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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자 <한겨레> 엘리엇 인터뷰 기사 아래에 실린 삼성물산 광고. 삼성물산은 이날 주요 일간지와 종편 등 방송, 포털 등에 주주들에게 합병 지지와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는 광고를 일제히 실었다.
 13일자 <한겨레> 엘리엇 인터뷰 기사 아래에 실린 삼성물산 광고. 삼성물산은 이날 주요 일간지와 종편 등 방송, 포털 등에 주주들에게 합병 지지와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는 광고를 일제히 실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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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합병 주총을 나흘 앞두고 삼성과 엘리엇의 여론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물산이 13일 주요 일간지와 방송을 통해 주주들에게 제일모직 합병을 지지해달라는 광고를 일제히 내보내자, 합병을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붉은 악마' 차림의 폴 싱어 회장 사진을 공개하는 한편, 언론 인터뷰로 이른바 '먹튀' 이미지 해소에 나섰다.

"한국 대표기업인데..." 삼성 '애국심' 호소에 '붉은 악마'로 맞불

오는 17일 합병 주주총회를 앞둔 삼성물산은 이날 "합병을 통해 바이오 사업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의 대표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고자 한다"면서 "그러나 안타깝게도 엘리엇은 주주총회에서 합병을 무산시키려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미래가 방해받아서야 되겠나"라면서 사실상 주주들의 '애국심'에 호소했다.

이에 엘리엇은 이날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독일 4강전을 직접 보려고 서울을 방문한 폴 싱어 회장 사진까지 공개하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강조했다.

엘리엇은 또 <한겨레> 인터뷰에서 삼성 경영권이나 단기 차익만 노린 '먹튀'라는 국내 비판 여론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엘리엇은 그동안 웹사이트를 통해 합병 반대 근거를 알렸지만, 국내 언론 인터뷰는 한 달여 만에 처음이다.

엘리엇 아시아태평양 총괄 투자책임자인 제임스 스미스 대표는 지난 11일 영국 런던 출장 중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삼성이 제기하는 '경영권 위협론'이나 '정부-투자자 간 소송'(ISD) 제기론은 '007 영화'에 나오는 음모론보다 더 심한 내용"이라면서 "삼성물산 지분 7%는 '먹튀'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적은 주식이 아니다"라며 '먹튀' 가능성을 일축했다. 자신들은 이미 한국에 20년 전부터 투자해왔고 대부분 수년간 주식을 보유했다는 것이다.

스미스 대표는 오히려 "삼성물산 합병 논란의 본질은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는 것"이라면서 "합병이 이뤄지면 대다수 주주들이 손해를 회복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제일모직이나 총수 일가가 오히려 '먹튀' 아닌가?"라고 맞섰다.

엘리엇 "본질은 불공정성... 오히려 삼성 총수 일가가 '먹튀'"

엘리엇 아시아태평양 총괄 투자 책임자인 제임스 스미스 대표
 엘리엇 아시아태평양 총괄 투자 책임자인 제임스 스미스 대표
ⓒ 엘리엇매니지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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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합병을 앞두고 지분 7.12%를 확보해 3대 주주가 된 엘리엇은 지난달 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1대 0.35)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며 합병 반대를 선언했다. 이에 네덜란드 연기금을 비롯한 외국인 기관투자자들과 일부 소액주주도 동참하고 있다.

스미스 대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승계 필요성을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승계는 공정하고 다른 주주들에게 손해가 되지 않는 방법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물산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지난 10일 합병에 찬성하기로 했다는 국내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스미스 대표는 "ISS와 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4곳이 모두 합병에 반대하고 삼성물산 쪽에 불공정한 합병비율과 삼성전자 주가 하락 등으로 합병 발표 이후 국민연금 손실액이 2조 원(엘리엇 자체 추산)에 달한다"며 "국민연금이 찬성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오히려 국민연금을 압박했다.

오는 17일 주총 결과에 대해서도 "그 경우(국민연금 찬성)를 포함해 모든 시나리오를 따져보면 초접전이기는 하지만 우리에게 만족할 만한 상황"이라면서, 소액주주들의 반대 표결을 독려했다.

아울러 엘리엇이 과거 남미 아르헨티나와 페루, 아프리카 콩고 등에서 해당 국가 경제나 국민 안위보다 고수익만 추구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일부 비판도 있었지만 해당 국가의 부정부패 개선 등에 기여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많다"면서 "국가가 빚을 못 갚을 때 정부의 부패 때문인 경우가 많은데 엘리엇이 활동하면서 드러나니까 지지하는 개인이나 조직이 많다"고 주장했다.

주총 결과 안갯속... 소액주주 찾아다니며 지지 호소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13일 폴 싱어 엘리엇 회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한국-독일 준결승전을 관람하려고 서울을 방문했을 당시 모습을 공개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13일 폴 싱어 엘리엇 회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한국-독일 준결승전을 관람하려고 서울을 방문했을 당시 모습을 공개했다.
ⓒ 엘리엇 매니지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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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그동안 소액주주운동 차원에서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해온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엘리엇은 40년 가까이 활동하며 국제 연기금 사이에서 스타급 헤지펀드로 통한다"면서 "해외 기관투자자들 지지를 받으려면 명분이 중요하기 때문에 '먹튀'하기보다 한국에 계속 남아 삼성의 지배구조를 지속적으로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오히려 김 소장은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기로 했다면 국내 자본시장이 삼성에 휘둘릴 만큼 엉망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면서 "국내 기업 경영권 방어가 아니라 공격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글로벌 헤지펀드에게 초청장을 날린 셈"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연금의 '찬성'으로 합병에 조금 더 다가가긴 했지만 주총 결과는 아직 안갯속이다. 합병안이 통과되려면 주총 참석 의결권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참석률이 70~80% 정도라고 봤을 때 47~53%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국민연금과 KCC를 포함하더라도 삼성쪽 우호 지분은 30% 정도에 불과해 16~22% 정도 지분이 더 필요하다. 거꾸로 엘리엇, 외국인 기관투자자 등 합병 반대쪽 지분은 10% 정도로, 13~17% 이상 지분을 더 확보하면 합병을 막을 수 있다.

결국 나머지 60% 가까운 지분을 가진 국내외 기관투자자들과 소액주주들 손에 운명이 달린 셈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부분 지난 9일까지 한국예탁결제원 전자투표 시스템을 통해 부재자 투표를 마친 상태다.

엘리엇은 지난 10일 "합병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거나 의결권을 위임한 주식 수가 수천만 주"라고 주장했고, 삼성물산도 전국에 흩어진 소액주주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의결권 위임을 설득하고 있다. 결국 '투표함'을 열기 전까지 누구도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셈이다.


태그:#삼성물산 합병, #엘리엇, #국민연금,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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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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