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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 중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동행 의원들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더블트리 바이 힐튼호텔에서 열린 한국전참전용사 만찬에서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유가족들에게 큰절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 왼쪽). 그리고 1883년 9월 일행은 당시 대통령인 아서를 접견한 사절단 보빙사(민영익 등 8명)가 절을 하는 모습(오른쪽)
 방미 중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동행 의원들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더블트리 바이 힐튼호텔에서 열린 한국전참전용사 만찬에서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유가족들에게 큰절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 왼쪽). 그리고 1883년 9월 일행은 당시 대통령인 아서를 접견한 사절단 보빙사(민영익 등 8명)가 절을 하는 모습(오른쪽)
ⓒ 연합뉴스/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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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신문에서 재미있는 사진 한 장을 보았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미국을 방문해서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만나 큰절을 올렸다고 합니다.

미국인에게 한국식 큰절이라? 미국인들에게 전례 없는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감사의 대상이 무엇인지, 그게 감사할 일인지는 여기서 왈가불가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여당 대표가 자국민에겐 그런 예를 차리지 않으면서(요즘 국민들에게 허리를 굽히고, 아니 머리를 조아리고 사죄할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세월호 문제, 국정원 문제... 이런 것은 아예 염두에 두지 않는 모양이지요?) 외국에 나가 단순히 허리를 굽힌 게 아니라, 아예 머리를 땅에 조아렸다고 하니 당혹스럽기 그지없군요.

미국을 방문 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동행 의원들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더블트리 바이 힐튼호텔에서 열린 한국전참전용사 만찬에서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유가족들에게 감사의 큰절을 올리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동행 의원들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더블트리 바이 힐튼호텔에서 열린 한국전참전용사 만찬에서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유가족들에게 감사의 큰절을 올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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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3년 민영익을 정사로 하는 사절단이 만들어져 미국을 갔습니다. 서유견문을 쓴 유길준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게 바로 그 전 해에 있었던 미국과의 수호통상조약에 따른 답례방문단, 곧 보빙사였습니다.

사절단은 일본을 거쳐, 미국 증기선을 타고, 한 달 만에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대륙횡단열차를 타고 뉴욕에 도착합니다.

이들의 신세계에 대한 놀라움이 어땠을까요?

1883년 9월 어느 날 일행은 당시 대통령인 아서를 만납니다. 대통령이 뉴욕을 방문했을 때 만나게 된 것이지요. 호텔로 안내되어 초조하게 대통령을 기다리는 데, 처음 만나면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답니다. 그런데 아직 합의가 안 된 상황에서 갑자기 문이 열리고, 대통령이 나타났습니다.

사절단은 반사적으로 엎드려 큰 절로 대통령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이것을 당시 어떤 신문사 사진기자가 포착해 신문에 냈습니다. 그쪽 사람들 입장에선 기가막힌 인사였겠지요. 세상에 이런 인사를 받아보다니.

132년이 흐른 지금 미국인들은 이런 인사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김무성 대표와 그 일행은 민영익 일행의 해프닝을 기억하고 있을까요. 무릇 한 나라의 외교는 격을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김무성 대표는 미국인 참전용사들에게 그리도 큰 예를 갖추었으니 올해 8.15 광복절이 되면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해방이 되었어도 변변히 대접도 받지 못한 독립투사들과 그 후손들에게, 진짜 큰 절 한 번 하는 게 어떨까요? 여당의 대표가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1883년 9월 미국 대통령인 아서를 접견한 사절단 보빙사(민영익 등 8명)가 절을 하는 모습
 1883년 9월 미국 대통령인 아서를 접견한 사절단 보빙사(민영익 등 8명)가 절을 하는 모습
ⓒ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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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박정훈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김무성, #민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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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로스쿨에서 인권법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30년 이상 법률가로 살아오면서(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역임) 여러 인권분야를 개척해 왔습니다. 인권법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오랜 기간 인문, 사회, 과학, 문화, 예술 등 여러 분야의 명저들을 독서해 왔고 틈나는 대로 여행을 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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