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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이외수
 소설가 이외수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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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무게 48kg. 소설가는 침상 위에서 몸을 반쯤 벽에 기대고 다리를 꼰 채 무려 두 시간 동안 이야기했다. 체크무늬 바지 사이로 앙상한 발목이 드러났다. 두 다리는 바짝 마른 나뭇가지 두 개를 겹쳐놓은 것 같았다. 다시 살아 돌아온 이야기를 노트북에 담으며 생뚱맞게도 나는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 한 구절을 떠올렸다.

"체중이 가벼운 그녀는
땅을 거의 누르지도 않았다." 
- 나의 어머니 중

아주 특별한 회춘 클리닉?

위암 2~3기 판정을 받은 소설가 이외수씨는 10개월 동안 투병했다. 쉽지 않았을 8번의 항암치료, 작은 탁자 위에 놓인 알약과 약봉지는 암과 싸운 흔적이다. 그는 "3차 항암 치료 때 가장 힘들었다"면서 "정신력이 해이해질 것 같아서 고도의 정신 집중이 필요한 컷을 일주일에 백장이나 그리며 버텼다"고 했다. '존버 정신'. 자기 트레이드마크처럼 '존나게 버텼다'. 기름기가 쏙 빠진 얼굴의 주름 속에서 두 눈동자가 번뜩였다.

"정신은 카랑카랑합니다. 항암 치료를 받은 게 아니라 회춘 클리닉을 한 게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하-하."

유머도 여전했다. 그는 지난달 10일 트위터에 '항암완료'를 선언했다. 강원도 춘천시 교동 격외선당에서 그를 만난 건 지난 8일이었다. 이날 함께한 이는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이자 강원도 화천군 공무원인 신광태 시민기자였다. 그가 7월 '아만남'(아름다운 만남) 대상자로 화천군 홍보대사이기도 한 이씨를 추천했다.

신 기자와 함께 현관문을 열자 병상에 누워서 TV를 보던 그가 일어나 반갑게 악수했다. 옆에서 문하생이 손소독제를 건네자 이씨는 머쓱해하면서 한마디 던졌다. 

"아직 끝난 건 아니니 조심해야지요. 하-하-하."

전유성 "형, 어떤 놈 말도 믿지마!"

- 메르스 때문에 더 고역이었죠?
"거의 감금 상태로 지냈죠, 뭐."

- 신경을 너무 써서 암이 발병했다는 말도 있더라고요.
"세월호 때 매일 술을 마셨어요. TV를 안 볼 수도 없고, 보면 속상하고 위안거리가 없으니까 밤새 술을 마셨어요. 쓰러지기 전에 혈변이 많이 나왔는데 나는 속이 타서 까만 것으로 생각했어요."

- 트위터에 항암일기를 많이 올리셨는데, 치료받는 와중에 일기까지... 힘들지 않았나요? 
"의사들은 정신력을 강조했어요. 우울증과 자괴감에 빠지면 안 될 것 같아 항암일기를 올렸습니다. 항암 투병하는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싶기도 했고요. 암 투병 사실을 알렸더니 '당장 지금 병원에서 나와라. 내가 책임치료를 해주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별의별 사람이 많았는데 그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았어요. 전유성이 전화를 했는데 '형, 어떤 놈 말도 믿지마!'라고 하더라고요. 전 의료팀을 전적으로 믿었어요."

- 병상에서 책을 두 권씩(<뚝,> <나는 결코 세상에 순종할 수 없다>)이나 내면서 투혼을 발휘하셨는데요, 최근 신경숙씨 표절 논란으로 시끄러웠습니다. 전에 전여옥씨를 겨냥해서 트위터로 올렸던 '글 도둑은 밥 도둑보다 더 엄중히'라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는데, 글 도둑은 왜 밥 도둑보다 엄중히 다뤄야 하나요?
"농사꾼이 밥의 원료가 되는 육신의 양식을 짓는다면, 작가는 건강한 정신의 양식을 짓는 농사꾼입니다. 원고지가 밭고랑 같지 않나요? 내가 쓴 글 중에 '눈물에 적시지 않은 글자를 원고지에 파종하면 말라 죽는다'는 게 있는데요, 농부가 피땀을 흘리지 않으면 곡식이 말라죽듯이 애써서 만든 남의 노고를 불로소득으로 취하면 안 됩니다. 예술에는 불로소득과 무통분만이 없습니다."

