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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진보세력들의 근본적인 한계들

기존 진보 정당에 몸담아 오면서 가장 서글펐던 점 하나만을 떠올리자면 '진보는 결코 진보를 안 한다'는 사실과 직면할 때였다.

최근 정의당의 천호선 대표는 퇴임사에서 자랑스럽게 정의당을 내어놓는다고 했는데 정말 그런가 싶을 만큼 필자는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으로 정의당을 탈당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 쓰는 이 글을 통해 정의당 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진보 진영 내 뿌리 깊은 문제를 말하고자 한다. 

두 가지 문제점을 꼽는다면, 여태껏 진보는 종북논쟁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았다는 사실과 진성당원제를 실시함에도 불구하고 당내 민주주의 실현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두 가지 문제가 그동안 진보 좌파 진영을 끊임없이 괴롭혀왔던 문제였고, 따라서 이를 극복할 만한 대안으로서의 새로운 진보 좌파 정당이 대한민국에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북한문제에 대한 단호한 비판 의식의 결여라는 이 문제는 너무나도 익히 잘 알려져 있긴 하다. 대한민국의 건국 정통성을 수용하진 못하고 미제국의 식민지 운운하며 주한미군 철수와 민족통일해방(NL)을 추구하는 이들의 운동권 진영을 흔히 자주파로 부른다. 연평도 해전 사건도 그렇고, 탈북자 강제북송 사건 때도 그렇고, 최근의 UN 인권사무소 서울 개소 때의 침묵도 그렇고 북한관련 문제에 관해서는 모호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다.

NL이든 PD든 합리적인 북한문제 접근에 적극적으로 나선 적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 북한 비판을 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국민적 상식으로 납득할 수 없는 북한 정권의 행태에 대해서는 진보정당 역시 비판적 입장을 가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얘기다.

나는 이런 빌미들이 진보정당 하면 종북정당 이미지가 떠오르게 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본다. 그래서 일부 국민들은 '진보'라는 용어 자체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기도 하다. 진보 정당은 결국 (싫든 좋든 간에) 종북정당 이미지로, 운동권 정당 이미지로 자리매김 된 것이다.

또 하나는 진보정당 내의 패권문화인데,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당 내부의 권력을 점유하고자 일종의 노선 혹은 정파들 간의 갈등과 경쟁이 있다.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당의 권력들을 잡고자 조직적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노동당의 경우도 그 안에 각 정파들이 있어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노동당 역시 북한노동당이냐 식의 오해도 많이 받는다. 뿐만 아니라 최근 진보결집 문제를 놓고 당원들 간 갈등을 빚기도 했다. 정파 조직의 세를 과시하여 뜻을 관철시키려는 흐름은 진보 안에도 여전히 횡행한다. 공식화된 정파등록제를 실시하는 진보 정당도 아직 없는 실정이다.

탈진영, 차세대 뉴레프트 정당으로!

따라서 대한민국의 건국과 역사를 긍정적으로 품어내는 새로운 좌파가 필요하다. 즉, 보수 새누리당과 제대로 맞서려면 종북논쟁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그런 좌파 정당이 필요하다. 또한 당내 민주주의가 철저하게 실현되고 보장된 그러한 좌파 정당이 있어야 한다. 이 모두를 갖춘 진보를 나는 <구(舊) 진보>가 아닌 <신(新) 진보> 이름하여 <뉴-레프트>New-Left라고 말하고 싶다.

솔직히 보수 진영도 수구꼴통 보수 세력들이 있고 뉴라이트 보수세력들도 있다. 마찬가지로 좌파 진영에도 꼴통좌파가 아닌 분명하게 새로운 <뉴-레프트> 운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이러한 대안의 흐름 중 하나로 '사회민주당 창당준비모임'이 시민운동 속에 서서히 뿌리내리고 있다. 머잖아 '사회민주당 창당발기인대회'를 앞두고 있다.

공식포스터
▲ 사회민주당 창당발기인대회 공식포스터
ⓒ 정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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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우선 대한민국의 건국 정통성을 긍정하며 죽산 조봉암의 진보 노선을 따른다는 점에서 기존의 좌파 진영과도 차별성을 두고 있다. 즉, 대한민국의 건국 정통성은 북한보다 남한에 그 주요 토대와 젖줄이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문제와 관련해서도 안보는 합리적 보수의 입장을 띠고 있기에 어떤 면에서 기존의 종북논쟁에서도 자유롭다. 본래 사회민주주의 자체가 실제 서구 역사에선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반공>의 성격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정당이 대한민국에도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북한인권법안 제정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다. 유엔 기준에 맞게끔 북한인권 문제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불평등한 경제 복지의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혁신적인 좌파적 대안을 제시한다. 임금, 연금, 세금이라는 3금(三金)의 문제에 대한 공평함을 정책적으로 의도하고 있는 것이다. 임금격차를 줄이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따르는 방안으로, '국민연금 하나로!'와 함께 '기초연금 두 배로!'를 제시한다. 또한 고소득 구간에 대한 고세율 적용 및 누진적인 증세 정책으로 국민의 복지 재원 확보 역시 제시하고 있다. 이미 이러한 정책들도 발표한 바다.

궁극적으로는 북유럽 사민주의 국가들이 성장과 분배 모두를 놓치지 않고 두 마리 토끼를 잘 잡고 가는 것처럼 그러한 복지국가 대표 정당이 대한민국 정치 지형에도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대한민국 거대 양당 체제 하에서 이러한 새로운 지지층을 대변해주는 정당이 나와 주기만 한다면 그것은 분명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들 세력들은 NL자주파도 아니고 PD평등파도 아니기에 스스로를 SD사민파(social democracy)로 명명하곤 한다.

과연 대한민국 좌파 운동에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것인가! 8월15일, 새로운 광명을 기대해본다!


태그:#사회민주당, #뉴레프트, #사회민주주의, #사민당, #신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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