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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7일 자신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가 소집된 것과 관련해 "어떤 결정이든 의총 결과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의총은 8일 유 원내대표가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전면 비공개로 열린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7일 자신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가 소집된 것과 관련해 "어떤 결정이든 의총 결과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의총은 8일 유 원내대표가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전면 비공개로 열린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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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선택은 결국 '박심(心)'이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당내 친박(박근혜)과 반대하는 비박 사이에서 중재에 나섰던 김 대표는 끝내 친박의 손을 들어줬다.

김 대표는 7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유승민 사퇴 권고 결의안'을 채택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8일 열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의원총회를 열어 당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형식은 갖췄지만, 사실상 '유승민 사퇴'를 미리 정해 놓고 이를 관철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결의안의 명칭도 '새누리당의 미래와 박근혜 정권의 성공을 위한 원내대표 사퇴 권고 결의안'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의 주역으로 점찍은 유 원내대표 찍어내기에 팔을 걷어붙인 모양새다. 게다가 결의안 채택 방식도 표 대결을 지양하고, 대신 당내 의원들의 동의를 구하는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표결이라는 객관적 절차 없이, 정치적으로 사퇴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청와대에 백기 든 김무성... 유승민 찍어내기 앞장

이 같은 당 지도부의 방침은 유 원내대표에게 '의원총회에서 험한 꼴 벌어지기 전에 스스로 그만 두라'는 정치적 압박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도중에 회의장을 떠났다. 그는 회의가 끝나기 전에 나온 이유에 대해 "더 있을 이유가 없다. 나머지는 최고위원들이 알아서 할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8일 의원총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7일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7일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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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의 선택은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선 청와대의 '여당 길들이기'에 백기를 든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 사이의 중재자를 자임하고 나섰지만, 정치적 타협을 통해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극단적 양자택일의 프레임을 깨는 데 실패했다.

결국 '대통령이 질 수는 없다', '여당 내분 사태 장기화를 피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유승민 사퇴'를 관철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김 대표는 6일 밤 유 원내대표를 뺀 채, 나머지 최고위원들과 회동을 통해 '유승민 사퇴 불가피'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새누리당 내에서는 의원총회가 열리기도 전에 반발이 일었다. "유 원내대표를 쫓아내기 위한 의원총회는 안된다"는 목소리에서부터 "당 지도부가 유승민 사퇴 권고 결의안을 강요하는 방식의 의원총회가 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내 비박계 조직적 반발... 의원총회에서 충돌 예고

당내 비박계 재선 의원들은 이날 오후 회동을 통해 유 원내대표 사퇴 관철을 위한 의원총회 개최를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황영철 의원은 "유 원내대표 사퇴 권고를 관철한다는 예정된 수순에 따라 의원총회를 개최하는 건 반대한다"라며 "최고위원회의 결론을 의원총회에서 뒤따라가는 형식처럼 되는 것은 민주적인 의원총회 방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민식 의원도 "원내대표 진퇴의 문제는 최고위 권한 사항이 아니고 의원총회에 전권이 있다"라며 "(유승민 사퇴) 결론을 내려놓고 의원총회는 형식적으로 추인받는 자리가 되면 의원총회의 본질적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재선 의원 20여 명이 유승민 사퇴를 미리 정해 놓고 개최하는 의원총회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강력 반발하고 나서자,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한 발 물러섰다. 일단 의원총회 안건을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권고 결의안 채택'에서 '유 원내대표 거취에 관한 논의'로 바꿨다.

특히 비박계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가 "의원총회 결과를 따르겠다"라고 했음에도, "거취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유 원내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의원총회에서 의원 과반의 불신임 의사가 확인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의원총회에서 충돌 가능성이 크다.

또 의원총회 논의 안건을 유 원내대표 거취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당·청 관계 등 당의 미래에 관한 사안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내놨다. 청와대의 부적절한 여당 길들이기에 대해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당내 갈등 봉합 가능할까... 치열한 물밑 설득 전개될 듯

김 대표와 친박계는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따른 후폭풍 탈출 출구로 의원총회를 선택했다. 그러나 의총이 오히려 사태의 봉합보다 당내 내분 양상만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장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악의 경우 의원총회에서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하고 갈등만 증폭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8일 오전 9시 예정인 의원총회를 앞두고 친박과 비박 간 세 결집 및 물밑 설득 작업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도 사퇴 권고 결의안 채택 시 표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원들을 상대로 설득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당내 중진들 중에서도 유 원내대표 사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쉽게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친이(이명박)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의원들이 선출하고 재신임까지 한 원내대표를 권력의 이름으로 몰아내고 어떻게 정치혁신을 감히 말할 수 있겠느냐"라며 "최고위가 청와대의 지시에 충실하고자 한다면 더 이상 존재 이유도 가치도 없다, 지금 물러나야 할 사람들은 최고위원들"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 "청와대 말 한마디에 원내대표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파렴치하다"라며 "여당은 정부를 뒷받침해야 하지만 정부의 잘못까지 감싸고 대변하는 것은 민주정당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그:#유승민, #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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