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주시는 오는 8월 1일부터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장애인 콜택시, 이지콜) 사업을 전주시시설관리공단에 위탁을 맡겨 운영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관련 기사 : "장애인 콜택시 불편해서 못 타겠다")

전주시 장애인 콜택시는 지난 2001년부터 장애인들의 보편적 이동권 확보를 위해 시행하고 있다. 지난 14년 동안 이 사업은 한 업체가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었다.

"보통 콜택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보름 전부터 전화 시도를 해야 겨우 예약할 수 있었어요. 새벽에 전화를 해도 30~40분 정도 시도를 해야 겨우 예약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9월 16일, 전주시 장애인 콜택시 직영 전환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기자회견 자리에서 한 장애 여성이 한 말이다.

지난 2014년 9월, 전주시 장애인 콜택시 노동자들이 가입된 공공운수노조 전북평등지부와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전주시 장애인 콜택시 민간위탁 철회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하고, 전주시의 직영 운영과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요구했다.
▲ 전주시 장애인 콜택시 노동자의 실직 지난 2014년 9월, 전주시 장애인 콜택시 노동자들이 가입된 공공운수노조 전북평등지부와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전주시 장애인 콜택시 민간위탁 철회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하고, 전주시의 직영 운영과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요구했다.
ⓒ 문주현

관련사진보기


14년 동안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던 전주시 장애인 콜택시 사업은 장애인단체들로부터 열악한 운영으로 꾸준히 문제가 제기됐다. 한때는 34대의 콜택시를 운영하면서 1명의 상담원을 배치하여 이용자들이 이용에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지난 2013년 1월에는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영 전환과 문제점 개선을 요구하는 단체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같은 문제제기가 있은 후 2년이 지나서야 전주시는 민간 위탁 방식의 운영을 전주시시설관리공단 위탁 운영으로 개선에 나섰다.

전주시는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타당성 검토 결과, 전주시설관리공단 위탁 운영 시 효율적인 조직 운영으로 공익성, 전문성, 기술성 등 서비스 질이 향상될 것으로 보고됐다"며 "교통약자에 대한 이동편의 제공 및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량 해직' 사태로 이어지고 있는 장애인 콜택시 사업

시설관리공단 위탁 운영으로 장애인 콜택시 사업의 투명성은 개선될 전망이다. 열악한 운영 방식에서 탈피하는 것만으로도 개선 여지는 충분하다.

그러나 공단 위탁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기존의 직원 51명 중 6명만이 신규채용으로 전주시설관리공단 장애인 콜택시에 채용됐다. 기존의 직원 다수의 고용 승계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전주시 장애인 콜택시 사업은 또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전주시 대중교통과는 "기존 업체가 운영하는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있었고 불친절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바꿔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았다"며 고용 승계를 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위탁을 받는 곳이 공단이 아닌 또 다른 민간업체라고 하더라도 "당 업체의 기준에 따라 채용공고를 통해 채용이 이뤄지는 것이지 고용승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고용승계 불가 입장을 밝혔다.

지난 6월, 기존 장애인 콜택시 운영을 맡았던 곰두리 봉사대 노조원들은 전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승계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방침은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45명의 노동자가 오는 7월 31일이면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도 다 삶이 열악한 이들이에요. 우리는 먹고 살기 위해 직영 전환과 같은 운영 개선을 요구했는데, 전주시가 우리를 내몰고 있네요."

지난 2012년 장애인고용공단의 소개로 입사한 오성택(53)씨가 24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오씨는 지난 7월 초 '이지콜' 입사 시험에서 3차 면접(1차 서류, 2차 인적성검사)까지 봤지만 최종 탈락 통보를 받았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다.

7월 27일 마지막 근무를 3일 앞둔 지난 24일 기자와 만난 전주시 장애인 콜택시 노동자 오성택씨. 그는 최근 3년 동안 이 사업의 여러 문제점을 제기하고 문제 해결을 전주시에 요구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실직'이었다.
▲ 전주시 장애인 콜택시 노동자의 실직 7월 27일 마지막 근무를 3일 앞둔 지난 24일 기자와 만난 전주시 장애인 콜택시 노동자 오성택씨. 그는 최근 3년 동안 이 사업의 여러 문제점을 제기하고 문제 해결을 전주시에 요구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실직'이었다.
ⓒ 문주현

관련사진보기


"당시 면접관이 경력이 길고, 화려하다는 말을 한 것이 기억나요. 제가 탈락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오씨가 속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평등지부는 교통약자 운송수단의 특성상 인권 감수성과 장애 유형 등에 대한 감수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북평등지부 신명환 조직국장은 "고용승계는 노조만 요구한 것이 아니라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들도 요구한 사안이다"며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이 채용돼서 안전에 위협을 줄 수도 있다. 10년 가까이 이 일만 한 사람들의 고용승계가 중요한 이유다"고 말했다.

