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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별별다방으로 소에쇼> 표지
 책 <별별다방으로 소에쇼> 표지
ⓒ 북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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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이란 '카운슬러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전문적 지식과 기능을 가지고 내담자 자신과 환경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며,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며 효율적인 행동양식을 증진시키거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원조하는 활동'(<사회복지학사전> 인용)이란 사전적 의미가 있다.

기자는 상담에 관한 한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대학에서도 목사가 되는 과정을 밟을 때 상담에 대한 지식을 꽤 많은 시간 습득했다. 그렇더라도 상담학으로 학위를 취득한 게 아니니 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30년 이상 목회를 하며 많은 성도를 대하다 보니 늘 하는 게 상담이다. 대부분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막상 상담해 보면, 사전적 뜻은 별 의미가 없다. 가장 잘하는 상담은 진심 어린 마음으로 들어 주는 것이다.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무엇인가 가르치고 고치려고 하는 의도가 강하면 강할수록 효과는 떨어진다. 모든 내담자는 자신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다만 그것을 끌어내지 못할 뿐이다. 내 경험에 따르면, 진심으로 들어주면 스스로 감정의 변화를 일으키고, 이후에는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찾게 된다.

이런 상담의 오묘한 이치로 볼 때, <별별다방으로 오세요>의 저자(상담자) 홍여사는 탁월한 소양이 있다. 그가 상담학을 공부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없다. 어렴풋이 느끼기에는 상담학보다는 실제와 경험 그리고 인성에 기댄 따뜻한 상담을 하고 있다. 이 책은 부부·가족 문제, 황혼의 사랑 등에 대한 상담자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형식으로 짜여있다.

인터넷을 통해 인기를 누리는 상담코너라 댓글도 소개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세 사례를 중심으로 홍여사의 답변에 이어 기자의 답변을 첨가해 보기로 한다. 물론 정답은 없다.

사례1 – 우리 집 침실의 영원한 갑을관계

내담자) 15년 차 40대 주부다. 우리 부부가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는 피부 관리, 침실 분위기, 속옷, 조명, 와인까지 일일이 내가 준비한다. 늘 내가 요구하고 매달린다. 다른 커플들은 반대라는데 나는 너무 밝히는 여자인가. 침실의 갑이 아내여도 되는가. 내가 요구하지 않으면 남편은 한 달이건 두 달이건 아무런 티 없이 잘도 지낸다. 내 속만 뒤집힌다. 아이들에게도 여전히 다정한 아빠다. 남편은 남자로서 결격사유가 있는 걸까.

홍여사) 침실에서의 남편의 과도한 요구가 부담스럽다는 아내들이 많다. 내담자의 경우는 반대다. 그런데 나름의 요령과 노력으로 남편을 자극하고 침실 분위기를 끌고 가는 아내를 만난 것 자체가 기쁘다. 부럽고 경탄스럽다. 남편과 기질이 달라서 그렇지 문제가 없다. 남편보다는 '밝히는 여자'라고 생각하는 내담자의 보수적 성 의식이 문제다. '밝히는 여자'의 망령에서 벗어나는 게 좋겠다.

기자) 아무리 다정해 보이는 부부도 그 부부만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서세원·이정희 부부 사건을 알고 있다. 매스컴에 그들이 등장할 때 다들 잉꼬부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파경에 이르렀다. 부부의 문제는 부부가 푸는 것이다. 밝히는 여자? 내담자의 남편이 가장 좋아할 스타일이다. 다만 둘 다 그러면 집안 망한다. 하하하.

둘은 천생연분이다. 성격(性格) 차이로 이혼했다는 사람들의 속을 들여다보면, 아마 성적(性的)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서일 터다. 둘은 같은 것이고 또 다른 것이다. 내담자의 경우 성격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성적 차이는 없는 듯하다. 내담자의 경우처럼 아내의 '갑질'을 남편이 거부하지 않으니 성적 차이는 없다. 이젠 남편과 대화를 하라. 솔직한 성적(性的) 대화를 하라.

사례2 – 차라리 나보다 나은 여자와 바람이 났더라면

내담자) 남편이 3년 동안 바람을 피웠다. 친구의 목격으로 알게 되었다. 카톡, 메시지, 이메일을 뒤져보니 상대 여자의 사진까지 나왔다. 더 충격인 것은 나보다 못한 여자다. 남편 스타일도 아니고, 남편보다 세 살 연상이고, 못생겼다. 외모를 뛰어넘는 둘 만의 무엇이 있는 건가? 남편의 말에 기가 막힌다. "내가 그런 여자 따위에 눈이 돌아가게 내버려 둔 당신한테 책임이 있어."

