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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급 학교가 방학에 들어가면서 이제 여름 휴가 성수기가 코앞에 다가왔다. 어디로 가야 할 지 고민하는 분들과 편안한 여행을 통해 1년 내내 쌓인 스트레스를 풀며 힐링하기를 원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단지 그 자체의 모습만으로도 여행객들에게 여유로움과 안식을 주는 아름다운 섬을 소개하고자 한다.

여행 전문지인 콘드 네스트 트레블러(Conde Nast Traveler)의 독자들이 9년 연속으로 '마우이'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이 설문조사에서는 1위인 마우이에 이어 카우아이, 빅아일랜드와 발리, 오아후섬이 차례로 2~5위를 차지했다.

한편 한국관광공사 선정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관광지 100선'에서 2012년과 2015년 2위로 선정된 섬 '증도'는 아직까지도 생소한 이름으로 다가온다. 동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홍도에 비해 아직까지는 비교적 덜 알려졌기 때문이다.

평생 들어본 적 없는 여행지 '증도'로 향하다

순천만의 S자 뱃길을 연상케 하는, 태평염전의 물길 옆으로 붉은 함초들이 보인다.
 순천만의 S자 뱃길을 연상케 하는, 태평염전의 물길 옆으로 붉은 함초들이 보인다.
ⓒ 유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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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자욱한 한반도 해송공원
 안개 자욱한 한반도 해송공원
ⓒ 유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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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부모님을 모시고 5명의 가족이 떠난 남도여행. 우리나라 최대의 염전인 태평염과 보물선 인양으로 잘 알려진 전남 신안이지만, 정작 우리의 여행 목적지 증도는 나이 50을 바라보는 평생동안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지명이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여행은 무척이나 조용하고 정말 여유로웠다. 서울에서 무려 5시간을 쉼 없이 달려야 하는 곳이라 시간적인 부담은 있지만, 그곳에 도착하면 그  시간의 투자가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의 풍경들이 선물처럼 주어진다.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슬로시티로 선정된 증도는 서해안고속도로 무안IC를 벗어난 후 여러 섬을 돌아돌아 한참 만에야 그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섬 전체에 3층 이상의 건물이 없는지라 자연경관을 감상하기에는 더이상 좋은 조건이 없었다. 그렇기에 해오름과 해넘이 또한 별도의 감상포인트를 찾아가지 않아도, 머무르는 바로 그곳에서 편안하게 멋들어진 풍광을 품에 안을 수 있는 것이다.

기자가 머문 펜션 앞마당에서 만난 멋진 해넘이
 기자가 머문 펜션 앞마당에서 만난 멋진 해넘이
ⓒ 유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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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는 우전해수욕장의 파라솔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는 우전해수욕장의 파라솔
ⓒ 유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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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3일의 짧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슬로시티 증도의 이곳저곳을 둘러보기에는 시간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진다. 이번 여행에서 감사했던 것은 흐린 날씨가 이어져 꽤 덥지 않게 증도의 비경을 살펴볼 수 있었던 점인데, 그럼에도 쉽사리 만나기 어려운 선명하고 붉은 일출과 일몰까지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특히 두 번째 날에는 새벽부터 해 질 무렵 직전까지 하루종일 자욱한 안개가 우전해수욕장을 휘감고 있었다. 보통 아침 시간에는 안개 낀 풍경을 바다나 호숫가에서 접할 수 있지만, 오후 늦게까지 이렇게 짙게 낀 안개는 처음 보았다. 팔순을 바라보는 아버지도 평생 처음 보셨다며 신기해 하신다.

