고 자전거 복장으로 갈아입고는 트럭에 배낭을 태워놓고 곧장 아침밥을 먹으러 갑니다. 처음엔 아침밥을 먹기 싫다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며칠 자전거를 타면서 밥을 안 먹으면 더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아침을 거르는 아이들이 없어졌습니다.

아침밥을 먹고는 곧장 출발 준비를 합니다. 구룡포 청소년수련관에서 약 7km 떨어진 호미곶까지 가벼운 아침 라이딩을 하고 호미곶 상생의 손을 배경으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기념 촬영을 하였습니다.

포항 시내까지 가는 오전 라이딩 구간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틀 동안 자전거를 타면서 대열도 잘 맞고 오르막 구간을 오르는 기술도 늘고 내리막 구간을 안전하게 달릴 수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힘들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분수에 뛰어 들어 열기를 식히며 즐거워 하는 아이들
 분수에 뛰어 들어 열기를 식히며 즐거워 하는 아이들
ⓒ 이윤기

관련사진보기


호미곶 지나 포항시내까지 롤러코스터 코스 

구룡포 청소년수련원을 출발하여 호미곶을 들러 포항 시내까지 이동하는 구간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오르막과 내리막길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침 8시에 숙소를 출발하여 낮 12시까지 고작 38km밖에 달리지 못할 만큼 오르막, 내리막이 많았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해안선을 따라 달리면 평지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것은 산길을 달리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호미곶을 출발하자마자 나타난 약 1km가 넘는 가파른 오르막 구간을 지나면서 힘을 빼놓더니 그 뒤에도 크고 작은 오르막 구간이 반복해서 나타났습니다.

자전거 정비차는 쉬는 시간마다 자전거를 고치느라 바쁘다
 자전거 정비차는 쉬는 시간마다 자전거를 고치느라 바쁘다
ⓒ 이윤기

관련사진보기


점심 먹는 장소까지 가는 동안에 체력이 소진하여 후미로 뒤처지는 아이들이 속출하였습니다. 전체적인 라이딩 대열은 많이 좋아졌지만, 오르막 구간을 힘들어하는 아이들 숫자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더군요.

구룡포 청소년수련원을 출발하여 국립 영덕 청소년 해양환경체험센터까지 달리는 85km 구간 대부분은 해안 길이었습니다. 호미곶부터 포항 시내까지 가는 아름다운 해안 길, 강구항을 지나는 화려한 해안 길 그리고 곳곳에 해수욕장을 비롯한 아름다운 동해안 바닷길을 지났습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느라 지친 아이들 눈에는 아름다운 동해안 바닷길도 감흥을 주지 못하였습니다. "야, 멋지다, 바다 한 번 보고 달려라"하고 말을 건네도, 자전거 타는데 모든 힘을 쏟고 있는 아이들 눈엔 경치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700미터 가파른 산 길을 끌바로 올라오는 아이들
 700미터 가파른 산 길을 끌바로 올라오는 아이들
ⓒ 이윤기

관련사진보기


700m 산길... 젖먹던 힘까지 다 썼다

늘 팀의 맨 후미에서 달리면서도 한 번도 뒤처지지 않고 달리는 여자 친구는 "달릴 때는 눈앞이 캄캄해서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하여 자전거를 타고 있는 것이지요.

다행히 포항 시내를 거쳐 국립 영덕 청소년 해양환경체험센터까지 이동한 오후 구간은 오르막이 덜하였습니다. 작은 오르막 구간이야 끝없이 이어졌지만, 높고 긴 오르막 구간이 없었던 덕분에 오후 6시에 맞춰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오후 구간에도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국립 영덕 청소년 해양환경체험센터는 국내 최고의 시설을 갖춘 곳이지만 자전거를 타고 온 청소년들에게는 엄청난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최고의 시설을 갖춘 체험센터가 해발 150여 m의 바닷가 산(언덕) 위에 있었던 것입니다.

국립 영덕 청소년 해양환경체험센터 입구에 도착한 아이들에게 두 개의 길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자동차가 다니는 길인데 약 3.5km를 우회하여 가는 길이었고, 다른 길은 가파른 산길을 따라 자전거를 끌고 약 700m를 올라가야 하는 길이었습니다.

진행팀은 700m의 가파른 산길을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야 하는 길을 선택하였습니다. "누가 이런 곳에 숙소를 정했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지만, 숙박 목적지까지 완주하였다는 기쁨이 더 큰 때문이지 자전거를 타고 가파른 길을 올라가면서도 불만이 더 증폭되지는 않았습니다.

YMCA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 라이딩 셋째 날 GPS 기록
 YMCA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 라이딩 셋째 날 GPS 기록
ⓒ 이윤기

관련사진보기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 라이딩 셋째 날은 포항 구룡포 청소년수련원을 출발하여 국립영덕청소년해양환경체험센터까지 약 85km를 달렸습니다. GPS기록으로보면 총 주행시간은 약 5시간 30분이고, 거리는 84.48km, 평균 속도는 15.4km입니다. 온종일 달린 평균 속도는 전날보다 시간당 1km 정도 더 빨라졌습니다.

휴식 시간을 포함한 총 라이딩 시간을 계산하면 아침 8시 30분 숙소를 출발하여 오후 6시까지 9시간 30분 동안 약 85km를 달린 셈입니다. 하루하루 주행거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실력과 체력이 쌓여가면 하루 110km가 넘는 구간도 무리 없이 달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에 참가한 아이들이 힘들게 자전거를 타면서도 동해안의 아름다운 해안 길을 마음에 담았으면 좋겠습니다. 국립 영덕 청소년 해양환경체험센터에서 바라보는 망망대해 동해안의 수평선을 가슴에 품고 안동을 향해가는 태백산맥을 넘었으면 좋겠습니다.

○ 편집ㅣ김준수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YMCA, #자전거, #국토순례, #청소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