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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발효빵을 만드는 '누룩꽃이 핀다'의 빵굽는 농부 조유성씨와 '진달래꽃'의 가수 마야.
 자연발효빵을 만드는 '누룩꽃이 핀다'의 빵굽는 농부 조유성씨와 '진달래꽃'의 가수 마야.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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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서 커피와 빵이 팔릴까? 커피와 빵을 팔아서 밥은 먹고 살 수 있을까? 누룩을 이용한 자연발효빵과 핸드드립 커피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누룩꽃이 핀다'를 처음 봤을 때 떠오른 생각이다.

화순적벽 가는 길에 위치한 '누룩꽃이 핀다'는 빵 굽는 농부 조유성씨와 커피 볶는 아내 이미경씨가 운영하는 시골 카페이자 빵집이다. 빵집이 자리한 전남 화순군 이서면의 인구는 1천 명 남짓이다. 이중 절반 가량은 65세 이상 어르신이다. 면소재지에는 면사무소와 파출소, 우체국, 농협, 허름한 구멍가게 하나가 전부다. 오가는 사람을 보기도 힘들다.

빵집을 오픈할 당시 "이런 시골에서 빵집이 되겠냐"며 주위에서 말렸지만 소위 말하는 대박을 치고 있다.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달에는 '진달래꽃'으로 유명한 가수 마야가 일부러 빵집을 찾기도 했다.

'누룩꽃이 핀다'의 커피볶는 아내 이미경씨.
 '누룩꽃이 핀다'의 커피볶는 아내 이미경씨.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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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누비다 찾은 곳 화순

순천시 주암면이 고향인 조유성(45)씨는 대학 시절부터 귀농을 꿈꿨다. 하여 졸업 직후 고향으로 귀농했지만 준비되지 않은 귀농은 실패의 쓴 맛만을 남긴 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하지만 귀농하겠다는 마음을 접은 것은 아니었다.

재귀농을 위해 귀농 후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3년여 동안 전국을 누볐다. 그러다가 아는 선배와 함께 이서면 안심마을에 터를 잡았다. 고향이 워낙 산촌이었던 탓에 넓은 들이 있는 곳으로 귀농하고 싶었지만 무등산 자락 산골마을과 인연이 닿으면서 '화순사람'이 됐다.

아내 이미경씨와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만났다. 미팅이나 소개팅 한 번 없이 보낸 학창시절이 억울해 처음 나간 소개팅 자리에서 만난 사람이 아내다. 졸업 후 바로 고향으로 귀농한 터라 1년여를 순천과 서울을 오가며 사랑을 키우다가 결혼했다.

누룩꽃이 핀다의 메뉴는 단촐하다. 앙금이 듬뿍 들어간 단핕빵, 소보루빵, 쿠키, 커피와 매실음료, 오렌지주스가 전부다.
 누룩꽃이 핀다의 메뉴는 단촐하다. 앙금이 듬뿍 들어간 단핕빵, 소보루빵, 쿠키, 커피와 매실음료, 오렌지주스가 전부다.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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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볼라벤, 좌절 그리고 희망

성공적인 귀농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 큰 아이의 이름을 따서 '우석이네 농장'이라 이름 붙이고 토종닭을 키웠다. 유정란을 파는 재미가 쏠쏠했다. 우석이와 함께 들어간 마을에서 율리와 우영이를 낳으며 식구도 늘었다. 축사도 4동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2년 한반도를 강타한 슈퍼 태풍 볼라벤이 직격탄을 때리면서 축사의 절반 이상을 잃었다. 상실감과 스트레스로 고질병인 천식이 도졌고 전립선염도 앓았다. 허리디스크 파열로 수술도 받았다. 생계가 막막했다. 아내에게 농장을 맡기고 광주로 일을 다녔다.

직장을 다니면서 자연발효빵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제과제빵 학원을 다니면서 빵 굽는 방법을 배우고 아내는 커피 볶는 법을 배웠다. 우연한 기회에 야사마을 자연발효빵 체험장 운영을 맡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빵을 굽기 시작했고 시골빵집 '누룩꽃이 핀다'를 오픈했다. 거처도 빵집 인근으로 옮겼다.

조유성씨 부부가 매일 정성껏 구워내는 누룩꽃빵과 쿠키들
 조유성씨 부부가 매일 정성껏 구워내는 누룩꽃빵과 쿠키들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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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발효 건강먹거리 누룩꽃빵

'누룩꽃이 핀다'의 빵은 이스트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발효액으로 만든다. 천연발효액은 막걸리를 만들 때 사용하는 재래식 누룩으로 발효시킨 효모와 제철 싱싱한 과일의 즙을 섞어 하루 동안 발효시킨 후 여기에 당뇨병 예방과 혈관강화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뽕잎가루를 넣고 6시간 숙성시켜 만든다.

누룩꽃빵집에서는 여느 빵집과 달리 오후 2시 무렵이 돼야 구운 빵을 맛볼 수 있다. 종류도 많지 않다. 단팥빵과 머핀, 파이, 쿠키가 전부다. 하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빵이 나오는 시간이 되면 갓 구운 따끈따끈한 빵을 맛보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선다.

빵집에서 사용하는 우리밀과 유정란 등 모든 재료는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다. 야사마을과 인근 마을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팥과 뽕잎을 사용하면서 주민들의 주머니도 한결 두둑해졌다. 재료도 아끼지 않는다. 팥고물이 가득한 단팥빵은 설탕을 전혀 넣지 않았지만 달달하면서도 담백하다.

아내 이미경씨의 핸드드립 커피도 일품이다. 무등산을 바라보며 코 끝을 간질이는 시골의 건강한 기운을 느끼면서 천연발효액으로 만든 빵과 함께 즐기는 커피 한잔의 여유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다.

전남 화순군 이서면 야사마을에 위치한 시골빵집 '누룩꽃이 핀다'
 전남 화순군 이서면 야사마을에 위치한 시골빵집 '누룩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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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하면 '누룩꽃빵'

조유성씨는 태풍으로 "농장을 잃고 건강까지 나빠져 힘든 일을 못하게 되면서 인생의 낙오자가 된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자연발효빵 덕분에 건강도 되찾고 좌절에서도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일굴 수 있었단다.

면역력 향상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베타글루칸'이 버섯이나 곡류보다도 40배 가량 많이 들어있는 효모를 천연발효시켜 만든 누룩꽃빵을 즐겨 먹다보니 건강도 좋아지고, 빵집 운영을 통해 안정적으로 농촌에 정착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조유성씨는 "천연발효 효모로 만든 누룩꽃빵은 최고의 건강먹거리다"며 "경주의 '경주빵'처럼 오래도록 지역민들과 함께 하면서 누룩꽃빵을 화순의 대표적인 빵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시골빵집 '누룩꽃이 핀다'는 이서면 소재지에 위치해 있다. 단체 주문의 경우 이틀 전에 미리 주문하는 것이 좋다. 빵집 인근에는 30여 년 만에 일반에게 개방된 화순적벽과 조선시대 호남의 4대 실학자로 꼽히는 규남 하백원 선생 박물관, 근대 서양화의 대가 오지호화백 기념관과 생가,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추진됐던 공룡화석지 등이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순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화순, #누룩꽃이 핀다, #빵굽는 농부, #커피볶는 아내, #조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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