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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을 마치고  단체 사진을 찍은 교사들
▲ 단체 사진 모임을 마치고 단체 사진을 찍은 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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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세종시에 위치한 온빛초등학교에서 전국 초중고 교사 300여 명이 모인 '교사가 만들어 가는 교육이야기' 행사가 열렸다.

"몇몇 페이스북 친구들이, 북 콘서트를 하고 난 뒤 세종에서 이런 모임 한 번 하자고 생각하고 시작한 거예요. 우리도 이렇게 많이 오실 줄 몰랐죠. 홍보도 순전 각각 페이스북 담벼락에서만 했어요."

모임의 총무를 자처하며 행사 전반을 이끌었던 차승민 교사의 말이다. 6시간 동안 이어진  흥미진진한 행사는 1부 발표회, 2부 원탁회의 순으로 진행됐다.

2시간에 걸친 1부 발표회는 책을 낸 교사들이 자신들이 수업에 적용한, 다양한 학습 방법, 학교생활 등 교사 자신의 경험담을 여섯 꼭지로 풀어냈다.

"교사들이여, 괴물이 되자"

권재원 교사는 '교사들이여 분노하라, 교사들이여 괴물이 되라'는 파격적인 제목으로 첫 번째 이야기를 풀어 냈다. 그는 "괴물은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 없이 창의적인 사고를 지닌 도전자, 부당한 권력에 순응하지 않고 저항하는 존재를 말한다"며 "체제에 순응하고 안주하지 않는 괴물 교사가 많이 생겨야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교육현장을 지켜낼 수 있다, 교사들이여 괴물이 되자"고 말했다.

교과서 개발에 참여해 새로운 교과서를 만든다는 이윤미 교사는 "교과서는 하나의 자료일 뿐인데 교사들은 교과서를 전달하는 전달자에 불과한 현실"이라며 "'교과서를 의심하라'는 마이클 애플의 말처럼 교과서 자체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탁상에서 만들어진 교과서는 현장에 맞지 않는다. 현장 교사는 교육과정 전반에 대해 수정, 제안, 개발할 권리가 있다. 그는 "현장 교사가 단순한 보조자가 아닌, 주체적 동반자로 교과서 개정과 교육 과정 개정 전반에 함께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수업 중에 연극하자>의 저자 구민정 교사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인 조성희 선생님이 연극을 만나게 해줬다고 한다. 배역이 모자라 자청했던 연출을 선생님은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모두가 참여하게 만든 연출력을 높이 사서 제일 잘했다 칭찬하며 꽈배기를 상으로 주신 덕에 연극을 가슴에 품고 살게 되었다고 밝혔다.

교육 연극은 서로 다른 환경, 조건 등 경계를 허무는 작업이다. 장기결석생. 따로 수업을 받는 도움반 친구, 일진 학생 모두를 참여시킬 수 있으며 아이들 스스로 문제와 해법까지 깨우친다. '연극을 수업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내용을 연극에 녹여내야 하나',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등 생각하고 고민할 거리가 많다. 그는 "같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연극을 통해 발견하는 것은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이다"라고 들려줬다.

<학생사용설명서>의 저자 차승민 교사가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내고 있다.
▲ 차승민 교사의 교사들 쫄지마! <학생사용설명서>의 저자 차승민 교사가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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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사용설명서>를 낸 차승민 교사는 '대마왕 차샘의 쫄지 않고 사는 법'이라는 이야기로 많은 교사들의 공감의 박수를 받았다.

교사 18년 차인 차승민 교사는 "자신은 학교가 시키는 대로 일 잘하고 공문 작성 잘하는, 관리자 편에서 모범적인 교사"였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수업에도 충실해서 5월 중순에 1학기 수업 끝내고 문제지 풀이를 시켰다. 관리자에겐 유능한 교사였지만 교실에 들어가면 무능한 교사라는 자괴감을 느낀 그는 3년이 지난 후 교과과정을 끝내고 남은 시간에 지루해 하는 아이들을 위해 비디오 상영을 했다.

영화에 골몰하는 아이들을 보며 영화를 보기 시작해 1000여 편이 영화를 보고 2500편의 영화 관련 글을 쓴 후 <영화를 함께 보면 아이의 숨은 마음이 보인다>라는 책을 냈다. 학교 교육 과정에 영화를 넣는 것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성적저하를 염려한 교장, 교감, 학부모에게 끊임없는 항의가 들어왔다. 그러나 "영화를 포기하지 않은 아이들 스스로 학습해 학업 능력이 오히려 향상됐다"고 한다.

