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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고정 언론칼럼으로 매주 한 번 <오마이뉴스>에 게재됩니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도 한국사회의 언론민주화를 위한 민언련 활동에 품을 내주신 분들이 '시시비비' 필진으로 나섰습니다.

앞으로 김동민(한양대 겸임교수), 김성원(민언련 이사), 김수정(민언련 정책위원),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김은규(우석대 교수), 김택수(법무법인 정세 변호사), 박석운(민언련 공동대표), 서명준(언론학 박사), 안성일(MBC 전 논설위원), 엄주웅(전 방통심의위원), 이기범(민언련 웹진기획위원), 이병남(언론학 박사), 이용마(MBC 기자), 정연우(세명대 교수)의 글로 여러분과 소통하겠습니다. - 기자 말

지난 6월 한 달 동안 지상파 텔레비전 저녁 메인 뉴스는 노동 사안을 얼마나 다뤘을까? 이 기간동안 최저임금,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임박한 파업, 폭력적인 노조탄압, 고공농성, 그리고 노동자의 자살, 사라져버린 사용자와 남겨진 노동자, 메르스 안전 조치에 외면 당한 비정규직, 산업재해 등 수많은 노동 문제가 터졌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KBS, MBC, SBS 지상파 3사 저녁 종합뉴스에서 노동 관련 사안이 얼마나 보도됐는지 살펴봤다.(단신 처리 내용은 제외) 물론 아침 또는 점심 뉴스 혹은 다른 시사 프로그램에서 다룬 사안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각 방송사 종합뉴스는 편집국에서 그날 하루 가장 가치가 있고 국민들에게 꼭 전해야 할 이슈를 중심으로 보도를 편성한다. 신문으로 치면 1면과 각 면의 주요 뉴스로 볼 수 있다.

지상파 방송 3사, 노동 관련 뉴스 한 달간 4~7건에 그쳐

6월 한 달간 KBS는 5건, MBC는 4건, SBS는 7건의 노동 관련 뉴스를 내보냈다. 각 방송사별 사안을 보면 KBS는 <전신 마비 근로자 … '오락가락' 산재 심사에 고통>(6.9 29번째), <대기업 "임금 인상분 나눠요"… 협력사와 상생>(6.16 26번째), <임금 피크제 민간 확대…노동계 총파업 예고>(6.17 20번째), <대법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도 노조 설립 가능">(6.25 19번째), <최저임금 시한내 타결 실패 '월급 병기' 뭐길래?>(6.29 20번째) 등의 뉴스를 내보냈다.

KBS는 이 기간 동안 산재 승인을 받았던 하청업체 노동자가 원청업체의 감사원 심사 청구에 산재 승인이 취소된 사례, 한 대기업 노사가 임금 인상분을 협력업체에 내놓은 일, 임금 피크제 도입에 대한 노동계와 정부의 이견,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가 포함된 노조의 설립이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 최저임금위에서 다뤄진 월급 병기에 경영계의 반발 등의 사안을 다뤘다.

MBC는 <당정, 임금 피크제 가이드라인 논의…취업 규칙 변경 추진>(6.2 27번째), <"월급 깎아 하청업체 지원" 대기업 노조 '임금 공유' 첫 시도>(6.16 22번째), <대기업 단체협약 실태…조항에 '현대판 음서제' 고용세습 포함>(6.24 19번째), <MBC-후지TV 공동취재: 대기업 정규직에만 몰리는 한국>(6.29 8번째) 등의 내용을 전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60세 정년 연장에 맞춰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게 취업규칙 변경을 추진한다는 내용에 당정협의를 한 것과 하청업체가 원청의 임금공유라는 깜짝 선물을 받은 내용, 노동부가 30대 대기업 단체협약 실태를 조사한 내용(인사 경영권에 '노조 합의' 조항), 대기업 정규직에 수험서가 넘치고 중소업체는 인력난에 시달리는 내용을 전했다.

SBS는 <비정규직 비껴간 방역망…2천여 명 감염 무방비>(6.15 5번째), <임금 일부 협력업체 지원…'상생모델' 주목>(6.16 23번째), <청년들 울리는 메르스…알바 기업 채용 '스톱'>(6.18 14번째), <최저임금으로 장봤더니 … 텅 빈 '한국 장바구니>(6.18 15번째), <서울버스, 25일 새벽부터 파업 의결…대책마련)<6.23 23번째), <서울버스 막판 노사협상 난항…내일 파업 예고)<6.24 8번째),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도 근로자 … 노조 설립 가능">(6.25 22번째) 등의 내용을 다뤘다.

내용을 살피면 삼성서울병원이 정규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응급실 이송요원을 메르스 관찰 대상 명단에서 제외해 방역망에 구멍이 난 점, 임금 일부를 협력업체와 공유하는 상생모델, 메르스 여파로 상반기 아르바이트 및 기업 채용이 줄고 있는 상황, 최저임금(시간당 5,580원) 두 시간 분으로 시장을 보며 현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을 평가(OECD 25개국 중 17위), 서울버스의 파업이 임박한 상황, 조합원 수 1100명으로 늘어난 이주노조가 합법노조가 됐고,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사라지는 노동 뉴스, 소외되는 노동자

각 방송사에서 아이템을 정하는 것은 나름 자체 기준과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물론 6월 기간 중 '메르스'라는 국민 안전을 위협한 큰 의제가 있었다. 정해진 시간에서 모든 분야의 아이템을 다 다룰 수 없다는 것이 보도국의 입장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정치 경제 중심의 뉴스는 꼭 등장하곤 했다. 의례 배치가 안 되어 있으면 찾아서 배치했을지도 모른다. 노동계 문제는 외면당하기 쉬운 꼭지가 되어 버렸는지 모른다. 보도를 하더라도 뉴스 시간 전체 중 후반부에 배치돼 지역에 사는 시청자들의 경우 '노동 사안'이 없는 '저녁뉴스'를 보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노동 사안에 해설과 분석이 빠져 버리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여길 정도다.

물론 이런 내용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보도'다. 누가 어떤 이유로 저기 저 높은 곳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지, 왜 서러운 노동자들의 장례가 치러지지 못하고 있는지, 권력층에서 운영하는 기업의 노조 탄압은 왜 성역으로 남겨 놓고 있는지, 폭력적으로 노조를 깨고 있는 기업의 행태 등은 다뤄지지 않았다.

이들은 여전히 지상파 뉴스에서 노동의 문제를 다뤄주길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노동문제는 국민 모두의 삶에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주제이며 가장 절박한 주제이기도 하다. 방송 보도가 노동 현장의 문제점, 노동 정책의 개선 등을 보다 치열하게 보도해주길 바란다.


태그:#노동, #지상파, #방송뉴스, #외면, #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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