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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인도 코사니 주변의 작은 마을에서의 전통결혼식. 신부 친구들이 신랑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
 북인도 코사니 주변의 작은 마을에서의 전통결혼식. 신부 친구들이 신랑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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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시골 마을에서는 농한기인 4월부터 5월 초순까지가 결혼 시즌이다. 북인도 코사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4월 중순으로 접어들자 일주일에 한번 꼴로 결혼식을 알리는 인도의 전통 음악소리가 여기저기서 요란하게 들려왔다. 결혼식 하객들을 가득 태운 관광버스에서는 아이들이 환호성을 내질렀고 결혼식을 준비하는 집에서는 늦은 밤까지 음악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코사니 상가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잡화점 부럼씨'의 조카 결혼식이 있는 날, 그와 오전 11시에 만났다. 그는 자신의 고향 마을에서 12시 무렵부터 결혼식이 시작된다며 잡화점 셔터를 내리면서 내게 말했다.

"걸어서 갈까요?"
"여기서 얼마나 걸리는데요?"
"걸어서 1시간 정도?"
"아이구, 됐습니다. 버스 탑시다."

이 더운 날씨에 1시간 거리를 걸어가자니, 아이구 소리가 절로 나왔다. 1800고지가 넘는 코사니는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크다. 한낮에는 영상 27도를 오락가락한다.

"나는 오늘 아침 델리까지 걸어갔다 왔어요."
"뭐라구요? 걸어서 델리까지?"
"노 프라블럼!"

그의 영어 실력은 나만큼이나 형편없다. 하지만 우리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보다도 더 잘 통한다. 문법이고 뭐고 다 무시하고 몇 가지 단어를 나열하는 소통 방법이 서로에게 먹혀드는 것이다. 코사니에서 델리까지는 버스로 하루 종일 달려야 도착할까 말까 한다. 그런 거리를 그는 오늘 아침에 걸어서 다녀왔다며 농담을 건넨다. 앞니까지 빠져 있어 생김새는 영화 속이 악당처럼 무지막지하지만 알고 보면 참 재밌는 사람이다.

"아차, 아차(힌두어로 오케이), 당신 고향 마을까지 걸어갑시다."

내가 인도말로 "아차, 아차(오케이, '좋다'는 힌두어)" 해가며 농담으로 받아 넘기자 그는 앞니가 빠진 휑한 얼굴로 크게 웃으며 버스 정류장으로 앞장서서 걷는다. 시간 맞춰 도착한 버스를 타고 버스비를 내려 하는데 그가 극구 말린다.

"당신은 손님입니다."

오늘은 내가 자신의 손님이기 때문에 가만히 있으라는 것이다.

마을 주변에 계단식 논밭이 층층이 들어서 있는 코사니 상가 '잡화점 부럼씨'네 고향 마을
 마을 주변에 계단식 논밭이 층층이 들어서 있는 코사니 상가 '잡화점 부럼씨'네 고향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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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여 명이 살고 있다는 '지조리아'라는 작은 마을은 부럼씨의 친인척들이 농사를 지어가며 모여 사는 씨족마을이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마을 주변으로 계단식 논밭이 층층이 들어서 있다.

버스에서 내리자 동네 노인들 몇몇이 정류장 구멍가게에 앉아 있다. 잡화점 부럼씨가 나를 노인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시켜준다. 작은 아버지, 큰 아버지, 사촌 형님들이라고 한다. 노인들의 눈빛이 참 부드럽다. 평생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그 부드러운 눈빛에는 하늘과 땅에 의지해 살아가는 지혜로운 그 어떤 기운이 서려 있었다.  

신부집에서 예식을 준비하고 있다.
 신부집에서 예식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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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장은 따로 없었다. 이층 건물인 부럼씨의 형님 집 마당이 예식장이다. 집 안밖에 온통 형형색색의 천을 걸어놓고 마당 한가운데는 힌두교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림 '랑골리'(Rangoli, 신에게 가족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는 인도의 종교 미술)가 그려져 있다. 거기에 구릿빛 물 항아리를 놓고 예식 준비를 하고 있다. 그 한 옆에서는 인도의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자리 잡고 앉아 있다.

예식을 준비하고 있는 마당 안으로 들어서자 부럼씨가 한 청년을 내게 소개해 준다. 부럼씨와 영어 소통이 어긋나 나는 처음에 그 잘생긴 청년이 신랑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예식을 치를 때 알고 보니 시집 갈 신부의 오빠라고 한다. 둘 다 부럼씨의 조카였다.

