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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정원의 해킹프로그램 구입과 사찰문제와 관련해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무조건 국정원을 지키고 보자는 새누리당과 침묵으로 일관하는 청와대, 이번만큼은 제대로 반격하겠다는 새정치연합의 행보를 보면 이번 사건은 단시일 내로 국민의 관심사에서 멀어질 것 같지 않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위원장은 국정원 해킹의혹과 관련하여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합리적인 요구를 수용한다면 정보위에 참석하고, 안랩 주식에 대한 백지신탁도 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이번 국정원 해킹 사건은 빅이슈이며, 새정치연합에게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야당의 구겨진 체면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새정치연합 김광진 의원의 가벼운 가십성 발언이 이런 행보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싶다. 그 가십성 발언이란, 국정원 해킹사건에 대한 인터뷰 중에 "무조건 믿어달라는 국정원이...저 안은 교회에요, 교회"라는 부분이다, 국정원이 부실한 자료를 내놓고 무조건 "믿어달라"고 하니 답답한 심정에서 한 말이겠지만, 거기에 '교회'를 언급한 것은 김광진 의원의 교회에 대한 몰이해에 근거하는 것이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교회다운 교회를 추구하는 목회자로서 김광진 의원의 발언에 대한 불편함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아무리 한국교회가 타락했어도 국정원과 비교하다니

맨 처음 이 발언을 듣고는 민망했다. 한국교회가 이 지경까지 농락을 당해도 할 말이 없는 지경이 이르렀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간 보수대형교회의 행태와 편의점 숫자보다 더 많다는 한국교회와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는 성직자들의 행태가 오죽했으면 그럴가 자괴감도 있었다. 그러나 과연 한국교회는 그렇게 싸잡아 매도되어도 되는 것일까?

모든 종교에서 '믿음'은 핵심교리일 수밖에 없다. '믿음'이라는 것은 곧 절대자에 대한 신뢰요, 그 신뢰가 근간이 되지 않으면 신앙이 형성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믿음'의 문제는 기독교신앙의 문제만이 아니라 모든 종교의 문제다. "믿습니까? 아멘!"의 도식은 한국교회의 전반적인 도식이다. 그러나 이미 70년대 해방신학이 소개되고 민중신학이 태동되면서 이 도식은 의심받기 시작했다.

근본주의 기독교에서는 인간의 이성으로 믿을 수 없는 것, 합리적이지도 않고 과학적이지 않은 것조차도 믿는 것을 '믿음'이라고 가르쳐왔다. 문자주의나 축자영감설 같은 것들도 이런 부류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은 지극히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며 지극히 이성적이다. 그러므로 이런 교리가 더는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되었다. '무조건 믿어라'를 강조하는 교회가 아직도 현존하고, 대부분의 많은 보수대형교회가 이런 부류에 속하기는 한다. 그러나 많은 한국교회는 1970년대부터 이런 신앙적인 구도에서 벗어나고자 했고, 현재는 소수이긴 하지만 범재신론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대형보수교회나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는 곳은 여전히 '무조건 믿어라'를 강요할지 모르겠으나, 많은 한국교회는 이제 그런 도식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김광진 의원은 '타락한 국정원 = 교회'를 동일시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악조건 속에서도 나름 교회다운 교회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이들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이 점에 대해서 김광진 의원은 적절한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반성해야 할 한국교회, 본질 회복해야

그나마 한국교회가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과정까지는 사회적인 역할들을 잘 감당해 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 보수화되고 대형화되는 과정 속에서 한국교회는 중심을 잃어버렸다. 이전부터 해바라기성 교회와 성직자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80년 전두환 군부독재정권이 등장하면서는 아예 노골적으로 정치권력의 하수인이길 자처하는 교회와 성직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게다가 김영삼, 이명박이라는 장로대통령을 배출하면서 단지 '장로'라는 이유만으로도 표를 줘야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한국을 IMF구제금융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장본인이 되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구속 수감되지 않는 것이 불가사이한 일로 여겨질 정도로 파렴치한 정권이었다.

게다가 1987년 이후, 그나마 진보적인 입장에서 민주화운동의 한 축을 이끌었던 진보진영의 교회들도 대형보수교회의 성장을 벤처마킹하며 방향을 잃어버렸다. 그 결과 현재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교회가 아니라 어둠을 조장하는 교회가 되었고, 세상을 걱정하는 교회가 아니라 세상이 걱정하는 교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라면 김광진 의원의 말이 옳다고 할 수도 있겠다.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는 점이며, 이런 상황들 때문에 교회다운 교회를 추구하는 이들은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회다운 교회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7-80년대만 해도 방향만 올곧게 세우면 교회로 뜻있는 이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그 모든 것들 위에 자본의 힘까지 더해져야 교회를 나오는 영악한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이중적인 고통 속에서 교회의 본질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는 점을 김광진 의원은 간과한 것 같다.

김광진 의원은 사과해야

요즘 정치권 혹은 국회의원, 그 중에서도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어떤지 생각해 보았는가? 어쩌면 이런 가벼움들 하나하나가 쌓여서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그런 가벼운 판단력들로 국회의원을 하니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 아닌가? 새정치연합이 제1야당으로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는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지지부진하고 힘없는 새누리당2중대라는 비아냥을 듣는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좀 더 진중한 발언들과 정책을 통해서 국민에게 다가와야 하는데 싸움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싸움을 시작하기도 전에 국민을 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행태들이 만연하기 때문이 아닌가?

이번 발언도 마찬가지다. '국정원과 교회'를 동일시 한다는 것이 지금 이 현실에서 교회에 얼마나 큰 모독적인 발언인지, 더군다나 국정원의 불법적인 행위에 분노하는 교회와 성직자들에게는 얼마나 큰 상처인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태그:#김광진, #교회모독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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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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