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힐링'이라는 트렌드에 맞추어 스타를 초대해 스타도 힐링하고, 그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시청자도 힐링해 주겠다는 기획의도 아래 시작했던 SBS <힐링캠프>가 햇수로는 4년을, 회차로는 190회를 넘어섰다. 처음 MC였던 한혜진이 결혼과 함께 물러나고 성유리가 그 뒤를 잇는 시간, 이경규는 <힐링캠프>의 중심이 되었고 김제동은 조용히 그 곁을 지켜왔다. 때로는 그의 존재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정도로.

이제 나올 만한 사람은 웬만큼 나왔고, 아예 몇 번씩 등장한 스타들도 있었다. 고갈된 출연진 풀에, 변화된 트렌드에 맞춰 때로는 집단 토크쇼를 시도해 보기도 하고, 요리도 해 보고, 시청자들을 찾아 나서기도 했지만 그 어떤 것도 <힐링캠프>의 진부한 분위기를 쇄신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어느덧 '힐링'이란 단어만으로 모든 것이 이해되고 설명되었던 시기가 지나고, '힐링'이란 단어만으론 더 이상 위로가 되지 않는 때가 되었다.

이에 <힐링캠프>는 일대 혁신을 시도하였다. 지난 4년간 실질적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 온 이경규를 하차시킨 것이다. 반면에 그의 곁에서 조용히 지내오던 김제동을 단독 MC로 잔류시켰다. 그의 잔류에 많은 사람들이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 토크 콘서트의 방송 버전인 JTBC <김제동의 톡투유-걱정 말아요 그대>(이하 <톡투유>)도 비교한다. 이에 <힐링캠프> 제작진은 묘수를 짜낸다. 기존의 <힐링캠프>와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를 합체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힐링캠프> +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 = ???

 SBS <힐링캠프>의 진행을 맡은 김제동

SBS <힐링캠프>의 진행을 맡은 김제동 ⓒ SBS


새로운 <힐링캠프>의 시작은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와 비슷했다. 499명의 방청객들, 그리고 그들을 단번에 들었다 놨다 하며 좌중을 집중시켜 버리는 김제동.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499명의 관객들은 개었다 흐렸다, 박장대소를 하다,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이래서야 <톡투유>와 다르지 않지 않은가. 그래서 제작진은 499명의 관객들을 MC로 둔갑시킨다. 그리고 단 한 명의 게스트, 배우 황정민을 무대로 올린다. 짧은 그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졸지에 MC가 되어버린 499명의 관객들이 우후죽순 황정민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고, 그에 따라 프로그램은 마치 변칙 복서처럼 좌충우돌한다.

황정민을 '오빠'라고 부르는 여자 관객은 영화 속 그의 대사를 주문하고, 중학생 관객은 이도저도 아닌 자신의 현재를 투영하여 질문을 던진 뒤 황정민의 명쾌한 답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이 좋은 것 같다'는 당돌한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갈 길이 아득한 배우 지망생에게는 '노력하지 않는 자에겐 운조차 찾아올 길이 없다'는, 경험에서 우러난 충고가 전해지기도 한다.

이렇게 황정민이라는 인물에 천착해 진행되던 프로그램은 후반에 가선 특별한 사람과 함께 하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이제 황정민은 게스트지만, 그의 뒤를 가득 메운 메모지 속 보통 사람들의 사연을 함께 하는 순간 그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또 한 사람의 관객이 된다.

그리고 그는 보다 적극적으로 풋풋한 젊은 남녀의 연애사에 개입하기도 하고, 암에 걸린 아내와 남편의 애틋한 사연에 함께 눈물짓기도 한다. 어느새 프로그램은 황정민으로 인한 힐링 대신, 황정민을 포함한 500명이 함께 하는 '공감'의 온도를 높인다.

일반인 예능+연예인 예능 조합은 신선하지만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황정민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황정민 ⓒ SBS


이미 KBS 2TV <안녕하세요>나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와 같은 일반인 예능 프로그램의 구색이 갖춰져 가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보통 사람들의 예능'으로 출사표를 던진 <힐링캠프>의 선택은 기발했다. 기존 연예인 예능과 일반인 예능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신선한 실험이라 평할 만도 하다.

하지만 그저 '첫 술에 배부르랴'란 덕담을 던지기엔 개편 첫 회 <힐링캠프>가 남긴 숙제는 적지 않아 보인다. 일단 연예인 예능과 일반인 예능의 결합 자체는 신선했지만, 동시에 어색할 수도 있다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황정민이란 스타에 집중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지도 않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또한 김제동의 지인으로서가 아니라, 영화 <베테랑>의 개봉을 앞둔 배우 황정민이 과연 개편된 <힐링캠프>에 나와서 어떤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었는가도 의문이다. 분명 황정민은 프로그램 말미 매우 만족스러운 듯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영화를 홍보한 것도 아니요 과거 <힐링캠프>에 출연했을 때 풀어놓은 이야기 이상의 그 무엇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관객들과 나눈 이야기가 크게 신선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던져지는 일반인들의 질문에 능수능란하게 대응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또 그나마 오랜 연극 무대 경험을 가진 황정민이 이 정도인데, 그보다 무대 경험이나 내공이 적은 사람이라면 과연 1인 게스트로서 <힐링캠프>를 이끌어 갈 수 있을까.

물론 김제동을 포함한 500명의 MC라지만 결국 무대 중앙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게스트의 능력에 따라 프로그램의 재미는 함께 널을 뛸 수밖에 없다. 스타의 이야기도 듣고 그 역시 보통 사람으로 관객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눈다는 <힐링캠프>의 취지는 높이 할살 만하다. 그러나 스타도 관객도 그저 맛보기가 되거나, 따로 놀게 되는 무게 중심의 어정쩡함은 한동안 <힐링캠프>의 숙제로 남게 될 듯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힐링캠프 김제동 황정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