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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1항에 의하면 임대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계약해지 또는 계약조건 변경을 통지할 수 있다. 하지만 1개월 전까지 통보하지 않으면 전 임대차 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임대차 한것으로 보는 묵시적 갱신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이 경우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다시 2년이 된다.

서울시 구로구에 있는 아파트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전업주부 오소희씨(28)는 점심을 먹는 도중 남편의 전화를 받았다. 남편은 집주인에게 전화가 왔다며 지금 전화를 해보라고 했다.

사실 오소희씨는 임대인의 연락을 몇 달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곧 전세 계약 만기가 다가옴으로 전세금이 얼마가 오를 지 준비를 해야했기 때문이다. 평범한 회사원인 남편의 월급을 나름대로 열심히 분산해서 저금하고 있었기에 어느정도 오르는 전세값은 감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전세자금 올려 달라는 집 주인... 돈을 어디서 마련하나

하지만 임대인은 연락이 오지 않았고 결국 만기가 3주 남아 있었다. 당연히 자동 연장으로 알고 속으로 임대인에게 고마워하고 있던 도중 남편의 연락을 받은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고 임대인은 보름전 연락을 안 받아서 다시 연락했다고 했다. 그리고선 재계약을 할 경우 전세금을 5000만 원을 올려달라고 했다.

오소희씨는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였다. 아끼고 아껴서 전세금 대비를 했으나 남편의 연봉보다 많은 돈을 3주만에 마련해야 한다는 어이없는 말에 임대인과 한차례 말다툼을 하였다.

오소희씨가 당황스럽다며 꺼내 보여준 계약서. 전세금 인상요구는 2015년 7월 28일에 받았다.
▲ 계약서 오소희씨가 당황스럽다며 꺼내 보여준 계약서. 전세금 인상요구는 2015년 7월 28일에 받았다.
ⓒ 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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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남기고 통보를 받았으니 법적으로 5%까지 인상된 전세금을 줄 수 있다고 말하자 임대인은 이사 갈 곳 찾을 시간을 두달 드릴테니 집을 비워달라 그렇지 않으면 전세금 5000만원을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시세에 맞는 합당한 금액이며 본인은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니 섭섭해 할 일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알고보니 중개를 맡았던 부동산에서 임대인에게 연락하여 입김을 불어 넣은 모양이였다. 중개수수료로 수익을 가져가는 부동산에서 하는 흔한 방법이다.

주변에 이러한 억울함을 이야기하니 괜히 얼굴만 붉힐 뿐 요즘같은 전세난에 결국은 올려주던가 다른 거주지를 찾아야 할 것 같다며 위로같지 않은 위로를 보낸단다.

사실 묵시적 갱신이 발생할 경우 집주인보다는 세입자에게 훨씬 유리하게 상황이 돌아가야 한다. 세입자는 언제든지 집주인에게 계약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3개월 후 그 효력이 발생한다. 또한 세입자가 계속 거주하길 원하면 2년간 거주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또한 묵시적 갱신이 된 경우 차임증감청구권이라고 해서 년5% 범위내에서 증액하는 것은 거절할 수 있다.

이렇게 정당한 권리 행사를 할 수 있으나 주택 거주지에서 실제 법적으로 권리를 주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어차피 계속 거주하려면 좋게좋게 넘어가는 것이 좋다라는 생각으로 결국은 집주인의 요구를 들어주는 게 현실이다.

결국 약자를 부당한 현실로부터 보호해준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법 자체는 겉껍데기에 불과한 것이었다. 

혹자는 만들어 놓은 법이 있는데 행동하지 않은 게 잘못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 있다. 권리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법적권리를 찾아 행동해야 하는 것이 옳지만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에게는 비용과 시간투자가 쉬운 일이 아니다. 

서민을 위한 정책을 대량으로 쏟아 낼 것이 아니라 먼저 이상적인 법적 권리행사와 현실 사이에 괴리감을 줄여 나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풀어가야 할 가장 큰 숙제인 듯 하다.


태그:#부동산, #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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