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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이 만인소를 펼쳐 들고 서있다. 시의회 출입문쪽에서 시청 출입구까지 긴 줄이 만들어 졌다. 한지 77장을 이어붙여 만든 만인소의 총 길이는 95m에 이른다.
▲ 95m 길이 만인소 참가자들이 만인소를 펼쳐 들고 서있다. 시의회 출입문쪽에서 시청 출입구까지 긴 줄이 만들어 졌다. 한지 77장을 이어붙여 만든 만인소의 총 길이는 95m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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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전 1호기 폐쇄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경주시민 1만 명 이상이 서명한 만인소가 다음달 중순 청와대에 제출된다.

경주지역 1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월성1호기 폐쇄 경주운동본부(준)는 29일 오전 경주시청에서 '월성1호기 폐쇄 주민투표요구 경주시민 만인소'를 공개했다.

만인소는 조선시대 1만명 내외의 유생들이 연명해 올린 집단적인 소(疏, 상소문)를 본떠 경주지역 1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월성1호기 폐쇄 경주운동본부(준)가 지난 5월 13일부터 7월13일까지 1만181명의 서명을 받아 완성했다. 서명기간, 메르스 확산 여파로 시민들의 마음까지 꽁꽁 얼어 붙어 있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1만명 서명 목표를 초과달성했다.

한지에 붓으로 서명한 모습.
 한지에 붓으로 서명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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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에 직접 성명과 주소를 적고, 지장까지 찍어서 작성한 '경주시민 만인소'는 컴퓨터 출력용 A4용지에 만든 여느 서명용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정성을 들여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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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중순 서명을 종료하고,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하기까지 서명한 한지 뒷면에 또다른 한지를 덧붙이는 배접작업을 하고 건조하는 데에만 꼬박 1주일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경주환경운동연합 이상홍 사무국장, 천은아 간사를 비롯해 일주일 동안 매일 4, 5명의 자원봉사자들이 3~4시간 이상 구슬땀을 흘렸다. 배접작업을 주도한 김윤근 경주핵안전연대 대표 체중이 무려 3㎏이나 빠질 정도로 힘든 작업이었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제작한 만인소는 29일 오전 11시 경주시청에서 처음 공개됐다.

봉소행사에서 시민대표가 향을 올리고 있다.
▲ 염원 봉소행사에서 시민대표가 향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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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출정식 성격의, 상소문을 받들어 올리는 봉소(奉疏) 행사는 약식으로 진행됐다. 만인소를 담은 나무상자를 앞에 두고 향을 피우고(봉향), 북쪽을 향해 삼배를 힌뒤 상소문을 낭독하는 순으로 진행 됐다. 독소(讀疏, 상소문을 낭독하는 사람)는 경주 만인소를 제안하고 제작 전 과정을 주도한 김윤근 경주핵안전연대 대표가 맡았다. 이어 95m 가량의 만인소를 시청 주차장 주위에 펼쳐 보인뒤 만인소를 다시 상자에 넣는 '봉서의례'를 한뒤 행사를 마쳤다.

경주 만인소는 다음달 중순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할 계획이지만 순조롭게 전달이 될지는 미지수다.

봉소행사에서 앞서 월성1호기 폐쇄 경주운동본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월성1호기는 불법적으로 수명연장 됐으나 하늘의 뜻, 민심은 바로 만인소에 있고 그것은 월성1호기의 즉각 폐쇄"라고 주장하면서 즉각적인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했다.

만인소에 동참한 경주월성 1호기폐쇄 경주운동본부에는 경주경제정의실천연합·경주문화시민연대·경주상인보호위원회·경주시민광장·경주시민포럼·경주여성노동자회·경주학부모연대·경주핵안전연대·경주환경운동연합·민생민주경주진보장터·민주노총경주지부·아진아파트주민운영위원회·안강청년시민연합회·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원회·전교조경주초중등지회·전국금속노동조합경주지부·참교육학부회경주지회·한국노총경주지역지부등이 참가했다.

다음은 만인소 기원문 전문.

