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 아이고, 더 뛰어야지!"

꽃무늬 '몸뻬'에 분홍색 고무신 차림으로 응원에 나선 이인숙(61)씨가 외쳤다. 이씨는 인천에서 40년 넘게 살았다. 주말이면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보기 위해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찾는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월요일인 6일 그가 찾은 곳은 인천남동아시아드경기장. 여자축구단 인천현대제철의 홈구장이다.

현대제철은 이날 열린 IBK기업은행 2015 WK리그 15라운드 경기에서 화천국민체육진흥공단에 3-0 완승을 거뒀다.

 홈팀 인천현대제철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은 한 여성팬. 등에 선수들의 사인이 보인다.

홈팀 인천현대제철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은 한 여성팬. 등에 선수들의 사인이 보인다. ⓒ 박민규


경기장을 찾은 여성 관중들은 축구장에 부는 '여풍(女風)'을 실감케 했다. 박수를 치며 손녀뻘 선수들을 응원하던 할머니 팬 이씨는 "자꾸 이기니까 경기장 오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애들(선수들) 보러 오는 거니까 편하게 입는 것"이라며 '몸뻬' 패션을 고수하는 나름의 이유도 설명했다. 이씨는 경기 내내 선수들의 움직임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언니, 얼굴 너무 작아요!"

이날 응원을 주도한 것은 '언니부대' 팬들이었다. 단체로 경기장에 온 부천대 여자축구동아리 '비욘드부천' 회원들은 연신 "언니"를 외쳐댔다. 관중석 맨 앞줄에 자리를 잡고 응원하는 모습은 아이돌 팬클럽을 방불케 했다. 현대제철 유니폼을 입고 온 김민아(22)씨는 "(여자 대표팀이) 남자보다 빨리 16강에 진출했다"며 여자축구가 거둔 성과에 비해 대중의 관심이 적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은 팬들의 열띤 응원에 화답했다. "다섯 시간 동안 응원 펼침막을 만들었다"는 외침에 대표팀 골키퍼 김정미(31·현대제철)는 두 팔을 든 채 활짝 웃어 보였다.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들어가자 '비욘드부천' 회원들은 선수들이 탈 버스가 주차돼 있는 주차장으로 내달렸다. 누군가 외쳤다.

"난 전가을(27·현대제철) 선수 사인 받을 거야!"

월드컵 열풍에 연고제 도입 등이 인기요인

 팬이 건넨 축구화에 사인하는 임선주(25·현대제철) 선수.

팬이 건넨 축구화에 사인하는 임선주(25·현대제철) 선수. ⓒ 박민규


WK리그의 평균 관중은 400명 수준이다. 한국여자축구연맹의 집계에 따르면 월드컵 전과 후의 관중 수가 크게 다르지 않다.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무료입장이기 때문에 관중 수 집계가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체감은 달랐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월드컵 이후 관중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연고제 도입은 월드컵과 더불어 올해 WK리그의 흥행요인이다. 학교에서 여자축구동아리를 운영하는 체육교사 전혜림(24)씨는 "수도권에서 경기를 볼 수 있게 된 건 올해부터"라며 "이전에는 여자축구를 보려면 (홈구장이 지정돼 있지 않아) 각 지방을 돌아다녀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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