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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2014년 9월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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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김신 부장검사)가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10년 전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현 국정원)의 도청 사실을 밝혀 전직 국정원장 2명을 기소한 검찰이 이번에는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은 27일 새정치민주연합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고발한 국정원 해킹 사건을 공안2부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애초 관측과 달리 첨단수사부와 특수부 등이 포함된 특별수사팀의 형태는 꾸려지지 않았다. 사건은 공안부에 배당됐지만 수사 내용이 해킹 등 기술적인 내용이 포함된 점을 고려해 3차장 산하 첨단범죄수사부가 지원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여부와 해킹 불법성 따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고발인인 새정치연합 관계자를 상대로 조만간 고발 취지 등을 조사한 뒤 수사 대상을 압축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박근혜 정부 들어서 세 번째 검찰의 국정원 수사가 시작됐다(관련기사: 국정원 수사 때마다 '우여곡절'... 검찰, 이번에는?).

최근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업체로부터 해킹 프로그램(RCS, 리모트 컨트롤 시스템)을 구입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 사찰 의혹이 불거졌다. 이 프로그램은 스마트폰에 대한 해킹도 가능해 대상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다. 지난 18일에는 이 프로그램을 직접 구매․운용했던 국정원 직원 임아무개(45)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국정원 해킹 의혹은 불길처럼 번진 상태다.

지난 23일 새정치민주연합은 해킹 프로그램 구매 당시인 2012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소프트웨어 중개업체 <나나테크>를 통신비밀보호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10년 전엔 국정원장 2명 구속... 공안2부, 이번에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국가정보원의 해킹 의혹과 관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스파이웨어를 수입 판매하는 과정에서 인가를 받지 않아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주) 나나테크를 고발하는 고발장을 들고 검찰 청사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새정치연합, 국정원 해킹의혹 고발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국가정보원의 해킹 의혹과 관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스파이웨어를 수입 판매하는 과정에서 인가를 받지 않아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주) 나나테크를 고발하는 고발장을 들고 검찰 청사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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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두 차례 국정원 도청 의혹 수사 전력이 있다. 2002년 안기부 도청 의혹 사건과 2005년 삼성 X 파일 사건으로 두 사건은 공교롭게도 현 황교안 국무총리의 지휘 아래 이뤄졌다.

2002년 서울지검 공안2부장 시절 황 총리는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정형근 의원 등이 폭로한 국정원 도청 문건 수사를 담당했다. 당시 검찰은 국정원을 찾아가 현장조사를 벌인 뒤 "지금의 기술 수준으로는 휴대전화 도·감청이 불가능하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이 결론은 불과 3년 만에 뒤집혔다. 2005년 '안기부 엑스파일' 및 국정원 도청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국정원이 오랫동안 휴대전화 불법 도청을 한 혐의로 임동원·신건, 두 전직 국정원장을 구속했다.

당시 드러난 불법 도청 조직, '미림팀'의 존재는 충격적이었다. 김영삼 정부가 1994년 6월부터 1998년 4월까지 운영한 '미림팀'은 정·재계 유력인사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도청 활동을 벌였다. 주요 인사들이 자주 찾는 호텔과 한정식집, 룸살롱에 포섭된 지배인과 종업원이 예약 정보를 알려오면 도청 장비를 미리 설치해 놓고 대화 내용을 엿듣는 방식이었다.

이 사건은 MBC 이상호 기자가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대화가 도청된 것을 폭로하면서 밝혀졌다. 이 사건이 범 삼성가로 수사가 확대되자 이를 보도한 기자는 기소한 반면 엑스파일에서 거론된 '떡값 검사'들과 삼성 경영진은 무혐의 처분해 논란을 일으켰다.

2005년 김승규 당시 국가정보원장은 대국민 사과에서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도청 대상과 규모는 줄었지만 도청 작업은 2002년 3월까지 진행됐다"고 밝혔다. 또 "휴대전화는 기술적으로 도청이 불가능하다"던 기존 주장과 달리, 기지국을 중심으로 반경 200m 이내에서는 도청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2005년에는 대통령이 힘 실어줬지만... 침묵하는 박 대통령

10년 전과 다른 점은 사건을 대하는 대통령의 태도다.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진상 조사를 지시하며 검찰 수사를 독려했다. 노 대통령은 당시 "국가기관이 불법으로 도청을 자행한 것은 부끄럽고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정부는 불법행위를 철저히 밝히고 유사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즉시 단호히 조치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 해킹 의혹이 불거진 지 20일이 넘는 이날까지도 어떤 언급도 내놓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재임 당시에는 "정부나 국정원이 무슨 말을 한들 국민이 믿겠느냐"며 "(국정원이) 국민이 믿을 수 있을 때까지 스스로 증명해 보여야 한다"라고 비판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관련기사 : 박 대통령의 침묵, 국정원 알아서 '꼬리' 잘라라?).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서울지검 공안2부, #황교안 국무총리, #국정원 해킹 의혹, #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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