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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마을기업 작은나무 카페의 모습
▲ "건물주는 임대차보호법을 지켜야 합니다"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마을기업 작은나무 카페의 모습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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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사장 위에 나는 건물주, 조물주 위에 건물주.

온라인에 떠도는 '건물주'의 위상을 표현하는 우스갯소리다. 건물주의 이른바 '갑질'로 마을 기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손꼽히던 명소가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작은나무 카페' 이야기다. 이는 최근 소위 '뜨는 동네'에서 잇따라 일어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Gentrification : 구도심이 번성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쫓기는 현상)이 빚은 결과로 꼽히기도 한다.

'나는 건물주'에 '뛰는 사장'이 반기를 들었다. 9일 작은나무나무지키기 마을주민모임(아래 작지모)과 지역 주민, 성미산 학생, 시민 단체 등 50여 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건물주는 임대차보호법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나가달라'는 최후 통첩에 "호소합니다"

9일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작은나무 카페 앞에서 건물주의 소위 '갑질'을 표현한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9일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작은나무 카페 앞에서 건물주의 소위 '갑질'을 표현한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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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나무 카페는 2008년, 200여 가구와 개인 조합원 70여 명이 5만~100만 원씩 모아 만든 공동체 카페다. 최수진 작은나무협동조합 이사장은 "건물주를 만나 작은나무 카페의 가치를 충분히 설명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내 거를 법대로 나가달라 했으면 조용히 나가면 되지 내가 무엇을 할지 설명할 필요는 없다'는 말 뿐이었다"며 "(기존) 상가임대차보호법은 문제가 많았으며, 이대로 그냥 쫓겨나지 않고 이곳이 우리가 만든 가치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건물주가 내용 증명을 통해 '나가줄 것'을 최후 통첩 한 날이기도 하다. 작지모 등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자본의 사회에서 계약으로 묶여 결국 건물을 내어줘야한다 해도 그 속에 쌓아 놓은 유무형의 자산의 권리는 그것을 이룬 사람들에게 있다"며 "개정된 상가 건물 임대차보호법도 임차 상인의 영업 가치가 임차 상인의 재산이며, 함부로 약탈할 수 없는, 보호돼야 하는 재산이라는 것을 법으로 명시했다"라고 주장했다.

마을기업 작은나무 카페가 건물주의 일방적인 재계약 철회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최수진 작은나무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대로 그냥 쫓겨나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만든 가치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말했다.
▲ 작은나무 머리띠 두른 최수진 이사장 마을기업 작은나무 카페가 건물주의 일방적인 재계약 철회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최수진 작은나무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대로 그냥 쫓겨나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만든 가치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말했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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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건물주에게 호소합니다. 작은나무협동조합의 권리를 인정하고 성실한 협의를 해주길 바라며, 우리는 서로를 미워할 적이 아니"라며 "합법적 약탈이란 이제 없으며, 함께 살아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에도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서울시가 말하는 '마을 만들기'의 이면에는 지가 상승과 임대료에 고통받는 마을 기업이 있다"며 "더 많은 마을 공간이 사라지기 전에 마을의 기억과 이야기를 '돈'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이들은 다음 세 가지를 요구했다. 첫째, 건물주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준수하고 정당한 세입자의 권리를 보장할 것. 둘째, 서울시는 마을 만들기의 지속 가능을 위해 관련 정책을 수립할 것. 셋째, 정부는 임차인과 임대인 상생을 위한 법 개정 및 지원책을 마련해 나갈 것 등이다.

공병각 사단법인 사람과 마을 운영위원장은 "작은나무 카페의 가치를 한 어린 아이가 지은 시로 대신한다"며 SNS로 보내온 시를 낭송했다.

작은나무는 들꽃같은 나무. 우리 마을 가운데 있지
작은나무는 심장같은 나무. 마을사람들의 핏줄을 이어서
작은나무는 하늘같은 나무. 어른들 아이들을 다 품어서
작은 나무는 바위같은 나무. 뿌리를 깊게 박고 가만히 있는 나무
작은 나무는 편지같은 나무. 기쁨과 슬픔이 담겨있지

사건 일지
▲2007년 7월 18일 성미산학교 교사들이 작은나무 카페 인수
 보증금 500만 원/ 월 임차료 50만 원
▲2008년 7월 31일 마을카페 작은나무로 전환
보증금 1000만 원/ 월 임차료 100 만원
▲2012년 7월 9일 작은나무 양도 양수
임차인 변경/보증금 1000만 원/ 월 임차료 120만 원
▲2013년 9월 작은나무협동조합 전환
  임차인 작은나무협동조합/ 보증금 1000만 원/ 월임차료 120만 원(부가세 별도)
▲2014년 5월 28일 토지 건물 소유주 변경
▲2014년 7월 1일-소유주 변경 통지 접수 및 소유주, 같은 달 8일까지 명도 요구
7월 3일-작은나무, 최소 1개월 전 통지 의무 위반에 따른 묵시적 갱신으로 명도 의무 없음을 소유주에 내용증명
▲2015년 4월 28일-소유주, 7월 8일 계약종료로 명도 요구 및 건물 개․보수 예정 통지
6월 8일-작은나무협동조합, 계약일 2013년 7월 9일로 2018년까지 8년 계약 갱신 권리 주장. 소유주에 내용증명
6월 12일-소유주, 2015년 7월 9일 명도 요구 및 5년 갱신 요구 권리 없음 주장
6월 25일-작은나무협동조합-소유주 면담. 소유주, 재계약 의사 없음 알림
6월 30일-작은나무협동조합, 새로운 임차인과 권리금계약 체결(6월 26일자) 했음을  소유주에게 통지하고 임대차 계약을 요구
7월 2일-소유주, 재차 명도 요구와 권리금 계약의 통고도 받아들일 수 없으며, 법적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통지
7월 6일-작은나무협동조합 소유주, 새로운 상가임대차보호법상의 권리금 보호 규정에 따라, 신규 임차인과 계약하지 않으면 방해 행위로 손해 배상 청구 가능함 통지

(자료제공-작은나무지키기 마을주민모임)



○ 편집ㅣ조혜지 기자



태그:#작은나무 카페, #임대차보호법, #젠트리피게이션 현상, #건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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