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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현'이 '무현' 이야기를 한다. '백무현'이 '노무현' 이야기를 한다. 만화가 백무현이 전 대통령 노무현 이야기를 한다. <만화 노무현 1- 그의 마지막 하루(아래 '만화 노무현')>(이상 펴냄)가 그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곱삶이가 되어 맛있는 내용이다. 백무현의 현재 생각과 노무현의 과거가 맛있게 어울린다. 그러나 그냥 맛있지만은 않아 마음이 결린다. 한참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울컥 가슴 깊은 데서 무언가 올라온다. 욕지기가 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하루가 하도 궁금해서 집어 든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실은 나는 만화를 즐기지 않는다. 주변에서 어렸을 때 읽은 만화 이야기를 하면 자리를 피한다. 왜? 할 말이 없으니까. 책 좀 읽는다는 측에 드는 사람임에도 만화는 그리 친하지 않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하루는 몹시 궁금했다. 그래서 이 책을 택했다.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 이야기보다는 당시 막 들어선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이나 수하들 이야기로 가득하다. 흔히 글을 쓰려면 '기승전결', 혹은 '육하원칙'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육하원칙 중에 '왜'에 글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날려야 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백무현식 해답집, 그게 이 책이다.

백무현식 노무현 접근법

 책 <만화 노무현 1- 그의 마지막 하루> 표지
 책 <만화 노무현 1- 그의 마지막 하루> 표지
ⓒ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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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백무현은 이미 <만화 박정희>, <만화 전두환>을 통해 유신과 군부독재의 실상을 그린 적이 있다. <만화 김대중>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 역정을 기록해 주기도 했다. 이번에 내놓은 만화가 <만화 노무현>이다. 아마도 노무현 전 대통령 이야기도 다른 대통령 이야기들처럼 시리즈로 기획한 모양이다. '만화 노무현 1'이라고 책 이름을 정한 걸 보니.

백무현의 전직 대통령을 다룬 만화는 호불호가 명확하다. 방향이 분명하다. 진보의 목소리가 올곧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을 보는 시각이 부정적이라면,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는 시각이 긍정적이다.

작가는 진보적 매체에서 작품을 연재해왔으며, 진보 만화가 모임인 전국시사 만화작가협의를 조직하여 회장을 역임했다. 광주·전남언론노조협의회 의장을 역임하는 등 언론개혁운동에 앞장서왔다. 이런 백 작가의 면모에서 나온 진보적 안경 너머로 '고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하루가 있기까지'가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백 작가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관련 기사 : "'나를 버리라'던 노무현, 이젠 안아줍시다")에서 "노 대통령이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하기는 했지만, 지식인 사회에서는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라면서, 고 노무현 대통령 평전을 만화로 그리기에 적당한 시기를 저울질했던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온 국민이 300여 명의 어린 학생들이 죽어가는 것을 같은 시각에 보고 있었잖아요. 얼마나 화가 났습니까?"라며, 그 "분노가 노무현 대통령을 끌어내게 했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백 작가의 '분노'는 이 만화의 기폭제인 것이다. 만약 고 노무현 대통령이 있었더라면 세월호 사건도 이런 방향으로 가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다. 그는 "세월호 사건도 아마 노 대통령이었다면 팽목항으로 달려가서 돌멩이를 맞더라도 현지에서 진두지휘했을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그의 '아, 노무현의 가치는 아직도 유효하구나'란 생각이 만화를 탄생시킨 것이다.

'노무현 죽이기'와 '숭고한 자결'

2009년 5월 23일, 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던졌다는 소식을 TV에서 접하고는 '설마!?'라고 생각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거의 그랬을 터다. 그러나 그건 사실이었다. 이때 당시 정권의 '노무현 죽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중에 한 사람, 백무현 작가가 있다. 그는 그렇게 '노무현의 마지막 하루'를 짚어간다.

'노무현의 마지막 하루'는 이명박 정권 퇴진운동으로 번진 광우병 파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6월 19일,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6월 10일,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저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았습니다"(34쪽)로 시작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다. 과거 "'아침이슬'을 즐겨 불렀다"며 마치 국민의 뜻을 이해한다는 듯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열흘 뒤, 대통령의 권위를 지키기 위한 대국민 싸움에 돌입한다. 저자는 이를 이른바 '촛불 초토화 작전'이라고 부른다. 당시 임채진 검찰총장을 앞세워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와 참여연대 등의 사무실을 압수 수색을 한다. 이때 촛불 집회를 이끈 세력을 분석해 보니 소위 '친노 세력'이었다는 거다. 그리고 촌부로 돌아간 노무현의 사람들을 뒤지기 시작한다.

급기야 검찰, 경찰, 국세청에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은 자신이 노무현의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이기 위해 애쓰고, 새로 임명된 이들은 자신이 이명박의 수족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동분서주 뛰게 된다. 이때 가장 두드러진 인물이 한상률 국세청장이다. 심지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주 들르던 삼계탕집부터 시작하여 태광실업의 박연차 회장, 우리들병원, 노사모 등 무차별적으로 수사망이 덮친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바로 그렇게, '노무현 죽이기'는 시작되었다. 322억이니, 600만 불의 사나이니, 박연차 게이트니 하며 착착 진행 중이던 수사는 노건평과 노무현으로 이어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변 인물들의 조세포탈, 뇌물공여 혐의는 노무현에게로 최종적으로 집결된다. 그리고 노무현이 검찰에 출두하는 데까지 이른다.

언론들은 이에 장단을 맞춘다. 이에 보수언론, 진보언론이 없었다.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은 4월 22일 "이제 저를 버리십시오"란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띄운다. 이 글에서 "더는 노무현은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 없습니다. 자격을 잃은 것입니다. 저는 이미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져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수렁에 함께 빠져서는 안 됩니다"라고 쓰고 '사람 세상'의 문을 닫는 게 좋겠다고 말한다.

<경향신문>과 <한겨레21>조차 '굿바이 노무현'을 외친다. 인간 노무현은 "운명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부엉이바위에 올라 뛰어내린다. 여기서 책의 내용을 다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작가의 의도는 '노무현 죽이기'의 '표적수사'가 노무현을 죽게 했다는 쪽으로 '노무현의 마지막 하루'의 원인을 직선 상으로 연결한다.

이런 관점이 '무현'이 '무현'이 이야기를 한다고 읽힐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다 보니 고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 '숭고한 자결'이 된다. 이런 백 작가의 생각은 모든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걸까. 그는 인터뷰에서 '팩트'를 말했다고 힘준다. 그러나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들은 만나주지 않아 못 만났다고 한다. 백 작가는 스스로 노무현의 사람들만 만났다고 실토한다. 이 점이 참 아쉽다.

'무현'이 쓴 '무현'의 이야기지만 맛나게 읽히고 먹먹한 가슴을 움켜잡게 한다. 그러나 작가가 말하는 '팩트'를 아니라고 우길 사람들도 만났어야 '팩트'가 된다. 그리고 또 하나 아쉬운 건, 작가의 '분노'다. '분노'를 삭이지 못한 채 얽어나간 '노무현의 마지막 하루'의 진상이 왠지 외곬으로 읽히는 흠이 있다. 하지만 그의 발품이 넉넉히 느껴져 점수를 주고 싶다.

덧붙이는 글 | <만화 노무현 1- 그의 마지막 하루>(백무현 지음 / 이상 펴냄 / 2015. 6 / 270쪽 / 1만4500원)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그냥 지나치면 안 되는 길일 것 같아 그 길을 걸으려고요.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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