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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8일 인천예술고등학교에서 열렸던 '인천 청소년 인문학 토론대회'에 참여한 학생들이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난 7월 18일 인천예술고등학교에서 열렸던 '인천 청소년 인문학 토론대회'에 참여한 학생들이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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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에 지친 고등학생들이 인문학 서적을 읽고 비경쟁식 토론을 벌이는 '2015 인천 청소년 인문학 토론대회'가 18일 인천예술고등학교에서 인천민주평화인권센터와 인천광역시교육청 주관으로 열렸다. 주제는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은?'.

132명의 고등학생들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의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오찬호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의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김성호 서남대 교수의 <나의 생명 수업> 중 하나를 선택해 읽고 저자와 함께 토론을 벌였다.

"너무 부정적이신 듯" 학생 반응에...

오른쪽부터 오찬호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김성호 서남대 교수, 이성희 인천교육청 홍보팀장.
▲ '2015 인천 청소년 인문학 토론대회' 북 토크 오른쪽부터 오찬호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김성호 서남대 교수, 이성희 인천교육청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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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대회는 저자와의 북토크, 선택도서 저자와의 대화, 전체 토론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인천민주평화인권센터 조성혜 센터장은 개회사를 통해 "오늘은 질문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날카로운 질문으로 빛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조 센터장의 바람처럼 이날 토론대회에서는 학생들의 날선 물음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현 정부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북토크에서 오찬호 연구원에게 한 학생이 던진 질문. 오 연구원은 "제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와 다른 민주주의를 지향한다는 점은 확실하다"며 "민주주의에선 토론이 돼야 한다. 지금은 토론이 안 된다고, 아주 조심스럽게 말해 본다"고 답했다.

"너무 부정적이신 듯."

곧바로 튀어나온 다른 학생의 반응에 청중들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오 연구원은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는 건 부정적인 게 아니라 긍정적인 것"이라면서 "오히려 잘못된 걸 좋다고 포장하는 게 부정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덴마크와 한국은 배경이 다르지 않나요?"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의 저자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인천 청소년 인문학 토론대회'에 참여한 학생들과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는 "우리 안의 덴마크를 찾아보자"고 학생들에게 제안했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의 저자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인천 청소년 인문학 토론대회'에 참여한 학생들과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는 "우리 안의 덴마크를 찾아보자"고 학생들에게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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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에 이어 선택도서 저자와의 대화가 이어졌다.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었다. 각 강의실마다 학생들의 날카로운 질문들이 이어졌다. "덴마크 학생들이 야생마라면, 한국 학생들은 경주마 같다", "경주마들은 옆을 보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린다"는 오연호 대표의 말에 한 학생은 이런 질문을 던졌다.

"덴마크와 한국의 배경이 다른데 덴마크 제도를 한국에 어떻게 적용하죠?"

이에 오 대표는 "덴마크에서 제도 그 자체가 아닌, 제도가 추구하는 가치를 보고 왔다"라며 덴마크 행복사회의 여섯 가지 가치인 '자유', '안정', '평등', '신뢰', '이웃', '환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학생들에게 "우리 안의 덴마크를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오찬호 연구원은 "우리 사회에서 경쟁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반론을 접해야 했다. 오 연구원은 "자본주의가 인간을 만든 게 아니라, 인간이 행복해지려고 자본주의를 만든 것"이라며 "자본주의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면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호 교수에게는 본질적인 물음표가 이어졌다. "자연을 어떻게 봐야 하나요?"란 질문에 김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빌려 이렇게 답했다.

"버섯은 산 속에 있는 제게 가장 많은 가르침을 준 생명이에요. 버섯을 관찰하려면 내 몸을 바닥에 엎드려야 해요. 눈높이를 맞춰야 하죠. 물리적 자세뿐만 아니라, 마음도 버섯과 같이 생각하게 됐어요."

"잘못됐다고 말할 용기를 얻었어요"

'인천 청소년 인문학 토론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직접 만든 질문에 각자의 의견을 내고 있다.
 '인천 청소년 인문학 토론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직접 만든 질문에 각자의 의견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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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청소년 인문학 토론대회'는 비경쟁적 토론방식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이 저자와 함께 질문을 만들기 위해 토론하고, 모으고, 투표하고, 답하고 있다.
 '인천 청소년 인문학 토론대회'는 비경쟁적 토론방식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이 저자와 함께 질문을 만들기 위해 토론하고, 모으고, 투표하고,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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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중심의 '비경쟁식 토론'이 이어졌다. 기존의 토론대회처럼 찬반을 나누지 않았다. 결론도 없고 승자도 없었다. 학생들이 던진 질문만 남았다.

선택도서 저자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전체토론에서 다룰 가장 중요한 질문 하나를 뽑아야 했다. 질문은 민주적 절차를 통해 만들어졌다. 네 명이 한 조를 이뤄 하나의 질문을 뽑아 각각 칠판에 적었다. 학생들은 그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질문을 투표를 통해 정했다.

'우리나라도 덴마크처럼 아래로부터의 상향식 개혁이 가능한가?', '사회 안전망의 기준과 존엄성 보장의 구조적 방안은?', '인간이 자연에 간섭해도 되는가?'의 질문이 각 토론장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 뽑혔다.

평소 책을 많이 읽는다는 인천부흥고등학교 백승원 학생은 "기존 토론대회에선 찬반을 나눠 싸우게 했는데, 이번 토론대회는 소통할 수 있어 더 좋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인천효성고등학교 교사 제갈민씨는 "경쟁하지 않고 토론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면서 "아이들이 이번 토론대회를 통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접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토론대회의 운영위원인 임성빈 인천국어교사모임 대표는 "비경쟁식 인문학 토론대회가 정착되어 앞만 보고 달려가는 교육에 인문 정신을 세우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성희 인천교육청 홍보팀장은 "사회에서는 인문학이 위기라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조금 다르다"며 "김해, 강원, 경기, 서울 등 각지에서 3∼4년 전부터 이런 인문학 행사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오찬호 연구원은 이날 토론대회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런 행사 자체가 인문학의 위기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인문학이 위기니까 이렇게 외부 행사로, 그것도 남들 다 쉬는 토요일에 열리지 않나"라며 "교육 현장의 중심에서 인문학이 다뤄지면 다들 낯설어한다. 결국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떤 제도 변화에는 사람의 용기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토론대회에 참여한 가림고등학교 장현지 학생의 소감은 인상적이었다.

"오늘 토론을 하면서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할 용기를 얻었어요. 우리 젊은 세대가 사회 의식을 가져야 해요. 이대로 후손에게 물려주면 안 돼요. 지금과 같은 현실은 악순환 될 거예요."

'2015 인천 청소년 인문학 토론대회'가 7월 16일 인천예술고등학교에서 열렸다. 인천광역시교육청과 인천민주평화인권센터가 주관했다. 오연호 대표, 오찬호 연구원, 김성호 교수의 책을 읽은 학생들이 저자와 함께 '비경쟁식 토론'을 벌였다.
 '2015 인천 청소년 인문학 토론대회'가 7월 16일 인천예술고등학교에서 열렸다. 인천광역시교육청과 인천민주평화인권센터가 주관했다. 오연호 대표, 오찬호 연구원, 김성호 교수의 책을 읽은 학생들이 저자와 함께 '비경쟁식 토론'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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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홍현진 기자

덧붙이는 글 | 임성현, 허우진 기자는 오마이뉴스 22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인천 청소년 인문학 토론대회, #인천교육청, #오연호, #오찬호,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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