그는 영어를 썩 잘했다. 그리고 한국에 대해서도 나름 기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은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분단국가가 아니냐고 묻기도 하고 '미국이 남북을 갈라놓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결혼식 음식 준비는 남자들의 몫이다
 결혼식 음식 준비는 남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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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음식 준비를 하고 여자들은 예식을 지켜 보기 위해 미리 자리를 잡고 있다.
 남자는 음식 준비를 하고 여자들은 예식을 지켜 보기 위해 미리 자리를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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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장에서 가장 특이한 것은 예식장을 찾는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모든 음식 준비를 남자들이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부식창고 같은 방에서 두 사람이 부지런히 야채를 손보고 있고 한쪽에서는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모두가 남자들이었다. 형형색색의 인도 전통 옷을 입고 있는 젊은 아낙네들은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며 난간에 쪼르르 앉아 예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할머니들은 예식을 구경하기 좋은 자리에 따로 모여 앉아 있었다. 여성들은 모두 일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2남 1녀의 자식을 둔 잡화점 부럼씨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예식장에서 유일한 이방인인 나를 한국 사람이라며 소개해 준다. 올해 열일곱 살이라는 부럼씨의 딸은 내게 인사를 하면서 갑자기 내 발에 손을 대더니 그 손을 자신의 입에 맞춘다. 내 발등에 입을 맞추었던 것이다. 꼬사니 마을에서 인도의 수행자인 요기들을 대할 때 마을 사람들이 이런 인사를 하는 것을 몇 번 본 적이 있으나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부럼씨는 그만큼 나를 귀한 손님 대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부가 몇 살입니까?"
"열아홉 살입니다."
"예? 열아홉이라구요?"

신랑은 스물둘, 예전에는 여자 나이 열여섯에 결혼식을 올렸다고 한다. 자료를 통해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인도의 계급제도인 카스트와 성, 종교, 재산 등 힌두교도가 세속에서 지켜야 할 각종 규범과 의례를 담고 있는 '마누법전'에 따라 남자는 15~18세, 여자는 초경 이전인 13~15세 사이에 결혼을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1976년에 개정된 '초혼 금지법'으로 혼인 연령을 남자는 21세 이상, 여자는 18세 이상으로 정했다.

잡화점 부럼씨의 딸, 부럼씨 자신도 그랬던 것처럼 집안에서 선택한 남자와 중매 결혼 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잡화점 부럼씨의 딸, 부럼씨 자신도 그랬던 것처럼 집안에서 선택한 남자와 중매 결혼 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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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럼씨, 당신도 중매결혼을 했습니까?"
"당연하지요."
"우리 부모님도 중매결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대부분 한국 사람들은 연애결혼을 합니다."
"인도의 큰 도시에서는 연애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전통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럼 당신 딸도 나중에 중매 결혼 시킬 예정입니까?"
"당연합니다."
"당신의 딸은 고등학교 과정을 밟고 있다고 했죠?"
"예."
"학생들은 이성교제 하지 않습니까?"
"시골에서는 그런 일이 없습니다."
"만약 당신 딸이 학교에 다니다가 좋아하는 남자가 생겨 결혼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안 됩니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생각이 자유롭고 유쾌한 사람이었지만 자식들의 결혼만큼은 집안에서 정해준 사람과 해야 한다는 것을 철칙처럼 여기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깊이 있게 묻지 않았다.

영어 소통도 문제였지만 내 방식대로 힌두교도로서 그가 지켜오고 있는 고유한 전통 문화에 대해 따지고 드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이 어디에 있겠나. 그의 말로는 우리의 부모님 세대가 그랬듯이 시골에서는 거의 대부분이 집안 어른들끼리 만나 혼사를 정하는 중매결혼을 하는데 보통 여자는 19~21세, 남자는 22~24세에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결혼식장 안쪽에서는 밥솥에서 쟁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물과 축의금을 받고 있다.
 결혼식장 안쪽에서는 밥솥에서 쟁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물과 축의금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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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장 입구에서는 혼례식장을 찾는 손님들에게 액운을 막아 주는 힌두교의 정화의식 중 하나인 붉은 점을 이마에 찍어준다. 손님들은 저마다 선물 꾸러미를 들고 온다. 전기밥솥에서 쟁반에 이르기까지 나름대로의 결혼 선물로 성의를 표하거나 축의금을 내밀기도 한다.

