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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팽목항 세월호 추모 리본·현수막이 철거됐다는 보도가 속출했다. 하지만 이는 오보였다.
 지난 24일 팽목항 세월호 추모 리본·현수막이 철거됐다는 보도가 속출했다. 하지만 이는 오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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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세월호 리본 철거"
"팽목항의 세월호 추모 리본과 현수막 철거돼,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세월호 유가족 팽목항 추모 리본·현수막 철거"

지난 24일 전남 진도 팽목항의 세월호 추모 리본과 현수막이 철거됐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팽목마을 주민들의 요구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리본과 현수막을 철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오보였다.

진도 팽목항 현장에 있는 자원봉사자가 보내온 사진을 보면, 리본·현수막을 철거했다는 보도가 나간 하루 뒤인 지난 25일 팽목항의 풍경은 보도와는 정반대였다. 철거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더욱 선명한 노란색의 리본과 현수막이 이전보다 튼튼하게 설치돼 팽목항을 지키고 있었다. 철거했다는 리본과 현수막이 제 발로 돌아온 것일까?

팽목항에 머무르고 있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 팽목마을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철거가 아니라 교체였다"라며 언론보도에 답답해했다. 지난 24, 25일 리본·현수막 교체 작업을 지켜본 팽목항 인근 주민 김남용씨는 27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태풍으로 훼손된 리본과 현수막을 교체하는 작업이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언론이 확인도 안 하고 철거했다고 내보내니 황당하다"라고 밝혔다.
팽목항 세월호 리본·현수막 교체 전(위), 교체 후(아래). 철거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더욱 선명한 노란색의 리본과 현수막이 이전보다 튼튼하게 설치돼 팽목항을 지키고 있었다.
 팽목항 세월호 리본·현수막 교체 전(위), 교체 후(아래). 철거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더욱 선명한 노란색의 리본과 현수막이 이전보다 튼튼하게 설치돼 팽목항을 지키고 있었다.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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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군, 4·16가족협의회 "강제철거 보도 잘못됐다"

'리본과 현수막이 철거됐다'고 한 여러 언론보도는 팽목항 인근 주민들이 세월호 추모 리본·현수막을 철거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고, 진도군이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아래 4·16 가족협의회)에 강제철거를 통보했다는 이전의 보도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리본과 현수막을 떼는 모습을 보고, 리본과 현수막을 철거하는 작업이라고 오인한 것이다.

실제로 팽목항 인근 일부 주민들은 지난 6월 29일 진도군과 국민권익위에 철거요구 탄원서를 제출한 적이 있다. 지난 13, 14일 여러 언론이 이 사실과 함께 '진도군이 4·16가족협의회에 리본·현수막을 철거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진도군은 공문 내용이 와전돼 철거를 통보했다는 식의 기사가 나왔다는 해명이다. 진도군청 세월호 사고 수습지원과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진도군은 지난 3일 철거요구 민원 접수 사실을 알리는 공문을 4·16가족협의회에 발송했는데, 공문 내용에 철거계획이 있는 것처럼 표현돼 이 내용을 수정한 공문을 지난 13일 재발송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철거를 요청하는 탄원서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알려드리려 4·16가족협의회에 공문을 보낸 것"이라며 "진도군에서 강제로 철거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당시 언론에서 문의가 왔을 때도 강제철거 통보가 아니라고 설명했는데 보도는 다르게 나왔다"고 하소연했다.

4·16가족협의회도 진도군과 같은 입장이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진도군에서 공문을 보낸 뒤 '강제철거가 아니라 민원을 처리하는 차원에서 공문을 보냈다'고 전해왔다"라고 밝혔다.

팽목마을 주민들도 철거요구가 마을 대다수 의견은 아니라고 전했다. 팽목리 청년회장 이도현씨는 "대부분 주민들은 탄원서의 내용도 몰랐다"라며 "나도 뉴스를 보고 알았다"라고 말했다. 진도군 임회면에 거주하는 김남용씨도 "팽목마을에도 의견이 다양하다"라며 "상인들은 철거하자고 주장하지만, 철거에 반대하는 주민도 많다"라고 전했다.
팽목항의 세월호 추모 현수막과 깃발이 교체됐다. 다수 언론은 현수막과 리본, 깃발이 철거됐다는 오보를 내보냈다. 이에 진도군은 강제 철거 계획이 없으며, 팽목마을 주민도 철거 요구가 주민 전체의 의견은 아니라고 밝혔다.
 팽목항의 세월호 추모 현수막과 깃발이 교체됐다. 다수 언론은 현수막과 리본, 깃발이 철거됐다는 오보를 내보냈다. 이에 진도군은 강제 철거 계획이 없으며, 팽목마을 주민도 철거 요구가 주민 전체의 의견은 아니라고 밝혔다.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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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제대로 취재도 안 하고..."

이처럼 세월호를 둘러싼 시민들의 갈등을 보여주는 보도가 많아졌다. 지난 13일에는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 철거를 요구하는 일부 보수단체의 성명과 그에 따른 보도가 잇따랐다. 같은 시기에는 진도군의 리본 철거 요구에 관한 기사가 연이어 등장했다. 이후 팽목항의 리본과 현수막이 철거됐다는 기사가 속출했다.

지난 24일 '팽목항 리본·현수막 철거' 기사가 나간 뒤 수많은 언론이 비슷한 기사를 양산했다. 하지만 오보에 대한 정정보도는 나오지 않고 있다. 4·16 가족협의회는 '언론이 나서서 '시민 대 시민'의 갈등구조를 여론화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자꾸 시민들의 갈등을 부각하는 기사는 적절치 않다"고 짧게 논평했지만 "그런 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싶지도 않다"라고 밝혔다. 그는 "언론은 예전부터 우리 입장은 물어본 적도 없다. 제대로 취재하고 보도하라"라며 언론에 대한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진도 국악고등학교 교사 고재성씨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철거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당시 기자들도 함께 들었다"라며 "그런데 언론에선 주민들이 반대해 철거한 것으로만 보도됐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24, 25일 팽목항 현수막 교체 작업에 참여한 자원봉사자 최경준씨는 "언론이 팽목마을 주민과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 사이의 갈등을 조장해 세월호 참사의 본질을 가리려는 것 아니냐"고 분노를 표시했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덧붙이는 글 | 임성현 기자는 오마이뉴스 22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팽목항, #세월호, #리본, #철거, #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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