장애인 콜택시 사업 문제 제기에 앞장... 돌아온 것은 '실직'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계약직으로 당시에는 월급이 120만 원이었습니다. 운행 대기 중인 차량이 있는데도, 이용자에게는 차가 없다고 하는 일도 있었어요. 부품 구입에서부터 여러 착복 의혹도 있었고, 노동자들은 열악한 상황에서 근무를 했죠."

오성택씨가 더욱 억울한 것은 일하는 과정에서 내부의 여러 문제점을 확인하고, 전주시 장애인 콜택시 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민원 제기에 앞장섰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전주시설관리공단 위탁 운영으로 장애인 콜택시 사업이 전환되고, 여러 문제점의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오씨와 같은 내부 종사자들의 목소리가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장애인 콜택시 직영 운영을 처음으로 공식 제기하며 여러 단체가 함께 만든 '전주시 장애인 콜택시 민간위탁철회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에 오씨를 비롯한 노조원들도 함께 했다.

이들은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이용자의 장애유형과 특성을 고려하고 이용자가 장애인 콜택시를 잘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제공 노력을 업체가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1년 단위로 보조금만 주고 개선책을 내놓지 않은 전주시의 탓이 크다"며 전주시의 책임있는 관리·감독을 요구했다.

사실상 14년간 장애인 콜택시 사업을 방치하고 내부에서 문제점이 곯는 동안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 전주시. 오씨는 지난 3년간 전주시에 여러 차례 문제점을 호소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어요. 시에서도 그렇게 제기하며 앞으로 업체가 잘 한다고 하니 기회를 주자는 말만 되풀이했죠. 시가 제대로 운영을 감독했다면 이런 일이 있었을까요? 문제는 전주시가 키워놓고, 그 피해는 우리 노동자들이 다 지게 생겼습니다."

그 결과가 '실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상상을 할 수 있었을까?

전주시는 장애인콜택시 사업 개선 이유를 밝히는 데에 있어서도 노조의 역할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의 문제가 복수노조에 따른 노사갈등과 불친절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시는 지난 2001년부터 전라북도 곰두리 봉사대에서 운영해온 장애인 콜택시가 복수노조에 따른 노사갈등 등으로 인해 조직이 불안정하고, 이용자들이 서비스 이용 불편과 시 직영 또는 시설관리공단 위탁 등을 꾸준히 요구함에 따라 시설관리공단 위탁을 검토해왔다". <전주시가 7월 23일 발표한 보도자료 중에서>

이런 발표에 오성택씨와 전북평등지부는 더욱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2012년 노조가 설립되고 불협화음이 발생한 적이 없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단협은 유지되어 왔어요. 지난해 말 복수노조가 회사 관리자들이 주도하여 구성된 바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갈등이 표면에 드러난 적은 없었어요. 고용승계를 하지 않기 위한 핑계에 불과합니다." (전북평등지부 신명환 조직국장)

더욱이 운전자들의 불친절을 고용승계 불가 이유로 설명하는 전주시의 무책임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기존의 장애인 콜택시 사업의 문제는 이용인들을 중심에 두고 운영되어야 했지만, 업체 편의주의로 운영을 해왔어요. 보조금이 지원되는데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전주시는 책임을 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장애인단체들의 수많은 민원에 가장 기본이 되는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열악한 노동조건도 전주시가 방치했어요."

그나마 노조가 만들어지면서 노동조건은 개선되기 시작했다. 120만 원의 월급은 140만 원으로 인상되었고, 명절에는 10만 원의 상여금이 지급됐다. 전주시에 따르면 이들의 평균 연봉은 1700만 원 수준이었다. 전주시가 마땅히 개선 노력을 기울여야 했지만, 노조가 그 역할을 대신한 셈이 됐다.

"저임금 노동자 보호대책 마련해야 할 공공기관이..."

민주노총 전북본부  법률지원센터 관계자는 전주시 장애인 콜택시 노동자 대량 해직 사태에 대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주시와 같은 공공기관이 위탁 업체를 바꿀 때는 기존의 노동자에 대한 인권과 삶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고용승계는 그런 안전망과도 같은 것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공채에 응하라고 하고 다수를 탈락시키는 것은 노동자 보호 측면에서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전주시의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전주시 장애인 콜택시 노동자들은 저임금 노동자들입니다. 그동안 저축을 할 형편도 안 되는 이들이 다수일 것입니다. 이들이 이번 일로 겪게 될 어려움은 상당할 것입니다."

이번에 직장을 잃은 오성택씨의 경우에도 3명의 자녀를 둔 가장이다. 그나마 2명은 사회 생활을 하고 있지만, 막내는 대학교를 다니고 있다. 학자금 대출로 학비를 충당하고 있지만, 불편한 왼쪽 무릎 치료에 들어가는 의료비까지 생각하면 앞이 막막하다.

오성택씨는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며 "전주시에서 운영을 잘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겠죠"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는 능력과 열정은 있지만, 회사로부터 낙점을 받지 못한 <미생> 장그래가 조용히 회사를 떠난 것처럼 27일 조용히 마지막 근무를 마쳤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장애인 콜택시, #전주시, #미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