"예술에는 불로소득과 무통분만이 없다"

 소설가 이외수씨의 침상 옆에는 거울이 놓여 있었고 수시로 거울을 살폈다.
 소설가 이외수씨의 침상 옆에는 거울이 놓여 있었고 수시로 거울을 살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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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숙씨의 사과에 대해 '유체이탈화법'이라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저는 사과의 문제는 후차적이라고 봅니다. 원인이 궁금했어요. 작가들이 부분적으로 몇 줄은 자기도 모르게 쓸 수 있습니다. 아주 흡사한 문장이 나올 수 있죠. 이번에는 한두 줄이 아니라 여러 줄이었습니다. 그분에게는 이런 사례가 더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완전하게 의도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습작 시절에 남의 글을 필사해서 문장력을 향상시키는 작가들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거의 습관이 되어서 자기도 모르게 익숙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 신경숙 씨는 처음에는 그 작품도 읽어본 적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만약 필사를 한 적이 있다면 적어도 그 작품을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사람이란 게 자기 기억을 수정하거나 지우기도 합니다. 자기에게 불리하거나 아프게 하는 기억을 수정하거나 아예 삭제하는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작가 정신이 치열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작가 자신이 조심해야 합니다. 글 한 줄이 인생을 바꾸기도 하는 데 몇 번이라도 점검을 해야지요. 우리 작가들은 책을 내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경우가 거의 드문데 저는 10여 명에게 모니터링을 합니다. 외국에서도 유명 작가들의 매니지먼트들이 점검하고 거르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요. 한국은 열악하죠. 초판을 몇 만부 찍던 내 책도 요즘 3000부를 찍는 상황인데 다른 작가들은 오죽하겠습니까."

나의 대표작은...

그는 "암 투병하면서 '뒤늦게 고백하는 데 선생님의 글을 읽고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는 독자들의 말이 가장 큰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완치돼서 또 써야지"라고 각오를 다졌단다. 위암 선고를 받은 뒤 30분 만에 "이제 떠나도 여한이 없다"고 마음을 정했던 그에게 많은 독자들이 삶의 의욕과 집필 의욕의 불씨를 지핀 것이다.

신광태 기자가 이씨에게 물었다.
 소설가 이외수씨와 오마이뉴스 신광태 시민기자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소설가 이외수씨와 오마이뉴스 신광태 시민기자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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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집필 활동을 시작하실 텐데요. 독자들은 언제쯤 책을 볼 수 있는지요?
"난 베스트셀러도 있고 스테디셀러도 있습니다. 다행히도 절판된 책은 없죠. 그런데 문제는 대표작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대표작이 무엇인지를 물으면 '다음 작품'이라고 말하는데 저도 그래요. 투병이 끝나고 건강 회복되면 대표작을 만들 겁니다."

- 작품 구상은 마치셨는지요?
"서양 현대 소설의 아버지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입니다. 그 인물 구성을 보면 돈키호테가 추종하는 공주와 돈키호테, 돈키호테를 추종하는 산초, 이 삼각구도입니다. 나는 그것의 합리성에 불만이 있어요. 각양각색의 사람이라도 우주의 기본 성질과 원리를 벗어날 수 없어요. 우주는 총체적으로는 '무극'이고 나뉨이 없는 한 덩어리입니다. 무한 속의 하나가 된 상태가 무극이죠.

그리고 음양오행이란 게 있습니다. 물, 불, 쇠, 흙, 나무 다섯 가지 성질에 의해 작용과 변화가 반복되고 무한하고 새로운 게 태어납니다. 이게 상생과 상극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죠. 이 원리를 소설에 적용하면 갈등의 과학적 해결방안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역학 공부 등을 더 하고 깊은 사유를 걸러내서 음양오행이 드러나는 인물들을 연출한 대표작을 준비할 겁니다."

브레이트의 시 '나의 어머니'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다.

"그녀가 이처럼 가볍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

위암의 고통을 이겨낸 그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자기 대표작을 쓰기 위해 앞으로 더 혹독한 정신적 고통을 견뎌야 할지 모른다. 불로소득과 무통분만이 없는 예술의 세계에서 '존나게 버티기' 위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예술은 고통 끝에 나온다."

☞[이외수 아만남 ②] "박근혜 대통령에게 소통법을 자문하자면..."



○ 편집ㅣ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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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이희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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