여름 휴가지로 증도를 선택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우전해수욕장의 독특한 풍경이었다. 여느 해수욕장과 달리 짚으로 지붕을 엮은 파라솔 덕분에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곳 해변의 사진을 접하는 사람들 중 여럿은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우전해수욕장은 이국적인 정취 말고도 자랑할 만한 또 하나의 장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백사장의 모래이다. 어찌나 고운지 밟고 지나가도 조금의 눌림이 생기지 않으며, 밀물로 적셔진 상태에서도 그 단단함은 바뀌지 않는다. 백령도의 모래사장이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도 끄덕 없다고 하는데 이곳 또한 비슷하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사진을 찍으며 절로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드는 증도의 비경. 작은 섬 3개가 나란이 줄지어 있어 아름다운 구도를 만들어 준다.
 사진을 찍으며 절로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드는 증도의 비경. 작은 섬 3개가 나란이 줄지어 있어 아름다운 구도를 만들어 준다.
ⓒ 유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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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 여행에서 빼놓지 말고 들러야 할 곳을 든다면 보물선이 발견된 곳 위쪽으로 만들어진 드라이브 코스다. 잘 포장된 이곳은 자동차를 잠시 세우고 산책로를 따라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걷다보면, 저절로 탄성이 터져 나오는 천혜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그 산책로를 따라 아름다운 자연을 노래하며 걸어 내려오면 신안 앞바다에서 인양된 보물들을 기념해 만든 전시관을 만나게 된다. 이곳에는 보물들과 똑같이 만든 모조품이 전시돼 있고, 진품은 목포 해양유물전시관에 고려 시대 침몰선에서 발굴된 유물들과 함께 보관돼 있다고 한다.

증도의 보물선 전시관 앞쪽 바닷가에는 기가 막힌 포토존이 형성돼 있는데, 여기에서 뒤쪽으로 펼쳐진 여러 개의 작은 섬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그냥 작품이 된다.

보물선 전시관 뒷쪽 포토존에서 멋진 작품의 모델이 되다.
 보물선 전시관 뒷쪽 포토존에서 멋진 작품의 모델이 되다.
ⓒ 유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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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딱팔딱 '짱뚱어' 미끼없이 낚는 방법

멋들어지게 구석구석 숨겨져 있는 증도의 풍광 말고도 살아 숨쉬며 팔딱팔딱 여행객들에게 보는 재미를 선사하는 녀석이 있는데, 바로 '짱뚱어'란 생선이다. 끝없이 펼쳐진 갯벌에 무수히 많은 짱뚱어들이 때론 포복을 하며, 짐짓 점프까지 하면서 산책하는 도회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이놈들은 '짱뚱어 다리'라는 곳을 지나면서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재밌는 것은 이 짱뚱어를 어떻게 잡느냐였다. 무척 날쌘지라 과연 어떻게 이 생물을 생포할까 궁금했는데, 화도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그 의문은 쉽게 풀렸다. 어떤 촌부가 아주 긴 낚싯대로 짱뚱어낚시를 하고 있길래 차를 세워두고 유심히 관찰했는데, 놀랍게도 낚시 끝에는 미끼가 전혀 없었다.

신기한 나머지 방법을 물어보니 짱뚱어가 있는 곳을 정확히 보고 그 전방 1m 정도에 낚시 추를 던져 착지시킨 후 잽싸게 끌어당겨 짱뚱어를 낚아채는 방식이었다. 60세 가까운 분이셨는데 시력과 그 날렵함이 지켜보는 이들 모두를 감탄하게 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구멍에서 살짝 고개 내민 짱뚱어. 흑백으로 촬영하지 않았음에도 모든 것이
흙색으로 보인다.
 구멍에서 살짝 고개 내민 짱뚱어. 흑백으로 촬영하지 않았음에도 모든 것이 흙색으로 보인다.
ⓒ 유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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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어 낚시하는 촌부와 신기하게 바라보는 서울처자
 짱뚱어 낚시하는 촌부와 신기하게 바라보는 서울처자
ⓒ 유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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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증도 여행이었고, 그래서 수년 내에 다시 한 번 꼭 찾고 싶은 섬으로 기억되는 섬이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었다. 자전거로 둘러보기 좋은 섬, 슬로시티 증도라고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었다. 관광객이 아직 많이 찾아오지 않는 준성수기라 그랬는지는 몰라도, 증도를 더 증도답게 여행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전거를 비치해 놓아야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 더 팁을 말씀드리자면 증도에는 관광객을 위한 식당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증도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이라면 펜션에서 직접 식사를 할 수 있는 준비를 단단히 해오는 것이 필요하다.

뒤따라오는 자동차가 거의 없어, 아무리 느리게 경치를 감상하며 달려도 괜찮을만큼 여유로운 섬, 밤하늘에 반짝이는 아름다운 별이 많기로 유명한 곳, 증도에서 여름밤의 추억을 만들어 본다면 당신의 기억 속에 평생 잊지 못할 아련한 시간으로 남을 것이다.

보물선 전시장 입구
 보물선 전시장 입구
ⓒ 유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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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에 잠긴 우전해수욕장
 안개에 잠긴 우전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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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남도여행, #슬로우시티 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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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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