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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 공(工)은 도구적 인간이 만든 어떤 도구의 모양이다.
▲ 工 장인 공(工)은 도구적 인간이 만든 어떤 도구의 모양이다.
ⓒ 漢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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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30만 년 전, 인류의 조상은 그 필요성을 뇌로 인지하고, 손의 운동신경을 조작해 최초의 도구를 만들어냈다. 호모 하빌리스(Homohabilis, 能人), 도구의 제작과 사용은 인간을 동물과 구분 짓게 하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인간이 사용했던 돌도끼는 컴퓨터, 비행기로 발전했고, 오늘날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인간을 한 순간도 도구 밖에 존재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장인 공(工, gōng)은 어떤 도구의 모양이다. 돌에 구멍을 뚫는 연장,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쓰던 도구, 둥근 원을 그릴 때 사용하던 곱자였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명확히 무엇에 쓰는 물건이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뜻은 도구에서 그것을 사용해 일하는 장인, 노동자, 공업 등으로 확대되었다.

어떤 일을 할 때 도구의 중요성은 동서양이 공통적이었는지 공자는 <논어>에서 제자 자로에게 "일을 잘 하려면, 먼저 도구를 잘 다듬어야 한다(工欲善其事,必先利其器)"고 일러주었고, 링컨도 "나무를 벨 8시간이 있다면 6시간을 도끼를 가는데 쓰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중국 속담에 "도끼를 가는 것이 땔나무 하는 일을 지체시키지 않는다(磨刀不誤砍柴工)"고 하니, 좋은 '도구(tool)'를 미리 준비하고 연마하는 것이 효율적인 일처리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공부(工夫)라는 말에도 장인 공(工)이 있는데, 공부란 결국 나무꾼이 가다듬어야 하는 도끼날 같은 것이 아닐까. 세상이라는 숲에 나서기 전에 좋은 도구를 연마하는 과정이 공부일 테니 말이다. 잘 연마된 도끼가 없다면 거친 세상의 숲을 헤쳐 나가기 쉽지 않을 것이다.

공부(工夫)와 공부(功夫)는 고대, 근대 중국어에서 거의 같은 의미로 혼용되어 쓰였다. 진(晉)대에 처음 용례가 발견되는 두 말의 의미는 모두 일하는 사람, 혹은 일에 투자한 시간이나 정력이었다. 현대중국어에서 공부(工夫)는 시간, 틈의 의미로, 공부(功夫)는 우리가 쿵푸로 부르는 무예를 지칭하는 의미로 구분되었다.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공부(工夫)가 바로 오랜 시간과 정력을 투자하는 일이니, 고대의 의미가 여전히 우리말에도 남아 있는 셈이다.

도구적 인간, 호모 하빌리스가 뭉툭한 돌을 갈아 만든 돌도끼가 인류 문명의 새로운 단계를 열었던 것처럼, 새로운 '도구(tool)'가 등장하며 인류의 삶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화해왔다. 그럴 때마다 그 새로운 도구에 또 시간과 정력을 투자해야 하니, 도구적 인간은 공부하는 인간, 호모 쿵푸스(工夫)가 되어야만 한다. 변화의 주기가 빨라져 나무꾼이 갈아야 할 도끼도 점점 많아지고 있는 셈이다.


태그:#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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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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