차승민 교사는 "어딘가에 예기치 않던 펑크는 나는 것이다, 타인은 남의 일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며 "자기 자신이 자신의 가장 강력한 감시자다, 가장 큰 감시자인 자기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져, 한 발자국 내딛는 용기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사들이여, 쫄지마!"라고 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김성효 교사는 <행복 그리고 위로> 라는 이야기로 자신의 교사로서 고통스러웠던 두 가지 경험담을 들려줬다. 담임 4년 차인 6학년 담임 때 일기장 검사를 하는데, '담탱이'로 시작되는 열두 장의 욕설로 가득 찬 일기를 읽게 됐다. '담탱이'는 담임인 김성효 교사었고, 욕의 요지는 담임은 "한 마디로 '미친년'"이라는 것이었다.

화가 난 김 교사는 그 아이를 마음속으로 포기하고 아이에게 무관심한 채 졸업시켰다고 한다. 그런데 졸업 후 제일 먼저 찾아 온 아이가 그 아이였다. 자신의 용돈을 모아 샤넬 향수를 사왔다고 한다. 동창회 때마다 부르는 아이들이 그 반 아이들이었다. 그는 "고학년 아이들의 문제를 교사가 해결하려 하지 말라, 무언가로 힘들어 하는 옆 반 교사의 눈물을 닦아주고 함께 울어주는 따뜻한 교사가 되라"고 조언했다.

김차명 경기정왕초등학교 교사는 '공감'에 대하여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을 말한다는 전제로, 만화를 통해 폭넓은 소통을 꾀하고 있다.

학교에서 사라져야할 것, 서열화를 위한 '평가'

 학교에서 사라져야 할 것과 채워야 할 것을 논의 중이다.
▲ 원탁회의 학교에서 사라져야 할 것과 채워야 할 것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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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탁회의로 진행된 2부에서는 '학교에서 사라져야 할 것'과 '새로 채워야 할 것'에 대해 진지한 토론의 장을 열었다. 학교에서 사라져야 할 항목 첫 번째는 서열화 등급화 하는 각종 평가들(학교평가, 교원 평가)이었으며, 채워야 할 것은 소통과 자율성을 꼽았다.

모임이 끝난 뒤 페이스북에는 수많은 후기가 올라왔다. 김성현 교사는 페이스북 후기를 이렇게 남겼다.

"페북의 스타샘들을 직접 뵌 날이다. 나 자신을 뒤돌아보고 내 주변들을 뒤돌아보게 한 시간이었다. 나의 최대 감시자는 바로 나. 정작 내가 나를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한 하루 한번 나에게 안녕한가 물어보는지 반문해 보았다. '다른 사람들 내게 관심 없어요, 그냥 한번 해보는 거예요, 용기를 가지세요' 차샘의 명쾌한 조언이다

학교를 손바닥 뒤집듯 바꿀 수는 없겠지만, 위에서부터의 변화가 아닌 아래로부터의 변화는 분명 필요하다. 교사는 변화의 대상이 아닌 주체인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의 손을 잡아주고 위로하는지, 교육과정에 얼마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지... 자발적으로 전국의 약300여 명의 선생님이 교육에 대한 애정을 품고 모여 서로 이야기 나눔에 감격스럽다."

초중고 교사들이 논의한 사라져야 할 것들
▲ 학교에서 사라져야 할 것 초중고 교사들이 논의한 사라져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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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몇 명의 제안으로 시작된 자발적인 모임에, 초중고 교사가 300명이 모였다는 것은 교사들이 얼마나 소통과 위로를 필요로 하는지 잘 말해준다.

다음 모임은 10월 17일 전북에서 가질 예정이다. 장소와 진행 방식에 대해 묻자 차승민 교사는 이런 답을 들려줬다.

"원래 우리가 하는 일은 우당탕합니다. 사실 10월 17일 전북도 어제 뒷풀이 자리에서 우발적(?)으로 정한 거예요^^ 나머진 아무도 몰라요 날 만 정해놓고 페이스북에 올려놓으면 어찌어찌 하는 거죠. 집행부, 운영위 이런 조직이 아니에요. 일단 공감대를 형성하고 각자 흩어져 외로워하고 힘들어하는 교사들에게 혼자가 아니란 자신감을 심어주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걸 일깨워주는 거죠.

뭐 다음에도 반응이 좋으면 계속 하고 반응 없으면 안하는 거죠 하지만 어떤 조직보다 더 능동적이고 자발적으로 움직일 겁니다. 참여하는 교사들 스스로 뭔가 도우려고, 힘을 보태려고 하거든요. 안 시켜 주면 서운해 할 정도로 ㅎㅎ".


태그:#교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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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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