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시시비비'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고정 언론칼럼으로 매주 한 번 <오마이뉴스>에 게재됩니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도 한국사회의 언론민주화를 위한 민언련 활동에 품을 내주신 분들이 '시시비비' 필진으로 나섰습니다.

앞으로 김동민(한양대 겸임교수), 김성원(민언련 이사), 김수정(민언련 정책위원),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김은규(우석대 교수), 김택수(법무법인 정세 변호사), 박석운(민언련 공동대표), 서명준(언론학 박사), 안성일(MBC 전 논설위원), 엄주웅(전 방통심의위원), 이기범(민언련 웹진기획위원), 이병남(언론학 박사), 이용마(MBC 기자), 정연우(세명대 교수)의 글로 여러분과 소통하겠습니다. - 기자말

TV조선 7월 23일 보도 화면 갈무리
 TV조선 7월 23일 보도 화면 갈무리
ⓒ 민주언론시민연합

관련사진보기


이번 광복절 특사에 기업인이 얼마나 포함될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기업인 사면·석방'을 요구한 지 나흘 만에 박근혜 대통령이 '8·15 사면' 필요성을 공식 언급한 것이다. '경제인 사면복권 제한'이라는 자신의 대선공약을 뒤집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고심한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대기업 지배주주,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를 제한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올해 1월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인 가석방에 대해서는 입장 변화는 없다. 기업이라고 해서 특혜를 받는 것도 안 되겠지만 기업인이라서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는 발언을 했다. 그리고 7월 16일에는 새누리당 지도부와 회동결과, 새누리당의 의견을 받아들여 광복 70주년 특별사면 대상에 경제인을 포함해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인 공약을 위반하면서까지 재벌 총수에 대한 특별사면을 하는 것은 권력을 남용하는 것과 다름없다.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면서 특별한 원칙 없이 면죄부를 주는 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위축된 경제를 살려내기 위해서는 기업 총수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이러한 기업인 사면이 투자와 일자리로 연결된다는 논리가 허구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혜훈 의원은 기업총수의 사면이 있었던 2008년과 2009년에 경제성장이 오히려 하락했고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부와 재계 입장 받아쓰기에 급급한 언론

이런 문제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벌 총수의 특별사면 이슈를 보도하는 몇몇 언론은 정부와 재계의 입장을 받아쓰기에 여념이 없다.

<조선일보>(7월 16일)는 "최근 기업인들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법원의 '엄벌주의'와 무관하지 않다"며 "2012년을 기점으로 법원이 기업인들에게 중형을 선고해왔는데, 이전에 풀려난 사람들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선 '사면 카드'가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얼토당토 않은 논리를 펴고 있다.

또 조선일보는 재벌 총수와 경제인 특별사면에 대해 반대가 54%라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내용을 보도하면서도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8.15 특사에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되거나 피선거권이 박탈된 정치인을 포함하는 것에 79%가 반대한다며, 재계에 비해 정치권에 대한 불신 정도가 더욱 강하다고 강조했다. 정치인 사면보다는 경제인 사면에 대한 반대 여론이 적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경제인 사면의 정당성을 억지로 부여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TV조선(7월 13일, 14일, 23일, 24일) 역시 '8.15 특사'에 재벌총수가 포함될 것인가를 강조하며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박 대통령의 말을 인용했다. 사면 대상을 보도하면서 최태원 회장이 "재벌 회장으로서는 최장기 옥중생활을 하며 이미 형기의 3분의 2를 채웠"다며 경제 살리기를 위해 총수의 사면이 필요하다고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반면 <한겨레>(7월 14일)는 경영 범죄에 대한 형량이 지나치게 낮은 것이 현실이라며 "박근혜 정부 들어 두 번째로 단행되는 이번 특별사면도 특혜 시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법조계의 우려를 보도했다.

JTBC(7월15일, 7월 23일)는 범죄자의 사면을 결정하는 '사면심사위원회'가 이명박 정부에서 만들어졌지만 회의록을 살펴보면 거수기 역할만 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기업 총수를 특별 사면하는 것이 국가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논리에 대해서도 학계의 이견이 있다고 보도했다.

부정행위를 일삼는 재벌총수일가를 대하는 우리 사회는 너무나도 너그럽다. 과거 국가경제 발전에 직접 기여한 바가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현재의 경영구조와 소유구조를 볼 때 재벌 오너의 순기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소수지배구조의 폐해를 없애는 개선이 필요하다.

게다가 총수일가의 경영권 유지를 위한 사익편취와 편법 증여·상속, 탈세, 횡령, 주가조작 등의 비윤리적 행위의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다. 이렇게 부작용만 남아있는 재벌의 관행으로 발생하는 손실에 우리 사회가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언론은 분명하게 밝히고 이의제기를 해야 한다.

언론은 특별사면으로 총수들의 복귀가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부풀리기에만 열중할 것이 아니라 실제 국가 경제를 이끄는 데 도움이 되는지 책임 있게 평가해야 한다. 또한 범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의 사면이 국민대통합에 기여한다고 본다면 먼저 사회정의 차원에서 국민을 납득시켜야 할 것이다.


태그:#민주언론시민연합, #재벌, #대통령, #특별사면
댓글

민주사회의 주권자인 시민들이 언론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인식 아래 회원상호 간의 단결 및 상호협력을 통해 언론민주화와 민족의 공동체적 삶의 가치구현에 앞장서 사회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