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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이 완공된 지 4년 차에 접어든 올해도 강은 '녹조라떼'가 됐다. 초여름, 낙동강 등에선 물고기와 새우가 집단 폐사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강이 흐르지 않으면서 큰빗이끼벌레 등 물이 흐르지 않는 곳에서 사는 생물들이 강을 점령하고 있다. 4대강이 망가지기 이전부터 강 생태계와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살아왔던 어민들은 4대강 사업 이후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와 대한하천학회로 꾸려진 '4대강 재자연화를 향한, 낙동강 국민조사단'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낙동강 조사를 진행한다. 망가져가는 낙동강의 모습을 낱낱이 드러내고 재자연화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국민조사단은 2박 3일 조사 일정을 어민들과의 만남으로 시작했다.

어민들의 목소리 "우리가 바라는 건 '개방'"

낙동강 대동선착장에서 어민들과 대화 시간을 가졌다
 낙동강 대동선착장에서 어민들과 대화 시간을 가졌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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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조사단과 낙동강내수면어민총연합회 회원들은 김해 대동선착장에서 1시간 남짓 대화를 나눴다. 연합회 회원인 어민 장덕천씨에게 낙동강의 상황을 물었다.

"옛날과 비교하면 거의 90~95% 멸종이라고 보면 된다. 그 정도로 낙동강 환경이 좋지 않다. 어민들은 조업을 해서 생계를 유지하는데, 굉장히 어려움이 있다. 을숙도 하굿둑을 짓고 나서부터 조금씩 안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4대강 사업 이후로 어획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굉장히 많이 안 좋아졌다. 어민들이 수입원으로 생각하는 토종고기들이 거의 폐사 직전이다. 그런데 외래종들은 많이 늘어났다. 그러니까 토종고기들은 더 죽을 판이다."

연합회의 회원은 약 400명 정도로, 대부분 조업을 통해 생계를 꾸려나간다. 그러나 현재는 조업일수와 어획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는 어민들이 정부에 바라는 것은 보상이 아닌 수문 개방이었다.

"지금 우리 어민들이 바라는 것은 하굿둑 수문 개방과 4대강 보 개방이다. 당장 뭘 보상하라, 이런 게 아니라 수문을 열어 생태계와 물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어민들이 요구하는 부분을 수용하지 못할 것 같으면 어민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서 대책을 세워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고로 바라는 것은 수문 개방이다."

"알이 물고기 배 안에 그대로... 악순환"

낙동강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낙동강내수면어민총연합회 장덕천 회원
 낙동강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낙동강내수면어민총연합회 장덕천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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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어류 서식처 파괴는 심각했다.

"4대강 사업 이전에는 모래톱이 있었고, 강 깊이도 얕은 곳과 깊은 곳이 있었다. 얕은 곳에는 수초들이 자랐다. 그런데 강바닥을 고속도로처럼 일정한 깊이로 준설을 다 해버려서 그런 자리(물고기가 산란할 수 있는 곳)가 없어졌다.

원래 땅 속에는 실지렁이도 있고, 미생물이나 수서곤충, 벌레도 있었는데 그것을 다 빨아들이고, 준설해버리고, 막아버리고 했으니까…. 내가 봤을 때는 물벼룩 같은 것들은 다 없어졌다고 봐야 한다. 이런 게 작은 물고기들의 1차 먹이인데 없어져버리고 그나마도 살아있는 고기들도 수초가 있는 얕은 지역이 없으니까 산란을 하지 않는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는 먹이사슬 교란으로 이어졌고, 그 피해는 강의 생물들과 어민들이 감당하고 있었다.

"붕어나 잉어 같은 경우도 봄에 산란한다. 그런데 가을에 잡아도 배가 불룩한 것들이 있다. 알이 배 안에 그대로 있는 것이다. 물고기는 원래 서식지가 맞지 않으면 산란을 안 한다고 한다. 산란을 하지 않으면 고기 자체도 병에 걸려서 죽게 되고, 알도 배 안에서 그대로 상해버린다."

"함안보 어민들은 생업 포기해야 할 지경"

창녕 어민의 상황을 설명하는 창녕 어민회 성기만 회원
 창녕 어민의 상황을 설명하는 창녕 어민회 성기만 회원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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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어민회 성기만씨를 통해 창녕함안보에 막힌 창녕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함안보에 막혀 실제 바다에서 올라오는 어류가 아무것도 못 올라온다. 어제 통발 80개를 작업했는데, 거짓말 하나도 안 하고 메기 손바닥 만한 것 대여섯 마리, 빠가사리(동자개) 약 1kg정도 밖에 못 잡았다.

(어민들이) 연료를 얼마나 쓰겠나. 함안보 위 창녕 어민들은 작업을 거의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 겨울에는 저녁에 어망을 설치하고 아침에 걷는데, 어망을 걷으면 붕어 잉어가 죽은 게 통째로 걸려 올라왔다. 그래서 이상하게 생각했다. '아, 이게 오염이 돼서 폐사하는구나, 큰일났다, 얼마 안 가면 낙동강 고기 다 전멸되겠다' 이렇게 생각했다. 지금은 고기가 없다. 4대강 사업 이후에 일어난 현상이다."

이렇게 상황이 심각해져가고 있음에도, 수자원공사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적절한 보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보상이나 갱신을 무기로, 어민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생태계 대학살'은 계속된다

어민들의 이야기를 듣고있는 낙동강 국민조사단
 어민들의 이야기를 듣고있는 낙동강 국민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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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공사할 때 저희 어민들은 집회를 한 번도 못했다. 왜? 정부에서 압력을 넣고 어민들을 누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집회를 하니까 각 구청·시청에서 공문을 보냈다. 허가에 단서 조항을 달았다. 너희들이(어민들이) 떠들고 하면 시나 국가에서 하는 보상을 못 받게 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그러면서 허가를 갱신해줄 때 안 그러면 못 내주겠다는 식으로 압력을 가한다. 어민들을 살려줄 생각은 안 하고 어민들이 떠들고 목소리 내면 정부에서 누르고 없애버리려고 한다."

정부의 압력에도, 어민들은 지난 6월 선상시위를 통해 낙동강 어민들의 절박한 상황을 알렸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는 첫 어민 시위였다. 이들은 약 40척의 배를 띄워 낙동강 하굿둑 개방과 4대강 보 수문 개방을 요구했다. 시화호의 사례를 본받아 하굿둑 개방, 보 수문 개방을 통해 생태계를 살릴 것을 요청하고 있었다.

국토부와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 이후 계속 이어지는 생태계 파괴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죽어가는 생명들의 모습에 눈을 감은 것도 모자라 어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막았다. '펄스 방류'(강이나 하천에서 짧은 시간에 한꺼번에 많은 물을 흘려보내는 것)라는 미봉책으로 국민을 기만한다.

우리는 4대강 사업 추진 당시 국토부와 수자원공사의 모습을 기억한다. 이제 국토부와 수공은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국민을 속인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수문을 열고 강을 흐르게 해야 한다. 강이 흐르지 않는 한 4대강 사업의 '생태계 대학살'은 계속 될 것이다.

낙동강 보 수문 개방을 요구하는 낙동강 어민들과 낙동강 국민조사단
 낙동강 보 수문 개방을 요구하는 낙동강 어민들과 낙동강 국민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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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김지현 기자

덧붙이는 글 | 낙동강 국민조사단의 녹색연합 이다솜 활동가가 기록했습니다.



태그:#4대강, #4대강사업, #국민조사단,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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