결혼 선물을 받는 곳은 우리와 다르게 혼례식장 안쪽 편에 마련되어 있었다. 선물꾸러미가 쌓여가는 곳에서 몇몇 사람들이 선물한 손님들의 명단을 작성하고 코코넛을 나눠주고 있다. 선물을 들고 오지 못한 나는 얼마간의 축의금을 냈다.

예식장 한구석에서 만난 고등학교 과정을 밟고 있다는 청소년들
 예식장 한구석에서 만난 고등학교 과정을 밟고 있다는 청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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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아는 척을 했다. 그는 오늘 아침 산책길에서 나를 보았고 서로 인사를 했다는 것이었다. 코사니에서 20여 일째 외국인들을 만나보기 힘든 산책길을 거의 매일 같이 나서고 있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날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긴 것이다.

나는 말끔하게 생긴 그와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나서 여기저기 끼웃거리며 사진을 찍다가 고등학생쯤 돼 보이는 녀석들 틈에 앉았다. 녀석들은 식장 구석에 따로 몰려 있다. 녀석들은 형형색색의 화려한 전통 의상 사리를 차려 입은 여자애들과 달리 평상복 차림이다.

녀석들뿐만 아니라 남자들 대부분이 여자들과는 달리 평상복 차림이다. 화려한 사리를 차려입은 또래 여자애들이 수줍게 지나가자 녀석들의 눈길이 일제히 쏠린다. 나는 담배를 꺼내 물고 나와 영어 수준이 비슷한 녀석들과 농담을 주고받았다.

"니들 여자 친구는 있냐? 너희들과 나이가 비슷한 내 아들은 담배도 피우고 여자 친구도 있는데..."
"여자 친구는 없지만 담배는 피웁니다."

한 녀석이 구석진 곳으로 가더니 담배를 꺼내 문다. 가만 보니 녀석이 나보다 좋은 담배를 피우고 있다. 나는 한 갑에 5루피짜리 인도 담배 비디를 피우는데 녀석은 120루피짜리 담배를 피우고 있다. 한국이나 인도나 한창 반항기인 청소년들의 흡연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나는 인도의 값싼 비디 담배를 피우는데 너는 나보다 비싼 담배를 피우는구나. 아마 내 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했더니 다들 웃는다.

담배를 피우던 녀석은 나중에 코사니 근처의 서메숴이라는 곳에서 만난 적이 있다. 코사니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녀석과 한 여자 아이가 나란히 타고 있었는데 녀석이 자신의 여자 친구라면서 소개해 주기도 했다. 녀석들을 보면서 인도 시골에서도 이성교제에 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랑과 그 일행들이 마을에 도착하자  먼저 '함진아비'같은 사람이 신부측에 보낼 선물 꾸러미를 짊어지고 들어섰다.
 신랑과 그 일행들이 마을에 도착하자 먼저 '함진아비'같은 사람이 신부측에 보낼 선물 꾸러미를 짊어지고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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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례식장 저만치 마을 입구 쪽에서 요란한 밴드 소리가 들려왔다. 신랑이 도착했다는 신호였다. 신랑이 들어서기 전에 우리의 함진아비를 연상케 하는 사람이 신부 측에 줄 선물꾸러미를 등에 잔뜩 짊어지고 들어섰다. 이에 맞서 신부 측에서는 전통 복장을 한 어린 아이 하나가 신랑을 마중 나가기 위해 가마를 타고 나선다. 

신부측 아이가 가마를 타고 마중을 나서는 동시에 신랑을 태운 가마가 들어서고 있다.
 신부측 아이가 가마를 타고 마중을 나서는 동시에 신랑을 태운 가마가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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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소리는 더욱더 요란해지고 저만치 가마를 타고 예식장 입구로 다가오는 신랑이 보인다. 예식장 입구에는 신부 친구들이 진을 치고 있다. 신부를 그냥 데려갈 수 없는 법, 신부 친구들은 신랑 일행들을 막아 세운다.

신부 측에서 돈을 요구하는 모양인지 잠시 옥신각신 실랑이가 벌어지더니 신랑 측과 신부 측 사이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진다. 신랑 측에서는 예식 입구를 뚫고 들어서기 위해 눈발이 날리는 스프레이까지 뿌린다. 그렇게 여러 차례의 실랑이 끝에 이마에 붉은 점을 찍은 신랑이 예식장으로 입장한다.  

