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회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

20회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 ⓒ 부산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23일 20회를 맞는 올해의 공식 포스터 선정을 완료했다. 영화의 전당을 주제로 하여 실사 사진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과거 부산국제영화제는 전통적으로 회화 작품을 바탕으로 하는 포스터를 주로 만들어 왔으나, 올해는 사진을 활용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 포스터 사진과 디자인은 최순대 부산국제영화제 미술감독이 맡아 완성했다. 

부산영화제 측은 "20회를 맞는 특별한 해인만큼 영화 문화 공간으로 성장한 영화의전당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의지를 이번 포스터에 담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공식 포스터는 상단부가 검은색으로 채워졌는데 이를 두고 "정치적 시련을 겪고 있는 부산영화제의 현실을 담은 것"이라는 평이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다이빙벨> 상영 이후 감사원의 감사와 부산시장의 집행위원장 사퇴 압박, 최근 영진위의 지원금 삭감 등 정치적 압박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포스터 발표 역시 예년보다 3개월가량 늦어졌다. 일반적으로 부산영화제 포스터는 4월 중에 발표돼 왔다. 올해는 외부 요인으로 공세가 이어지면서 포스터 관련 업무가 한참 뒤로 미뤄져왔다.

 지난 16일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참석한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이 레드키펫으로 입장하고 있다.

지난 16일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참석한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이 레드키펫으로 입장하고 있다. ⓒ 부쳔영화제


이에 부산영화제 실무 관계자는 "감사 등이 이어지면서 다른 업무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할 만큼 상당한 차질이 빚어진 것은 맞다"고 말했다. 올해 부산영화제의 포스터에 어두운 현재의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지점이다.

또한 최근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 선임 과정에서 부산시 몫으로 이명식 부집행위원장이 임명된 것과 함께 한 자리 늘어난 부조직위원장에 영화제 전용관으로 활용되고 있는 '영화의 전당' 대표를 앉히기로 예정돼 있는 것도 영화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의지를 담았다는 영화제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포스터 내 '영화의 전당' 상단의 검은색이 가벼이 보이지 않는 이유다. 영화제에 가해진 정치적 압박과 이에 따른 암울한 분위기를 반드시 이겨내겠다는 의지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는 느낌이다.

영화제를 앞두고 새로운 공동집행위원장과 부집행위원장을 선임하며 외형적으로 갈등이 마무리 된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시련은 계속되는 중이다. 부산시의 지원 예산이 올해부터 '일괄 지급 후 정산'에서 '매월 필요한 비용을 신청해 지급'받는 것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부산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신청금액과 정산비용이 맞지 않을 경우 페널티를 받을 수 있어 우리는 금융권의 대출을 받아 활용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행사나 일정에 따라 유동성이 많은 상황에서 매월 소요될 예산을 정확히 확정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산지역 문화단체 한 관계자는 "부산시의 지원을 받는 모든 행사 등에 대해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 부산시는 '지원 방법이 바뀐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부산영화제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영화제는 대출이라도 받아서 우선 해결한다지만 그렇지 못한 행사나 단체들이 대부분이라 시의 지원금을 매월 지급받는 과정에서 실무자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명식 신임 부집행위원장 <다이빙벨> 논란 질문에 답변 피해

 20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개최되는 아시아필름마켓 포스터

20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개최되는 아시아필름마켓 포스터 ⓒ 부산국제영화제


한편 부산영화제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 16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에 이용관 집행위원장과 함께 참석하는 것으로 위원장 임명 후 첫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부산시장이 지명한 인사로 낙하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이명식 부집행위원장도 함께 참석해  영화계 인사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이명식 부집행위원장은 서병수 시장의 선거 운동을 도와준 인연으로 임명된 것이라는 소문에 대해 "시장님과 학교 선후배 관계일 뿐 선거운동에 관계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 부집행위원장은 "시장님과 영화제 사이에 서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잘 풀려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서병수 부산시장에 대한 영화계의 불신이 오해임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한 중견 영화제작자는 "시장님 주변에 간신들이 있는 것 같다"며 영화제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부산시장이 잘못된 말들을 듣고 있는 것 같다"며 부집행위원장이 가교 역할을 잘 해주기를 요청했다.

이 부집행위원장은 '지난해 <다이빙엘> 상영 강행에 대한 평가와 부산시장의 프로그램 간섭을  어떻게 평가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다음에 한번 이야기를 하자"며 답변을 피했다.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은 8월초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부산영화제 공동 집행위원장 이후 영화제 운영과 역할에 대한 생각을 밝힐 예정이다.


부산영화제 포스터 이용관 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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