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컨설팅 갔다 온 곳이 손님이 많이 늘었다네"

귀가 쫑긋했다. 30여 년간 음식점을 크게 했던 분이다. 60대인 지금은 가게를 접고 대학에서 공부를 한다. 음식 솜씨 하면 동네에서 워낙 유명한 분이라 조리명장도 되었다. 지난 봄 소상공인 지원센터 비법 전수자 면접을 보고 오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그후의 이야기가 궁금하던 참에 오랜만에 만났다.

면접에 합격하여 처음 컨설팅을 갔던 식당은 신림동 고시촌에 있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여자 혼자 10여 년을 운영해온 작은 백반집이다. 백반집의 특성상 차별되지 않는 메뉴는 고시촌의 쇠퇴와 맞물려 경쟁력을 잃었다. 가족이 먹고는 살아야 하고, 밀린 임대료에 가게는 비워줘야 하는 한계상황에 놓였을 때, 주변의 도움으로 소상공인 지원센터의 컨설팅을 받게 된 것이다.

처음 방문한 날 너무 고생하며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같은 여자로서 속상한 맘을 추스르느라 힘들었다. 꼭 살아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30여 년간 실전에서 익힌 노하우를 다 쏟아 부었다.

가게 내부와 음식, 주변 상황을 파악하여 변해야 할 방향을 찾았다. 청소와 정리, 손님들이 좋아하는 밑반찬 만드는 법, 유동인구에 맞는 새로운 메뉴등을 개발해주고 숙달되게 지도하는 등 끝나고 나니 몸살이 났다. 수시로 전화하여 잘하고 있는지 체크하고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손님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이러한 정보를 알게 되니 떠오르는 곳이 있었다. 가끔 찾아가곤 하던 팥 칼국수 집이다.  기운이 없거나 입맛이 떨어지면 찾게 되는 음식이 팥 칼국수다. 회사 근처 할머니 혼자 하는 가게였는데 지난 5월 마지막으로 갔을 때 장사도 안되고 임대료도 올라 곧 가게를 접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몇 년간 다니면서 혼자 손주 뒷바라지하는 할머니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 가게까지 접게 되면 더 어려워 질 것 같아 마음만 안타까워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 정보라도 드리면 도움이 되지 싶어 다음날 찾아갔다.

굳게 닫힌 문엔 '임대 문의'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10여 년 가까이 해온 식당에 대한 마음을 할머니는 시한부 삶 선고받은 암 환자 같다고 했었다. 그 시한부가 끝난 셈이었다. 골목 양옆으로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는 허름한 식당들이 보였다. 그곳들의 시한부 삶도 얼마나 남았을지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식당이나 해볼까' 회사가 어려워 질 때마다 나도 쉽게 이 말을 했다. 메뉴하나 잘 선택하고, 약간의 경험만 있으면 성공할 것 같은 마음만 믿고 말이다. 식당은 시작하는 것보다 유지해나가는 것이 더 어렵다. 성공은 고사하고 2~3년 살아남기에도, 버거운 치열한 삶의 현장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이유로 음식점을 꿈꾼다. 잘되면 다행이지만 최선을 다하는데도 어렵다면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비록 팥 칼국수 할머니는 문을 닫았지만,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들은 한번 도전해 보았으면 한다. 조리 노하우나 새로운 메뉴기술이 필요할 경우 기능장, 명장등에게 비법전수를 받을 수 있다. 간이 또는 일반과세자 중 1년 이상 운영하고  매출액 4800만 원 이하이신 분들은 신청 가능하다. 따로 드는 비용은 없다. 자세한 것은 www.sbiz.or.kr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소상공인 포털)의 '컨설팅'에서 알아보고 '나의 컨설팅'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성공해본 사람이 전해주는 노하우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면 분명 도움이 된다. 열심히 살아온 힘을 누군가 다시 살게 하는데 쏟고 계신 그분께 감사하다. 다음엔 또 어떤 분을 살게 할지 기대도 된다. 누군가 잘 된다는것, 다시 힘을 낸다는건 우리 모두에게도 힘이되는 일이라 믿는다.


태그:#소상공인포털, #조리 비법전수, #음식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살다간 흔적 남기기.. 그래서 사는 이야기

이 기자의 최신기사죄송한 시인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