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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육군부사관학교의 학교교육계획. 부사관 양성 과정에 대한 교육 과정과 계획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육군부사관학교의 학교교육계획. 부사관 양성 과정에 대한 교육 과정과 계획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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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하다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경우를 곧잘 만나곤 하는데 오늘은 그 뒷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려 합니다.

시작은 제보였습니다. 부산 D대학 부사관학과의 군 출신 교수와 강사 일부가 전역할 때 민감한 군 내부 자료를 들고 나와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사실 이 사건은 지난해 말 부산 지역 언론 등을 통해 한 차례 보도가 되기도 했던 사안입니다. 그런데 경찰의 수사는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했고, 이후에도 유사한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는 제보였습니다.

그 사례로 건네받은 것은 육군부사관학교에서 사용하는 학교교육계획이었습니다. 100페이지 가량의 책자에는 육군의 부사관 교육과정, 교육 평가계획, 교육 훈련관리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비전문가인 기자 눈에도 군 간부 양성 과정이 외부로 유출된다는 것은 문제로 보였습니다. 

관건은 정말 이 자료가 군사기밀이나 대외비에 해당하는지였습니다. 이에 대해 육군 공보과 관계자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해당 자료가 "교관들이 참고하는 것이지 비문(비밀문서) 내용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공개돼도 상관이 없는 내용으로 꾸려져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육군부사관학교 관계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는 이 책자가 "비문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공개해도 상관없다더니... 정보공개청구하자 딴소리

진압곤봉 들고 대기 중인 군 병력 최근 28사단 병사폭행사망사건으로 군 사망사고 문제 여론이 확산 되고 있는 가운데,군 사망사고 피해 유족들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호소문을 전달하기 위해 영내 진입을 시도하자 닫힌 정문 뒤로 병사들이 곤봉을 같은 자세로 들고 대기하고 있다.
▲ 진압곤봉 들고 대기 중인 군 병력 국방부 청사를 방호 중인 군 병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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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이 빠졌습니다. 군에서 해당 자료가 일반에 공개해도 문제가 없는 내용이라 밝힌 만큼 취재를 이어나가는 게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사화를 보류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가 문득 이 자료를 공개해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하면 군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습니다.

곧바로 국방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육군부사관학교의 학교교육계획을 공개해달라는 것이었죠. 그런데 문제 될 것이 없다던 군 당국에서 의외의 등기 우편을 보내왔습니다. 내용은 이랬습니다.

"(해당 자료가) 만약 공개 시 육군부사관 교육체계 및 교과 내용 등 세부 내용이 외부(적)에 노출되어 결과적으로 국익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비공개합니다." 

군 당국은 육군의 정보공개업무 처리규정 등을 비공개 사유로 들었습니다. 공개되어도 상관없다던 자료가 공개해서는 안 될 자료가 된 겁니다. 군 관련 자료의 보안성을 군에서 판단하다 보니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의심이 가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때그때 줄었다 늘었다 '고무줄' 군사보안... 왜?

전 장병 참석한 특별인권교육 8일 오전 육군 30사단 기갑수색대대 장병들이 부대 내 대강당에서 특별인권교육을 받고 있다. 육,해,공 전군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특별지시에 따라 전국 각급부대별로 특별인권교육을 실시했다.
 군 장병 교육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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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의 이런 태도는 관련 수사의 진도마저 가로막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관련 사건은 부산지방경찰청에서 맡아 수사를 벌이고 있는데요. 경찰 관계자는 "군 수사를 경찰이 못 하니 (군에서) 협조를 하는 방법 밖에 없는데, 협조가 잘 되지 않아 답답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취재 과정 중 만난 한 군 출신 인사는 "유출된 자료가 설사 비문에 해당하더라도 관리와 유출에 대한 책임을 군이 져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공개가 돼도 무방하다고 발뺌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의 황수영 간사는 군 당국의 지나친 비밀주의를 탓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 정보공개포털을 살펴보면 올 상반기를 기준으로 국방부의 행정정보 원문 공개율은 7.2%로 정부 부처 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원문공개율이 가장 높았던 산림청 (68.7%)에 비할 바가 아니라, 중앙행정기관 평균인 33.7%에도 크게 못 미치고 있습니다. 한때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원문공개율로 손가락질을 받았던 외교부도 지난해보다 10% 이상 원문 공개 비율을 늘렸으나 국방부만 제자리 수준인 겁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보통 군 당국은 국방의 특수성을 따져야 한다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안보와 국익이란 이름 뒤에 숨은 책임회피와 무사안일주의가 있는 건 아닐까요. 정책 기조 중 하나로 '국민존중의 국방정책 추진'을 꼽고 있는 국방부. 부디 이 말이 그럴싸한 헛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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