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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야당의 재보선 참패 원인에 대해 "세월호 사건이 박근혜 정부의 정책 실수로 나타났다는 설명구조나 담론지형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라며 "(반면) 보수언론은 의사자 지정이나 대학특례 입학 등을 통해 세월호 피로층을 유발시켰다"라고 분석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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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는 최근 '인간국가'라는 화두를 붙들고 있다. 경제발전과 국가역할, 사회형평, 인간존엄 등을 지표삼아 한국과 OECD 국가들을 비교분석해 '한국사회의 인간화' 즉 '인간국가'의 조건들을 찾아내는 데 시간과 열정을 쏟았다. 그 연구 성과를 엮어 조만간 <인간국가의 조건>(가제)이라는 책도 펴낼 예정이다.

특히 박 교수는 한국사회가 인간국가로 가기 위한 조건의 하나로 '의회의 전면 혁신과 강화'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관료민주국가'가 아닌 '의회민주국가'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최근 가장 뜨거운 정치현안으로 떠오른 '국회의원 증원과 세비 삭감'이 포함돼 있다.

"의회 규모 확대하지 않고 재벌, 관료 등 견제할 수 없어"

박 교수는 29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민주주의, 자유, 평등, 국가수준 등의 핵심은 의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다"라며 "의회가 국정을 담당하는 것이 선진화이자 민주화이고, 질 높은 국가로 가는 지름길이다"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의회 규모 확대가 민주주의의 확대, 토론의 확대, 시민의 확대, 대안의 확대, 정치의 확대이고, 민주국가와 복지국가의 최소 요건이다"라며 "한국에서 의회 규모 확대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군사독재의 본질적인 잔영, 잔재를 이제 청산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가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는 데에는 역사적 이유가 있었다. 건국할 때에만 해도 '10만명 당 1인'이었던 국회의원 규모가 5·16 쿠데타 이후 '20만명당 1인'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건국 시점에 10만명당 1인이었던 의회 규모가 20만명당 1인으로 바뀐 계기는 박정희의 군사쿠데타였다.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키기까지는 지금과 비슷한 규모였다. 당시 국회의원 정수가 291명이었는데 박정희가 군사독재를 하기 위해 쿠데타 이후 116명이나 줄여버렸다."

박 교수는 "의회 규모 확대에는 군사독재의 잔재를 청산하는 의미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의회 규모를 확대하지 않고는 재벌, 관료, 검찰, 군대, 사법기구 등을 견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관료국가는 기업국가이고, 관료민주주의는 기업에 유리하다"라며 "군부나 기업, 관료 등은 의회가 작을수록 자기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기 때문에 항상 의회 규모 확대에 반대해왔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회국가가 되면 4대강, 자원외교 등 수십조 원을 낭비한 사업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박 교수는 "현재의 '인구 16만명당 1인'은 굉장히 작은 규모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그가 OECD국가들을 비교분석해서 얻어낸 결과다. OECD 국가는 평균 '9만7000명당 1인'이다. 여기에 맞춘다면 한국은 국회의원 정수를 510명으로 늘려야 한다.

"그런데 한국처럼 단원제 국가들은 평균 6만2000명당 1인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국회의원 정수는 802석이 되어야 한다. OECD국가인 한국이 선진복지국가 수준으로 가기 위해서는 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의회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관료민주주의국가"

박 교수는 "의원 정수 확대가 중요한 이유는 대통령과 관료가 아닌 의회가 국가정책 결정의 중심이 된다는 것이다"라며 "의회 규모가 확대될수록 사회갈등이 현저하게 완화된다는 것을 모든 자료들이 보여준다"라고 강조했다.

"'의회'는 원래 대화하는 장소라는 뜻이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회갈등은 의회 밖에 존재하게 되고, 갈등의 지표는 높아지고, 국가도 발전하기 어렵다. 의회 규모가 확대되면 의회에서 토론을 통해 자원이 배분되고 정책이 결정되기 때문에 사회갈등이 축소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의회 규모 확대에 비례해 지역과 계층갈등은 줄어든다."

박 교수는 의회 규모를 확대해야 하는 '한국의 현실'을 냉정하게 짚었다. 그는 "예산권, 정책결정권, 인사권, 감사권을 대통령과 행정부가 독점하고 있다"라며 "행정부는 법률안 제출권까지 가지고 있는데, 국회는 예산계수 조정 권한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토론과 경쟁은 정치와 민주주의 기초인데 안철수 정치는 여기에서 이탈한 측면이 있다"라며 "서울시장 후보 양보, 대선후보 사퇴, 민주당과의 통합, 윤장현 후보와 기동민 후보 전략공천 등 안철수 정치는 결정적 선택의 순간에 직면했을 때 경쟁을 우회하거나 회피했고, 토론 과정도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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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정치학 용어로 표현하자면 한국의 의회는 '소극적 권한'밖에 없다"라며 "그래서 의회가 더 시끄러운데 '적극적인 권한'을 가져야 정상적인 의회민주주의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예산권, 정책결정권, 인사권, 감사권 네 가지 가운데 두 개 이상을 의회가 가져야 하는데 우리 의회는 하나도 없다. 대통령과 행정부가 다 가지고 있다. 한국을 민주주의국가라고 불러야 한다면 의회민주주의국가가 아니라 관료민주주의국가다."