혼레식장 입구를 지키고 있던 신부 친구들이 신랑 일행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혼레식장 입구를 지키고 있던 신부 친구들이 신랑 일행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송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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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례식은 힌두교의 전통 의식에 따라 마당 한가운데에 힌두신에게 받치는 곡식을 비롯한 몇 가지 음식을 놓고 소박하게 진행된다. 혼례의식은 바라나시 강가에서 보았던 브라만 의식과 비슷했다. 예식을 진행하는 사람이 음식을 한 가지 한 가지 다른 쟁반에 옮겨 놓아가며 뭔가 신성한 주문 같은 것을 읊조린다. 특이한 것은 예식을 치를 때 신부뿐만 아니라 신랑의 얼굴 또한 길게 늘어뜨린 구슬 꾸러미에 가려져 있다는 것이다.   

혼례를 이끄는 사람이 얼굴을 가린 신랑에게 힌두 의식을 펼치고 있다.
 혼례를 이끄는 사람이 얼굴을 가린 신랑에게 힌두 의식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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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세월을 가늠케 하는 전통 혼례식을 마치고 나자 그 천년의 세월을 거슬러 비로소 현대 문명과 만난다. 사진 촬영이다. 마치 기자 회견장을 보는 것처럼 수많은 카메라가 신랑 신부에게 일제히 집중된다. 비디오 촬영도 빠지지 않는다. 다들 질 좋은 카메라들이다. 

예식을 마치자 기자회견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비디오 카메라를 비롯해 수많은 사진기들이 신랑신부에게 몰려 들었다.
 예식을 마치자 기자회견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비디오 카메라를 비롯해 수많은 사진기들이 신랑신부에게 몰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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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과 신부는 모델이다. 비좁은 집 마당이다 보니 한꺼번에 모여 단체 사진을 찍을 공간도 없다. 신랑신부를 가운데 놓고 친인척들과 친구들이 차례대로 앉아 기념사진을 찍는다. 적어도 열 차례 이상 사진 촬영을 한 것 같은데도 여전히 끝나지 않는다.

예식을 마친 신랑 신부는 친인척과 친구들에 둘러싸여 수많은 사진을 찍었다.
 예식을 마친 신랑 신부는 친인척과 친구들에 둘러싸여 수많은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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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에 하객들은 마당 한 곁에 따로 준비해 놓은 피로연 장소로 몰려간다. 나 또한 부럼 씨를 따라 식기를 들었다. 음식은 뷔페식으로 준비해 놓았다. 음식을 준비하는 것도 그랬듯이 배식하는 사람들 또한 모두 남자였다.

배식은 조금 전에 만났던 고등학생들이 거들고 있었다. 힌두교 또한 유교처럼 남녀 칠세 부동석을 지키고 있는 것일까. 여자들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고 남자들이 먼저 식사를 한다. 그런데 잔칫상에서 빠질 수 없는 술이 보이지 않는다. 식사를 다 마칠 때까지 술은 나오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혼례식장으로 들어서자 신랑 신부가 넋을 놓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웃고 즐기는 사이에 예식에 이어 사진 모델까지 되어 맥이 쏙 빠져 있다. 신랑은 간혹 미소를 내보이기도 하지만 예식을 시작할 때부터 초긴장 상태인 신부는 여전히 얼굴이 굳어 있다.

사람들에게 지쳐 있는 두 사람의 굳은 표정을 보면서, 결혼식이라는 것은 주변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깊이 있는 대화조차 나눠 보지 않고 중매 결혼하는 이들에게 낯설기만 한 결혼식이다. 사랑의 결실을 맺는 자리가 아니라 사랑을 시작하는 자리다. 

예식은 여기서 다 끝난 것이 아니었다. 신부는 신랑을 따라 신랑 집에서 다시 혼례식을 치러야 한다. 그 내용은 다르지만 조랑말 대신 가마를 타고 입장하는 신랑, 신부 집에서의 혼례식을 마치고 신랑 집으로 데려가는 그 옛날 우리의 전통혼례식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사진 쫠영을 마친 신랑 신부 맥이 쏙 빠져 있다.
 사진 쫠영을 마친 신랑 신부 맥이 쏙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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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북인도 전통 결혼식, #마누법전, #중매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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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릴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적게 벌어 적게 먹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평생 화두로 삼고 있음. 수필집 '거봐,비우니까 채워지잖아' '촌놈, 쉼표를 찍다' '모두가 기적 같은 일' 인도여행기 '끈 풀린 개처럼 혼자서 가라' '여행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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