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미자 인천청천중학교 교사는 28일 저녁 경상남도교육연구정보원 강당에서 경남직업문화센터 초청으로 “중학생, 기적을 부르는 나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박미자 인천청천중학교 교사는 28일 저녁 경상남도교육연구정보원 강당에서 경남직업문화센터 초청으로 “중학생, 기적을 부르는 나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생각의 봄을 부르는 시기."

<중학생, 기적을 부르는 나이>라는 책을 펴낸 박미자 인천청천중학교 교사는 '사춘기'를 이 같이 풀이했다. 박 교사는 경남직업문화센터(이사장 허연도) 초청으로 28일 저녁 경상남도교육연구정보원 강당에서 강연했다.

다시 태어나도 중학교 교사가 되고 싶다고 한 그는 "중학생은 인간 발달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다"며 "중학생과 잘 지내는 사람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대는 다른 사람한테 얼마나 친절할 수 있는가, 반기를 든 사람한테 얼마나 따뜻하게 대할 수 있는가, 그대의 말을 듣지 않고 문제제기하는 사람한테 얼마나 인내심을 갖고 대할 수 있는가, 이렇게 하는 것이 인간다운 사회"라며 "30년 동안 중학생한테 배웠다. 이들이 행복해야만 우리 사회에 희망에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박 교사는 "인간 발달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사람을 얼마나 여유롭게 하는지 모른다"며 "중학생 때는 아빠가 필요한 나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아빠 부재다. 지역에 가면 어른이 없는 사회, 국가 공동체로 가면 지도자가 없는 사회다. 이런 상징적인 의미에서 아빠, 어른, 지도자가 없는 사회에서는 결코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아이들은 감정이 메마른 어른과 산다는 것이 힘든 일이다. 감정이 풍부하고 잘 웃고 눈물도 많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부모와 사는 아이들이 행복하다"며 "사춘기 때 부모들의 철학이 바뀌지 않으면 감당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아이한테 다가가려고 노력했는데 안 되는 것은 부모가 아직 철학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보다 어린 인간을 존중하려는 철학, 내 아이를 통해 내가 성장하려는 철학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몽골 초원, 어긋나게 서 있는 말 모습은?

몽골 초원에서 앞뒤 어긋나게 서 있는 네 마리의 말 사진을 보여 준 박 교사는 중학생한테 '말이 무엇을 한다고 보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스킨십' 내지 '짝짓기' '집단 신혼여행'이라 대답한다고 했다.

"사춘기 때는 머리 속이 온통 이성에 대한 관심사로 채워져 있다. 생리적 현상으로도 바뀌고, 시기적으로 여러 가지 싹이 돋아나는 시기다. 독립적으로 살기 위한, 짝짓기를 하기 위한 싹이 돋아나는 시기다.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어른들한테 저 사진을 보여주면 '평화롭게 쉰다'고 말한다. 어떤 생각이 먼저 들어오느냐에 따라 지배받는 것이다.

중학생이 어른들로부터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사실'이다. 추측, 예단, 우려, 걱정 이런 것을 알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 어른이 알고 있는 사실을 알고 싶어 한다. 사실대로 털어놓는 게 대화의 지름길이다. 말썽 부린다고 생각해서 근접할 수 없다."

그러면서 박 교사는 말 사진에 대해 설명했다.

"몽골은 말도 많지만, 파리도 많다. 말이 달릴 때는 파리가 속도감 때문에 달라붙지 않지만 쉬고 있을 때는 달라붙는다. 자기 꼬리로는 얼굴에 있는 파리를 쫓을 수가 없으니까 서로 어긋나게 서서 파리를 쫓아주고 있는 것이다. 환경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말이 서로 어긋나게 서서 쉬도록 하는데, 무식하게 말의 속성을 모르는 사람은 고삐로 묶어 둔다. 그렇게 되면 말은 파리를 쫓지 못하니까 엄청 괴롭고, 끙끙거리며 소리를 지른다. 한 장의 사진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박 교사는 "인간은 인간에게 어떤 존재인가. 서로에게 유익한 존재, 서로에게 파리를 쫓아주는 존재가 되도록 키워주는 게 교육의 목표다"며 "내 아이는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는가. 보통은 혼자만 잘 먹고 잘 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미자 인천청천중학교 교사는 28일 저녁 경상남도교육연구정보원 강당에서 경남직업문화센터 초청으로 “중학생, 기적을 부르는 나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하면서 몽골 초원의 말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박미자 인천청천중학교 교사는 28일 저녁 경상남도교육연구정보원 강당에서 경남직업문화센터 초청으로 “중학생, 기적을 부르는 나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하면서 몽골 초원의 말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그는 "학교에서는 토론학습, 친구와 같이 하는 탐구체험학습이 중요하다"며 "일제히 칠판만 보는 자세로는 안 된다. 아이가 잘 성장하기 위한 활동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리포터> 저자 조앤 롤링이 한 말은?

'아이들 인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가정'이 제일 많았고 그 다음이 '학교'와 '사회'였다.

박 교사는 "IMF 때(1997년) 오빠가 직장을 잃었을 때 나이 드신 어머니께서 "큰일 났구나. 어떻게 살아. 미안하다. 엄마가 재산이 있었으면 가게라도 얻어 살게 했을 것인데 정말 미안하다'고 하더라"며 "'가정'에서도 '엄마'가 제일 부담이 크다. 이렇게 가면 안 된다. 그 부담을 사회가 떠안아야 한다. 가정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사회가 그 부담을 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책임을 넘겨받을 수 있는 사람을 잘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사회복지제도'와 '사회안전장치'다. 사회안전장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는 순간 '훅' 간다. 세월호 참사의 부모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 사회안전 시스템이 엉망이다 보니 아이들의 인생이 완전 끝난 것"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박 교사는 "<해리포터> 저자 조앤 롤링한테 가장 고마운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저에게 해리포터를 쓸 수 있는 시간과 돈과 여유를 준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제도를 만들어준 수많은 시민들이다. 인쇄 대부분도 사회복지제도를 만드는 기금으로 환원하겠다'고 했다"며 "아이들의 재도전이 가능하게 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고, 그것이 나의 인생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라 말했다.

