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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카카오톡 압수수색 규탄 기자회견'에서 만민공동회 제안자인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사례발표를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카카오톡 압수수색 규탄 기자회견'에서 만민공동회 제안자인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사례발표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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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사찰' 논란에 불을 댕겼던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압수수색의 위법성이 법원에서 확인됐다.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단독3부(재판장 유환우 판사)는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에 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압수수색한 카카오톡 대화 기록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압수수색 당시 경찰이 주식회사 다음카카오(당시 카카오)에 영장 사본을 팩스로 보낸 데다 나중에라도 원본을 제시하지 않았고, 압수물 목록 또한 교부하지 않았다며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라고 판단했다.

정 전 부대표는 지난해 6월 27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미 6월 10일 집회 현장에서 연행돼 구속 중이던 그는 기소 전, 은평경찰서에서 '5월 12일부터 21일까지의 카카오톡 정보를 압수수색하겠다'는 영장을 제시받았다. 압수수색 대상은 정 전 부대표의 아이디와 대화명뿐 아니라 그와 대화한 상대방의 계정정보, 대화 내용과 사진, 동영상 일체였다.

이후 보석으로 풀려난 그는 지난해 10월 수사당국이 자신의 카카오톡 친구 약 3000명의 개인정보와 대화 내용을 들여다봤다고 했다. 검찰이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대응방침 논의를 위해 개최한 회의에 카카오 관계자가 참석, '수사기관이 카카오톡을 실시간 감시한다'는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진 즈음이었다.

'팩스 영장'만으로 압수수색? 법원 "위법... 원본 제시해야"

그런데 정 전 부대표의 재판 과정에서 카카오톡 압수수색의 문제점이 추가로 드러났다. 수사기관은 압수수색을 진행하기 전 당사자에게 반드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경찰은 정 전 부대표에게 영장을 제시했을 뿐, 다음카카오에는 팩스로 영장을 보냈고, 방문조차 하지 않았다.

다음카카오는 그 사본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서버에 남은 기록들을 모아 경찰에 보냈고, 사후에라도 영장 원본을 확인하지 않았다. 경찰은 또 압수물 목록을 다음카카오에 교부하지 않았다. 정 전 부대표 쪽은 법정에서 압수수색 절차상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는 만큼 카카오톡 기록은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7일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정 전 부대표를 지원하는 '사이버사찰 긴급행동'은 이날 논평을 내 "수사기관의 마구잡이 압수수색 관행에 제동을 건 법원의 판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 회사 직원이 시민의 가장 사적이며 내밀한 개인정보에 접근하는데도 경찰이 배석조차 하지 않는 '팩스집행'이란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은 당연한 조치"라고 했다.

사이버사찰긴급행동은 다만 "수사기관이 영장 하나만으로 당사자의 모든 대화 내용과 제3자의 대화 내용을 다 들여다보면서 적법절차를 위반하고 인권을 침해한 것이 이 사건의 또 다른 본질"이라며 재판부의 이번 판단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수사기관이 영장 원본 제시 등 절차를 시정한다고 해도 '싹쓸이 압수수색'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며 "법원은 압수수색 영장 발부에 신중을 기하고, 수사기관은 범죄 혐의와 무관한 정보를 압수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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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곽우신 기자



태그:#카카오톡, #사이버사찰, #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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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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