박 교수는 "그런 현실 때문에 의원 정수를 늘려야 하고, 의회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시장의 불공정, 재벌 독점, 검찰, 관료, 사법부 등을 견제할 수 없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의회 규모와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 민주주의와 복지국가의 지름길이다"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지금처럼 소극적 권한만 준 상태에서는 1년 내내 국회를 열어도 감시하고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조차 정쟁하는 것으로 비친다"라며 "하지만 정책결정권, 예산권, 인사권, 감사권을 갖게 되면 상시의회를 열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론은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싸늘하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도 57.6%가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했다(찬성 27.3%). 박 교수는 그 이유를 87년 이후 '반의회, 반정치 담론의 성공'에서 찾았다. 

"87년 체제 최대의 성공담론은 반의회, 반정치다. 대통령과 보수정당, 보수언론이 반의회, 반정치 담론을 주도하면서 의회가 시민의 권리나 복지, 형평성, 공공성, 자유를 확대하려고 하면 보수언론과 관료, 재벌이 나서서 융단폭격을 가했다. 그러면서 반의회적이고 반정치적인 담론을 확산하는 데 성공했다."

박 교수는 "87년 체제가 헌법에 기업의 자율성 보장을 넣으면서 효율성과 시장, 발전, 성장 지상주의에 빠지기 시작했다"라며 "그러다 보니 시장담론과 관료독주를 견제하면 그것을 마치 반국가적인 것으로 왜곡했다"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그로 인해 우리 사회 상류층, 재벌, 검찰, 관료 등의 권한은 점점 커지고, 중산층, 시민, 의회 등 대안담론의 영향력은 점점 축소되는 현상이 벌어졌다"라며 "하루하루 먹고살기 힘들 일상을 의회가 개선해줘야 하는데 이것을 대통령과 관료, 재벌이 개선해줄 수 있는 것처럼 담론이 호도되어 왔다"라고 꼬집었다.

"0.002% 예산으로 99.998% 예산을 감시한다고?"

이어 박 교수는 민감한 이슈인 '세비 삭감' 얘기를 꺼냈다. 지론처럼 국회의원 정수 확대와 함께 거론해온 의제다. 그는 "의원 정수도 작지만 의원 세비는 높아도 지나치게 높다"라며 "OECD 국가 평균은 GDP 대비 2.8배인데 우리는 약 5.6배로 세계 최고수준이다"라고 말했다.

"OECD 주요 국가들은 의원 정수가 크지만 의원 세비는 낮았다. 갈등이 적은 노르웨이는 1.11배로 국민 소득 수준과 비슷하고, 의회민주주의를 잘하고 있는 스웨덴이나 스위스도 2배를 넘지 않는다. 핀란드, 벨기에, 영국, 아일랜드, 독일도 2배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이러한 통계 결과를 근거로 박 교수는 "의원 세비는 50~60% 삭감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렇게 하면 자연증원할 수 있는 의원 정수가 지금의 2배로 늘어난다"라며 "한국처럼 반의회, 반정치 담론이나 언술이 강력한 사회에서는 '세비 감축'이라는 희생이 가장 중하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책개발이나 입법활동, 정부 견제, 국회의원 학습 등 필수적인 분야에 투입되어야 할 예산이 의원 세비로 가고 있다"라며 "의원 세비가 상대적으로 커서 정책개발비나 입법활동비에는 예산을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개발비나 입법활동비를 보장하면 개별 세비가 그렇게 많을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국민들은 의원 세비가 많아서 특권이 많다고 생각한다. 결국 특권의 핵심은 의원들에게 가는 경제적 이득이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의원 세비 삭감과 의원정수 확대는 맞교환되어야 한다."

국회 예산 규모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박 교수는 "1년 의회 예산이 5000억 원을 조금 넘는데 이는 1년 국가 예산의 0.002%에 불과하다"라며 "이렇게 작은 의회가 국가 예산 99.998%를 감사하고 견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재벌과 보수언론에서 의회의 효율성을 많이 비판한다. 하지만 한국 의회가 0.002%(5200억 원의 예산으로 저 정도 입법활동과 정부 감시활동을 벌였으면 굉장히 효율적인 기관 아닌가? 국회 예산은 정부나 지자체 예산 상승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 특히 하나의 정부기관에 불과한 국정원의 예산 규모(4671억 원, 2014년 예산)가 국회 예산에 근접한다. 국정원 예산 규모가 입법부인 국회 예산에 육박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박 교수는 "만약 입법, 정책결정, 예산 효율성 등을 다 고려해 무능을 따진다면 국회보다는 국정원에 비판이 쏟아져야 한다"라며 "또 무능이나 비효율로 따지자면 방산비리나 4대강 비리가 의회 부정비리보다 심각하다"라고 꼬집었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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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