홍여사) '남자는 다 어린애이고 도둑놈'이란 말이 있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아내 아닌 여자에 대한 욕망이 있다. 그녀가 더 멋져서가 아니라 일종의 놀이다. 사탕과 장난감을 쥐여주는 여자와 불륜에 빠지게 된다. 아내와의 결혼관계와 여자와의 놀이를 구별하려는 이중적 태도가 있다. 그래서 어린애고 도둑놈이다. 평소 남편을 사랑했는지, 존경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기자) 바람난 상대가 나보다 못한 게 속상하다?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지 않고 딴짓을 한 것보다? 여자의 '핵존심'인가? 의아함이 남는 사례다. 남편의 변명에 박수 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바람을 피운 게 아내 탓'이라는 건 바람피운 남편들의 말이니까. 남편의 상대가 어떤 여자냐는 중요하지 않다.

아내는 그 여자의 단점을 말하지만, 남편은 아내의 단점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 여자의 나은 점을 말한다. 내담자는 상대 여자가 철자도 틀리고 낯 뜨겁고 저속한 표현 등을 남발한다고 했다. 한편 남편은 지적이고 가방끈은 누구보다 길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그 지점이 남편이 바람을 피운 지점이다. 고상한 척하던 남편이 언제 이리 저속해졌을까, 이해를 못 하고 있다. 이는 이해의 수준이 아니다. 반대로 아내의 고상함이 남편을 숨 막히게 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봐야 한다. 속성상 남녀관계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 맞는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사례3 – 홀로 되신 아버님께 다가온 위험한 로맨스

내담자) 12년 차 맏며느리다. 시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셔서 모시려고 했는데 아버님이 혼자 살겠다고 하셔서 옆 동에 모셨다. 우연히 아버님이 만나는 여자 분이 있다는 걸 알았다. 나보다 10살이나 더 먹었을까 젊은 여성으로 평소 인자하신 아버님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서랍을 뒤져 카드 명세표를 확인하고 놀랐다. 선물하느라 쓴 돈이 엄청나다. 평소 근검절약하시던 분이 과할 정도다.

혹시 혼자 된 어른을 노리는 여자는 아닌지 걱정된다. 남편에게 말하니 왜 그런 걸 뒤졌느냐고 화를 낸다. 사생활에 간섭하지 말라고 한다. 아버님은 제가 더 잘 안다고 생각한다. 존경하는 아버님의 판단력이 흔들릴 수 있다. 혹시 아버님이 상처와 불명예로 생이 마무리될까 두렵다.

홍여사) 어르신들은 황혼의 이성 교제를 좋지 않게 보는 자식들의 시선을 싫어한다. 내담자의 염려와는 달리 재산이나 사심 때문에 반대하는 며느리로 비치고 있다. '아버님께 어울리지 않는 여자'는 내담자의 편견이다. 아버님이 먼저 말을 꺼내놓기 전에는 사생활을 감시하는 듯한 행동은 안 좋다. 아버님의 외로운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여인이라면 지켜보라는 같은 연배들의 충고가 있다. 무분별한 황혼 재혼이 문제가 되게 하지 않으려면 부모님의 외로움을 해결하려는 자녀가 되어야 한다.

기자) 지난 시간 홀로 되신 시아버님을 모시느라 최선을 다하셨음을 인정하고 박수를 보낸다. 관심이 있으니 아버님의 황혼 연애도 알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걱정과 근심은 이미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 내담자는 그런 걱정을 하고 있다. 혹시 꽃뱀은 아닌가 하는. 그런 일은 어쩌다 발생하는 특별한 사건이다.

단 하루의 연애로 일생을 버티는 사랑도 있다. 걱정하지 말고 아버님의 사랑을 청춘남녀의 사랑과 같은 시선으로 지켜봐 주라. 몸이 늙었다고 사랑도 늙는 건 아니다. 남편과 함께 조용히 응원하라. 자녀가 알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게.

'꽃뱀'에게 당하는 것이라도 아버님이 당하는 것이다. 그런 일이 만약에 벌어진다면 그때 달려들어 아버님을 위로해 줄 일이다. 그게 누구든 자신의 인생을 쓰는 것은 자신이다. 아버님의 인생의 황혼기를 스스로 쓰게 도와드리는 게 맞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항상 문제가 있다. 가정은 가장 문제가 많은 곳이다. 부모, 자식, 부부, 친척, 장모와 사위, 시부모와 며느리 등등. 책은 여러 문제를 짚어주고 있다. 따스한 시선으로. 한계라면 모두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라는 것이다. 사안마다 정형화된 답이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홍여사의 너른 마음 포대기가 읽혀 행복했다. 가족 병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별별다방으로 오세요>(홍여사 지음 / 북클라우드 펴냄 / 2015. 7 / 312쪽 / 1만3800 원)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그냥 지나치면 안 되는 길일 것 같아 그 길을 걸으려고요.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별별다방으로 오세요! - 별별다방 여주인 홍여사의 속 시원한 고민 상담소

홍여사 지음, 북클라우드(2015)


태그:#별별다방으로 오세요, #홍여사, #가족 상담, #고민 상담소,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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