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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 표결이 시작되자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다가가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6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 표결이 시작되자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다가가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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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낮에는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을 보이콧하고, 저녁에는 법안을 사실상 날치기 처리하는 동안 야당은 무엇을 했을까?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6일을 "의회주의가 찢겨진 날"이라고 말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전투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다수당의 횡포를 실질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하지만, 과연 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의문이다.

특히 국회법 개정안을 제외한 나머지 의사일정 진행 여부에 오락가락하면서 자충수를 뒀다. 여당을 압박할 수 있는 '의사일정 거부' 카드를 제대로 써보지도 못했다. 새정치연합은 재의결이 무산되고 나서야 뒤늦게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러한 '뒷북 보이콧'은 아무런 효과도 없고, 말을 바꿨다는 비난의 단초만 제공할 뿐이었다.

"의사진행 하겠다" 약속은 왜 했나?

지난달 30일, 정의화 국회의장은 국회법 개정안 재의를 위한 본회의 일정을 6일로 확정하면서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약속했다. 국회법 개정안 재의의 건을 처리할 본회의 일자를 확정하는 경우, 현재 공전상태인 국회를 정상화하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본회의를 소집했으니, 야당도 기존의 약속대로 당일 법률안 처리에 협조하라는 뜻이다.

새정치연합 원내지도부도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 표결에 새누리당이 불참하더라도 관계없이 60여 개 법안 처리 일정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결전의 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가 국회를 지키겠다. 약속한 이후 일정을 안간힘을 다해 스스로 지키겠다"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새누리당이 번번이 약속을 파기한 것과 비견되게 약속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국민이 바라는 민생법안이 늦춰지지 않고  야당이 주도해 처리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의 투표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전투 대신 실리를 챙기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날 오후, 정두언 의원을 제외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일사불란하게 국회법 개정안 표결에 불참했고, 정의화 의장의 '투표 불성립' 선언으로 예상했던 대로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은 무산됐다. 새정치연합은 표결에 앞서 황교안 국무총리를 상대로 한 질의와 법안 찬반토론에 나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비판했지만 '말의 힘'은 약했다.

6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 표결이 시작되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다가가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6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 표결이 시작되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다가가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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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 재의결이 무산되자 새정치연합은 "청와대와 야당이 야합해 국민을 우롱한 처사"라고 비판하면서 이후 예정된 본회의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했다. 기존의 약속과는 다른 행보다.

써보지도 못한 여당 압박 카드

새누리당은 본회의에 참석하더라도 국회법 개정안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예고해왔다. 새정치연합도 이에 따라 몇 차례 전략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본회의에 앞서 기자와 만나 "새누리당의 표결 불참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다. 여러 가지 대처 방안을 마련해놨다"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이 당일 보여준 전략은 '지연 전술'과 투표 독려 등이었다. 의사일정 보이콧은 사전 방침에 없었다. 본회의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다수 의원이 법안 표결 불참을 요구하자, 급하게 '뒷북 보이콧' 방침을 결정했다. 어차피 택할 '국회 보이콧'을 사전에 대여 압박 전략으로 써먹지도 못한 채 '말 바꾸기'라는 비판만 받게 된 셈이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브리핑을 통해 "오전까지는 지도부에서 가능하면 (본회의를) 진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오후 의총에서는) 참여하지 말자는 의견이 다수였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원내지도부는 약속을 지키려 했지만, 본회의 불참을 주장하는 의원들의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권은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또다시 도진 야당의 습관성 보이콧으로 새누리당은 야당을 기다리다 홀로 법안들을 처리했다"라며 "당초 야당은 국회법 재의 결과와 상관없이 국회를 정상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국회를 지키고, 약속을 지키겠다는 새정치연합의 약속은 거짓이 되어버렸다"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파행은 없다고 단언한 새정치연합이 의원총회에서 강경파의 목소리에 휘둘려 민생을 외면했다"라며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의 결단을 날치기로 매도하고 있는데, 적반하장이다. 상임위, 법사위를 통과한 민생법안들을 수개월 보이콧하며 처리를 미루는 것이 새정치연합의 유능한 경제정당 방식인지 묻고 싶다"라고 반격했다.

한편,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의 표결 거부에 맞서 국회법 개정안 '시즌2'를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세월호 특별법 취지에 어긋나는 시행령을 바로잡겠다는 기존 개정안의 취지를 되살려내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새정치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야당 국회의원 시절에 공동 발의했던 '박근혜 국회법'을 그대로 다시 발의할 계획이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새정치연합, #이종걸, #국회법, #유승민,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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