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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중학생이 된 조카들과 경북 구미시에 있는 금오산을 다녀왔다. 오랜 세월 우리나라 국민들은 금오산 정상을 밟지 못했다. 1953년 당시 한미행정협정에 따라 정상 부근에 미군통신기지가 설치되었고, 그 이후 민간인은 출입이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등산객들은 정상을 밟아보지 못한 채 10m 아래에 세워진 현월봉에서 머물다 내려와야 했다.

그러다 2014년 10월 현월봉 정상 부분의 일부분을 미군 측으로부터 반환받았다. 아직 남아 있는 미군의 통신기지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이제는 금오산 정상을 오롯이 밟을 수 있다.

금오산을 산행하는 길에는 해운사 사찰에 들를 수 있다. 해운사는 여느 사찰 못지 않게 고즈넉하고 역사가 깊다. 하지만 유명한 사찰이 있는 경우에는, 등산을 할 때 지불해야하는 문화재관람료가 해운사에는 없다. 해운사는 신라 말기에 도선국사가 창건하였으며, 창건당시에는 대혈사로 불렸다. 대혈사는 1592년 임진왜란 당시에 불타버렸다고 한다. 1925년 중창하면서 해운사로 명칭했다.

천연 동굴, '큰 구멍' 대혈

금오산 해운사와 그 뒤편 절벽에 천연동굴인 도선굴이 있다.
 금오산 해운사와 그 뒤편 절벽에 천연동굴인 도선굴이 있다.
ⓒ 여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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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혈은 '큰 구멍'이란 뜻이다. 해운사 뒤편에는 암벽에 뚫려 있는 천연 동굴이 있다. 이 동굴을 대혈굴, 도선굴, 또는 야은굴로 불렸다. 현재는 정식 명칭이 도선굴로 불리고 있다. 도선국사가 대혈굴에서 수행했다는 기록에 근거해서 도선굴로 불린다. 야은 길재 선생이 도선굴에서 은거했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그러한 이유로 옛기록에는 야은굴로도 기록되어있다.

도선(827~898)은 전라남도 영암 출생이다. 신라 말기의 승려이며 풍수설의 대가로 전해진다. 도선국사가 죽은 이후 고려 인종(1122~1146)은 도선을 선각국사로 추봉했다. 도선국사가 쓴 책으로 추정되는 <도선비기>는 풍수지리설을 기초로 하여 쓰여져 있다.

<도선비기>는 고려의 정치 사회면에 큰 영향을 가져왔다고 한다. 도선국사와 관련된 흔적은 호남에 있는 월유산, 백계산에 많이 남아있다. 도선국사와 관련해서는 영남에는 경북 구미에 대혈사를 창건한 기록과 김천에 있는 청암사를 창건한 사실이 있다. 그리고 도선굴에서 수행한 사실이 전해져 현재도 이 천연동굴을 도선굴로 부르고 있다.

대혜폭포
 대혜폭포
ⓒ 여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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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사를 조금 올라가면 금오산 정상가는 길과 도선굴로 가는 길의 갈림길에 대혜폭포가 있다. 구미 지방의 용수 공급에 큰 혜택을 주었다는 의미에서 대혜폭포라 불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이 대혜폭포의 물길은 구미 시내를 가로지르는 금오천을 지나 낙동강으로 흘러간다.

오형돌탑
 오형돌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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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혜폭포를 지나 금오산을 오르다 보면, 요사이 등산객들에게 꼭 들려야 한다는 입소문이 난 오형돌탑이 있다. 이 탑들은 한 할아버지께서 손주가 10살 즈음에 죽자, 그 손자를 기리기 위해서 돌탑을 쌓았다고 한다. 오형돌탑의 이름도 금오산의 '오'자와 손주 이름에서 '형'자를 따서 붙였다고 한다.

풍만한 얼굴의 보살이 맞아주다

 금오산 마애보살입상(보물 제490호)
 금오산 마애보살입상(보물 제4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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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돌탑을 거쳐서 정상에 오르는 길에 금오산 마애보살입상을 만날 수 있다. 금오산 마애보살입상은 절벽의 바위면을 깎아 만든 높이 5.5m의 고려시대 보살상이다. 보살상이 암벽의 모서리 부분을 중심으로 양쪽에 조각된 특이한 구도이다. 얼굴은 비교적 풍만하지만, 눈은 가늘고 입도 작다. 이는 신라시대의 보살상과는 다른 고려시대의 보살상의 특징이라고 한다.

쌍거북이 돌탑
 쌍거북이 돌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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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산 정상에는 약사암이 있으며, 정상에서 오른편으로 쌍거북이 돌탑이 보인다. 정상에서 한 바퀴를 돌면 경상북도 구미시, 김천시, 성주군, 칠곡군을 내려다 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경수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hunlaw.tistory.com/)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금오산, #오형돌탑, #도선국사, #도선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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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이 되는 생활 헌법(좋은땅 출판사) 저자, 헌법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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