경주 월성원전 1호기 폐쇄 주민투표요구 경주시민 만인소 기원문
깅윤근 경주핵안전연대 대표가 만인소 기원문을 낭독(독소) 하고 있다.
 깅윤근 경주핵안전연대 대표가 만인소 기원문을 낭독(독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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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하여 하늘의 이치를 따르는 순천(順天)의 길을 택한 군왕은 흥했고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는 역천(逆天)의 길로 간 자는 패하였습니다. 하늘의 이치는 국민의 뜻이요 시민의 생각이라 월성원전 1호기 폐쇄 주민투표요구 경주시민 만인소는 만인이 갈망하는 순천의 소리인지라 이를 대한민국 만백성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고 계시는 박근혜 대통령께 올리오니 살펴보시고 이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월성 1호기는 1982년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하였고 2012년 설계수명 30년이 만료되었습니다. 한수원은 수명이 다하기도 전에 원자로에 해당하는 압력관에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수천억을 들여서 압력관을 교체하였습니다. 캐나다가 개발한 이 캔두형 중수로 원전은 이러한 위험성과 비경제성으로 인하여 더 이상 건설되지 않는 원전입니다. 게다가 수명을 연장하여 재가동 하려면 최신기술 기준을 만족하도록 설비개선이 되어야 하지만 월성1호기는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월성 1호기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술기준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체르노빌 원전사고 등 세계 곳곳에서 원전사고가 발생하자 생산국인 캐나다가 24년전 기술기준을 강화한 일명 R-7기준을 마련하고 적용하도록 했는데 설비개선이 되지 않아 평가시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수명연장을 결정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 안전법"도 위반하였습니다. 개정된 최근 원자력안전법 103조에 의하면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는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서 작성되어야 합니다. 월성 1호기도 적용되어야 하는데 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월성 1호기 생산국인 캐나다도 동일 기종이며 가동과 설계수명이 동일한테 수명연장을 위한 설비개선비용이 캐나다는 약 4조원이나 평가되어 경제성이 없다고 포기하였는데 월성 1호기는 5천 6백억원의 적은 비용으로 압력관 등 일부설비만 교체하여 재가동 승인을 받았습니다. 더욱이 대통령계서는 대선공약에서 노후원전은 철저한 스트레스테스를 통해 안전성 확인 후 재가동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셨는데 그 테스트에서 발견된 문제점이 아직 보완되지 않았습니다.

월성1호기를 폐쇄해도 걱정이 없는 것은 전체 전력생산 설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7%에 불과하고 평소 15%의 예비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5년 후에는 예비전력이 30%까지 늘어난다고 합니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월성 1호기를 수명연장하면 최대 2천 269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는 국민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핵발전소를 폐쇄하기 싫은 핵산업계의 잘못된 판단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경주는 어떤 곳입니까!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기 어려운 천년고도이며 통일왕국을 이룩하여 찬란한 예술문화를 꽃피워 온 인류가 아끼는 세계문화유산이 가득한 국제역사문화교육관광의 도시입니다. 그리하여 매년 천만이 넘는 국내외 관광객이 철따라 찾아오는 관광도시는 숨쉬는 공기와 먹는 물이 깨끗하여야 하고 안전하며 불안감이 없는 쾌적한 도시가 되어 생활하는 이나 찾는이로 하여금 건강한 삶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지혜롭지 못한 판단으로 많은 전문기관과 양심적인 학자들이 지적하는데도 불구하고 정비가 잘못된 노후원전을 가동하다 사고를 내게되면 식물과 동물ㆍ생명 가진 모두를 죽음으로 내몰고 천지간 땅과 물ㆍ공기마저 방사능으로 오염되어 장기간 다가갈 수 없는 곳이 되고 맙니다. 이는 경주만의 불행이 아니라 천년고도를 잃는 나라와 온 인류의 불행이 될 것입니다.

지도자의 현명한 판단은 소수보다는 다수가 이로워야 하고 이 시대 살고있는 다수가 이롭다 하더라도 후손들에게도 욕됨이 없어야 합니다.

말하는 이는 많아도 행하는 이는 없는 시대에 알고, 행하지못함을 부끄러움이라 생각하고 용기와 지혜를 가진 양심있는 시민들이 온갖 정성을 다하여 장터와 일터에서, 상가 거리를 찾아다니며 전통 한지에 붓으로 이름을 적고 양심의 표상으로 지문을 날인하여 뜻을 찬성하는 경주시민 만인소(萬人疏)를 완성하여 대통령에게 올리는 것입니다. 성군(聖君)의 聖자는 귀를 열고 백성이 말하는 소리를 듣는 왕을 뜻한다 합니다. 이 만인소의 염원을 들어주셔서 順天의 길을 간 聖君의 대통령으로 역사에 오래도록 기억되시길 간절히 바라옵니다.

2015 년 7월 29일
경주 월성원전 1호기 폐쇄 경주운동본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신문 경주포커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경주만인소, #월성1호기, #경주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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