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리의 머릿속에 사는 다섯 감정들

라일리의 머릿속에 사는 다섯 감정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세계에 사는 모든 이의 머릿속에는 감정을 컨트롤하는 본부가 존재합니다. 컨트롤 본부에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라는 다섯 감정들이 때로는 다투고 때로는 협력하며 감정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열한 살이 된 라일리의 머릿속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라일리의 가족이 아버지의 사업 문제 때문에 이사를 가게 됩니다. 라일리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기쁨'과 '슬픔'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나는데 이로 인해 라일리는 이전에는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마음의 변화를 느끼게 됩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추억과 상실 그리고 성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라일리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다섯 감정들은 라일리를 돌보는 어머니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린 시절을 되돌아 보는 우리 자신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기쁨'이 바라보는 라일리의 변화를 통해 우리는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 가지고 있던 어떤 종류의 감정은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 말입니다. 라일리의 머릿속에 있던 섬들이 하나 둘 산산조각이 나서 망각의 구렁텅이를 향해 무너져 내릴 때마다 관객들의 마음 또한 함께 쓸쓸하게 무너져 내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영화는 '기쁨'과 '슬픔'의 모험을 통해 모든 게 영원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또한 언제나 행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슬픔을 통한 공감의 힘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슬픔이 있기에 기쁨 또한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들려 줍니다. 삶이란 희비극의 현장이라는 것을, 영화는 웃음과 눈물을 함께 자아내며 보여 줍니다. 픽사가 만들어 낸 현명하고 사려 깊을 뿐만 아니라 따스하기 그지 없는 세계가 관객의 눈앞에 펼쳐지는 것입니다. 영화는 말 그대로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또 다른 추억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데 성공합니다.      

 '기쁨'과 '슬픔'

'기쁨'과 '슬픔'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상상력으로 가득한 머릿속 세계도 흥미롭습니다. 기억이 축적되어 가는 과정과 망각되어 가는 과정, 상상의 세계와 꿈이 만들어지는 세계 등, 영화는 재기 넘치는 상상력으로 머릿속 세계를 그려냅니다. 어렸을 때 한 번쯤 머릿속에 떠올려 봤던 환상과 비밀 그리고 꿈의 잔상들이 스크린 위로 나타납니다. 특히 꿈이 만들어지는 스튜디오 장면이 유쾌합니다. 이제 한밤중에 자다가 눈을 뜰 정도로 무서운 꿈을 꾸더라도 이 스튜디오 장면을 떠올리면 마음 편하게 다시 잠을 청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죠.

성우들의 캐스팅과 활약도 훌륭합니다. 영화는 성우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활용하는데 그 점이 탁월하게 작용합니다.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에서 긍정의 아이콘을 연기한 에이미 포엘러가 '기쁨'으로, <오피스US>에서 침울한 캐릭터를 연기한 필리스 스미스가 '슬픔'으로 캐스팅 된 건 정말 최고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의 스태프롤을 끝까지 지켜본다면 <인사이드 아웃>이 '우리의 아이들'에게 헌정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영화를 우리의 아이들에게 헌정합니다. 부디, 자라지 말아 주세요.'(This film is dedicated to our kids. Please don't grow up. ever) 영화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건 반칙이 아닐까 싶을 정도이지요. 극장을 나오면서 이만큼 마음이 충만해지는 영화는 오랜만일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하상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on-movie-monday.blogspot.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인사이드 아웃 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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