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범이 살아나자, 한화도 살아났다. 자신과 팀 모두에게 절실했던 승리였다.

한화는 28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원정 경기에 선발 송은범(5이닝 2실점)의 호투와 타선의 폭발에 힘입어 10-2로 완승을 거뒀다.

한화 투수가 '선발승'을 따낸 것은 외국인 투수 미치 탈보트가 7월 2일 KIA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이후로 무려 26일만이었다. 바로 그 대상이 송은범이었다는 점도 한화에게는 반갑다. 송은범이 지난 4월 7일 LG전에서 첫 승을 거둔 이후 112일 만에 거둔 2승이었다.

선발승만 놓고 따지면 KIA 시절이던 2014년 5월 11일 한화전 이후 무려 443일만이자, 한화 유니폼을 입고나서는 첫 승이었다. 그만큼 한화나 송은범에게나, 이번 선발승이 얼마나 절실했는지를 보여준다.

송은범은 올시즌 FA를 통해 4년 34억의 대박 계약을 맺고 한화의 오렌지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송은범이 KIA에서 지난 2시즌 연속 극도로 부진했던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대우였다. SK 시절 좋은 인연을 맺었던 김성근 감독이 송은범의 영입을 강력하게 원했고, 한화는 선발과 계투로 모두 가능한 송은범의 활용도를 높이 샀다. 송은범 역시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 감독 밑에서 충분히 부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이날 전까지 올시즌 선발과 계투를 오가며 17경기에 나섰으나 1승 5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7.88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하며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대했던 김성근 감독과의 시너지 효과도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한화 팬들 사이에서 먹튀라는 비난을 피할수 없었다.

또다른 FA 영입생 배영수와 함께 팀의 3-4선발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했던 송은범의 동반 부진은 그만큼 한화 선발진의 약화를 불러왔다. 참다못한 김성근 감독도 결국 6월 6일 KT 위즈와의 경기 이후 송은범에게 일시적으로 2군행을 통보하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은 송은범의 부진을 구위나 기술보다 심리적인 문제에서 찾았다. 연습시에는 흠 잡을데 없는 최고의 구위를 보여주지만, 막상 실전에만 가면 조급해하다가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다 보니 그만큼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자기 페이스를 잃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2군에서 조정기간을 거친 송은범은 7월 11일 LG 트윈스전에서 1군 무대에 복귀했고 불펜에서 3경기를 출전하며 구위를 가다듬었다. 두산전은 송은범이 마지막 선발등판이던 6월 KT전 이후 52일만의 선발 복귀전이었다. 안영명의 부상이탈과 쉐인 유먼의 방출로 선발진이 더욱 얇아진 한화로서는 어떻게든 송은범을 살려야 하는 입장이었고, 그렇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송은범은 모처럼 공격적인 투구와 함께 안정된 제구력을 선보였다. 최고구속 149km에 육박하는 패스트볼을 앞세워 두산 강타선을 요리하며 초반 위기를 잘 극복했다. 3회까지 무실점 역투를 펼친 송은범은 6-0까지 점수차가 벌어진 4회들어 선두타자 로메로에게 좌월 솔로 홈런을 허용한데 이어 양의지의 2루타와 박건우의 내야 안타로 2점째를 내줬으나 그 이상의 위기는 없었다. 이날 성적은 5이닝 7피안타 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2실점이었고, 시즌 자책점은 7.30으로 낮췄다.

한화 타선과 수비의 지원도 송은범에게 힘을 보태줬다. 조인성-김경언-정근우는 이날 8안타 8타점을 합작하며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이날 승리가 더욱 고무적인 것은 상대가 올시즌 한화에게 강한 모습을 보였던 두산이었고, 상대 에이스 장원준(4.1이닝 7실점)이 등판했음에도 공략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한화는 두산전 4연패를 끊어내며 시즌 상대 전적을 3승 5패로 좁혔다.

한화는 지난 25일 삼성전에서 노히트 피칭을 펼친 신예 투수 김민우의 선발 가능성을 확인한데 이어 송은범까지 살아날 조짐을 보이며 마운드 운용에 희망을 되찾았다. 공격 역시 김경언이 복귀하면서 중심타선에 좀 더 짜임새를 갖출 수 있게 됐다. 항상 위기라고 생각되는 시점에서 어떻게든 돌파구를 만들어내고 있는 한화로서는 후반기 5강 수성을 위한 동력을 회복할수 있었던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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