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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도시재생 시범사업 5곳
 서울형 도시재생 시범사업 5곳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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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이 화두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재개발, 재건축이 힘들어지면서, 또한 도심의 노후화 진행 속도가 빨라지면서 도시재생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이미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고, 올해에는 도시재생 선도지역 35곳도 지정할 예정이다.

특히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이 들어선 이후 27곳을 선정하여 2018년도까지 막대한 예산을 투여하는 등 도시재생에 어느 자치구보다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도시재생이 이명박, 오세훈 전임 시장들이 벌여놓은 뉴타운 사업의 출구 전략인 이유도 있겠지만, 그것이 박시장이 추구하는 사회적경제와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경제를 '이윤보다는 사람을 우선시 하고 개인적 이익보다는 공익을 우선하는 지역공동체 속에서 함께 살아가자는 대안적 경제활동'이라고 정의한다면 도시재생 사업이야말로 현재 자본주의의 대안으로서 사회적경제의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또한 사회적경제를 일반 대중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홍보의 장인 것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마을기업들이 이윤의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대자본과는 달리 진짜로 사람 사는 삶을 위해 공간을 재배치하는 도시재생 사업. 어떤가. 매력적이지 않은가?

절대 쉽지 않은 도시재생

그러나 도시재생이 그리 쉬운 사업은 아니다. 정부는 마냥 장밋빛 사례들을 열거하며 마치 도시재생사업을 하면 황량했던 공간이 지금이라도 당장 활기 넘치는 곳으로 변할 것이라고 선전하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도시재생의 주체가 될 수밖에 없는 관이나 민이 도시재생의 의미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 사업에 직접적으로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관부터 살펴보자. 그들에게 도시재생은 매우 생소한 개념이다. 아주 오랜 기간 동안 토목, 개발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그들은 그 관성에 따라 도시재생을 인식한다. 도시재생을 재개발, 재건축의 또 다른 버전쯤으로 이해하고 그에 따라 정책을 펴는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을 위해 커뮤니티 센터 건설을 우선 생각하는 경우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들은 도시재생에 필요한 여러 가지 요소들 중 유독 센터 건립에만 신경을 쓰고 많은 예산을 투입시킨다. 정작 중요한 건 그 센터를 누가 무엇으로 채우느냐는 것인데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하드웨어적인 부분에만 집중된다.

물론 새로운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도시재생 사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사업 예산의 대부분을 별다른 고민 없이 부지 확보와 건물을 올리는데 편성한다면 이는 기존의 토목예산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가 복지비를 늘렸다고 생색을 내지만 정작 그 예산 대부분이 도서관의 장서를 늘리기보다 도서관 자체를 짓는데 쓰이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잘려진 나무, 부서진 아파트
▲ 재건축, 재개발의 시대 잘려진 나무, 부서진 아파트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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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도시재생 사업의 또 다른 주체인 주민들은 도시재생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안됐지만 이 역시 회의적이다. 주민들 역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재건축, 재개발 등과 같은 토목과 개발의 논리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도시재생을 수익적 관점으로 바라본다. 도시재생이라 함은 그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계속 살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것이 핵심인데, 오히려 도시재생을 해서 우리 마을이 살기 좋게 되면 그걸로 땅값이 오르게 되고, 그 돈으로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도시재생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마을의 지속가능성을 낮추는 것이다.

따라서 도시재생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이나 민, 두 주체에게 도시재생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인식시키는 일이다. 도시재생이 단순히 기존 건물들을 보수하는 것이 아님을 주지시켜야 하며, 도시재생의 핵심이 마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임을,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그 지역의 커뮤니티를 보전하며 개발해야 된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결국 우리가 그 마을을 떠나지 않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마을을 이루고 있는 이웃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도 이야기하지 않는가. 어떤 조직이든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사람이 좋으면 버틸 수 있고, 아무리 일이 쉬워도 사람이 별로면 떠날 수밖에 없다고. 도시재생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도시재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지역의 주민들이 서로를 어떻게 이웃으로 인지하느냐며, 그것을 바탕으로 어떻게 지역공동체를 만드느냐인 것이다.

지역공동체를 위한 강동구의 움직임

도시재생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 전제가 될 수밖에 없는 지역공동체의 구성. 문제는 이와 같은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뜨내기가 많은 서울에서는 더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이는 관이 예산만 투입한다고 해서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돈이 들어간다고 한들 사람이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것은 그 이상의 문제이며, 그만큼의 절박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눈여겨 볼 만한 것은 지역을 기반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움직임이다.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 사회적기업들은 그들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는 현재 정부나 지자체가 추진하는 도시재생과도 결을 같이 한다. 결국 그 모든 것이 이웃 만들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오는 7월 25일(토)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강동구 성내동에서 열리는 '레인보우 페스타'는 그와 같은 맥락에서 강동구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벌이는 하나의 실험이다. 축제의 주최인 레인보우협동조합은 처음 친환경 페인트 협동조합으로 시작했다가 현재는 강동구의 문화플랫폼을 지향하는 조직인데, 이번 축제를 통해 성내동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꾀한다고 밝혔다. 결국 지역커뮤니티의 활성화는 그들 조직의 존립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레인보우협동조합은 이번 축제를 기획하면서 특히 성내동의 옛이야기에 방점을 찍었다. 지역의 커뮤니티를 활성화 시키는 방법들 중 그 지역 주민들이 서로의 과거를 공유하며 지역의 역사를 써내려가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던 오래된 이웃들이 동네의 소소한 일상과 풍경을 공유해가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다 보면 지역의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도 있다는 그들. 레인보우 협동조합은 그것이 바로 역사의 공유가 가지고 있는 힘이라고 이야기 한다.

또한 '레인보우 페스타'에는 인디 뮤지션 <단편선과 선원들>, <씨 없는 수박 김대중>, <키라라>, <투스토리>, <김그앙+양상상>, <사이> 등 다양한 뮤지션들이 참여하는데, 그들을 통해 얻게 될 추억은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 시키는데 역시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음악만큼 강력하게 추억을 매개하는 것도 없지 않은가.

앞으로 도시재생은 우리 시대의 화두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 도시재생이 또 다른 토목개발로 변질되지 않게 꾸준히 지켜보아야 하며, 이를 통해 우리의 지역에서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야 한다. 이웃 있는 삶. 그것은 우리의 오래된 미래이다.


태그:#사회적경제, #레인보우 페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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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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