'아이들의 행복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사람은 누구냐'는 질문에 '부모'와 '친구'가 거의 비슷하게 나왔고 '교사'는 거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교사는 "이 질문을 중학생한테 했더니 질문이 틀렸다고 하더라"며 "중학생 정도 되면 부모와 친구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같이 가야 한다고 하더라. 부모가 아무리 잘해줘도 친구가 없으면 안 되고, 친구 관계가 좋아도 부모와 사사건건 충돌하면 행복하지 않다.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한테 교사는 제로다. 친구를 사귀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교사다. 학교교육의 목표는 친구간 경쟁유발이 아니라 친구 사이에 협력하고 우정을 더 깊게 만들어 주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학교에 오는 이유를 물으면 '밥 먹으러'와 '친구 만나러'라고 대답한다. 친구와 함께 밥 먹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것이다. 무상급식은 복지라기보다 어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예의다. 마음 놓고 학교에 와서 친구와 밥 먹도록 하지 않으면 어른이 아니다. 아이들이 친구와 함께 많은 경험을 하고 이야기를 하고, 삶을 나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눈물도 닦아 줄 수 있는 활동을 해야 한다."

"사춘기 때 많은 말은 사고력을 유발시킨다"

박 교사는 "0~3세와 사춘기 때는 많이 먹고, 많이 자고, 많이 움직이는 게 같지만, 다른 점은 말이 많다는 것이다. 어마어마하게 말이 많다. 남자 중학생들은 듣지도 않고 말을 많이 한다"며 "인간 언어발달과 뇌발달은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말을 많이 하면서 사고력이 생긴다. 말은 사고력을 유발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중학교 1~2학년 때 말을 많이 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계속 선생 말만 듣고 있어라 하면 고문이고, 창의력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협력모둠학습, 토론학습이 중요하다"며 "말만 충분히 해도 스트레스가 풀린다. 집에 가서 짜증을 내는 것은 학교에서 말을 많이 못하게 하고 조용히 듣기만 했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가 집에서 아이의 말을 많이 들어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교사는 "아이가 말을 하면 엄마아빠는 '그래' '그렇구나' '그래서'만 하면 된다. 부모들이 말을 많이 하면 아이들은 부모가 친구가 없어서 그런다고 흉본다"고 말했다.

이어 "사춘기 때 배운 것은 잘 기억한다. 어른들은 아이가 태도나 동작이 산만하다고 오해하지만, 그때 굉장히 잘 배운다. 이때 배울 건 악기다. 대개 엄마 아빠들은 초등학생 때 악기를 배우고 중학생이 되면 악기를 끊고 공부만 하라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어른이 되어도 연주를 못하고 평생 연주할 수 없다"며 "문화예술체육교육을 사춘기 때 듬뿍 주어야 한다. 청소년 시기에 악기를 배우면 정서적으로 윤택해진다"고 말했다.

'자존감'을 강조했다. 박 교사는 "학교에서 선생들이 가장 힘든 아이는 '무기력한 아이'다. 무기력한 어른은 더 힘들다. 사춘기 때는 자존감이 가장 높아지는 시기다"며 "열렬히 환영해 주고 열렬히 환송해 주어야 한다. 아이가 집에서 나가면 설거지만 하고 있을 게 아니고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다가가서 잘 다녀오라고 해야 하고, 집에 들어올 때도 하던 일을 멈추고 다가가 얼굴과 눈을 맞추면서 환영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은 열렬히 환영하고 환송하는 과정 속에서 자존감이 높아진다. 내가 소중한 것처럼 다른 사람도 소중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밖에 나가서 다른 사람도 소중하게 잘 대해주어라는 것"이라 덧붙였다.

'감정 조절 능력'을 강조했다. 박 교사는 "중학교 때는 거울세포를 발달시키는 시기이고, 감정 조절 능력을 가진 어른을 통해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돈'을 주는 기술을 설명했다.

"용돈을 합의해서 계좌로 입금해 주라. 아이의 기초생활이 보장되도록 해주어야 한다. 용돈이 입금되면 품위 있게 한 달을 산다. 부모와 아이 사이가 늘 좋은 게 아니다. 사이가 좋지 않을 때도 용돈을 약속한 날짜에 입금을 해줘야 한다. 부모와 사이가 좋지 않은데 용돈을 받아야 하 때가 되면 그 아이가 비참해진다. 용돈이 약속한 대로 정기적으로 들어오면 비참하지 않다.

아이가 잘못했다고 해서 용돈을 깎으면 안 된다. 그렇게 해야 아이가 사회복지에 대한 이해를 한다. 그리고 부모한테 특별한 일이 있으면 그만큼 용돈을 더 주는 것이다. 가령 아빠가 소득공제를 받으면 그 돈의 일부를 적더라도 입금시켜 주고 아이한테 어떻게 해서 생긴 돈이라고 말해주면, 그 아이가 좋아한다. 달라진 소득공제제도로 손해를 본다는 뉴스가 나오면 아이가 먼저 화를 낸다. 그것이 사회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도록 하는 것이다."

박미자 교사는 "아이들도 가족만 생각하는 엄마아빠가 이상하다고 한다. 사회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부모가 든든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태그:#박미자 교사, #중학생, #사춘기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