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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전 9시 16분, 울산시 남구 여천동 한화케미칼 울산2공장 폐수처리장 저장조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하청업체 노동자 6명이 숨졌다. 이와 관련, 원청과 하청업체 관계자 10여 명이 현재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사고로 숨진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대부분 40대와 50대였지만, 이중 28세의 아르바이트생이 포함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사고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장례를 미루고 가족대표 6명으로 구성된 대책위를 꾸려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잇따라 발생하는 석유화학단지 내 사고를 두고 정치권과 노동계는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각계에서는 '대기업의 안전불감증', '노후화된 석유화학공단', '다단계 최저가 입찰'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 같은 요구들은 사실상 관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청업체 담당자들은 작업자에 대한 안전교육이 미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노동계·정치권 근본적인 대책 요구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울산플랜트노조, 울산노동자건강권대책위가 7일 오전 10시 30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죽음의 현장에서 일 할 수 없다"며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울산플랜트노조, 울산노동자건강권대책위가 7일 오전 10시 30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죽음의 현장에서 일 할 수 없다"며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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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울산본부와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울산지부, 울산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7일 오전 10시 30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는 죽음의 현장에서 일 할 수 없다"며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플랜트노조는 석유화학공단에서 일하는 직접 당사자들이다.

진보정치단체인 '민주와 노동'도 지난 6일 오전 울산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조사와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촉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울산시당도 노후화된 공단의 안전진단과 시설 현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치권과 노동계는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요인이 노후화된 국가산단(석유화학공단)의 낡은 장치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울산 석유화학공단 내에선 이전에도 빈번하게 사고가 났다. 지난 2014년 후성에서 폭발사고가 나 한 명의 노동자가, LS니꼬에서 수증기가 폭발해 한 명이, SK케미칼에서는 탱크 내부 질식으로 한 명이, KG케미칼에서 덕트(공기 또는 가스의 이송 및 환기용 관로) 폭발 사고로 두 명이 숨졌다.

2013년 7월 여천동 공장 신축현장에서 대형 물탱크 하단부가 파손되면서 3명이 숨지고 1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011년 8월에는 남구 부곡동 석유화학공단 내 현대EP 울산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처럼 울산석유화학공단에서 지난 5년간 발생한 사고로 인한 사상자만 300명에 이르고, 월 평균 3건 이상의 잦은 산업재해·재난이 발생하고 있다.

노동계는 통상 1시간가량 소요되는 작업허가서가 이번 사고에서는 10분 만에 발급된 점을 들면서 원청인 한화케미칼이 현장 확인을 하지 않고 작업허가서를 끊어주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현장마다 설치된 가스 경보장치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들었다,

특히 노동계는 SK, S-OIL, 한화, 삼성과 같은 대기업들이 보수공사 시 최저가 낙찰제를 통해 가격이 가장 낮은 업체에 공사를 맡기고, 하청업체는 안전비용을 줄이는 것을 통해 이윤을 남기려고 하는 점을 들었다.

민주와 노동은 한화케미칼측이 위험발생 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사전에 작업과 관련한 작업공정 및 유해물질 정보제공, 안전교육, 안전보호구 착용 등 안전보건조치를 취했는지 여부를 명확히 밝힐 것을 주문했다.

또한 이번 사고 때 작업허가서를 발급하면서 저장조 내부 조사를 누락시킨 이유와, 시설의 노후화로 인한 보수공사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되었는지 명백하게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와 노동은 "이제 국가산단 안전대책을 기업체 측에만 맡겨놓을 게 아니라 정부당국, 지방자치단체, 울산시민 등 외부의 강력한 규제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국가산단에 대한 안전점검 권한을 18개 기관으로 분산되어있는 정부기관보다는 접근성이 좋고 시민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로의 이양을 결단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노동계와 같이 유해 위험 업무의 다단계 하도급을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김기현 울산시장은 사고 발생 후 "국가산단 안전점검 권한을 중앙정부가 지자체로 이관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석유화학공단 하청업체 "안전교육 미비할 수밖에 없다"

지난 3일 오전 9시 16분께 울산시 남구 여천동 한화케미칼 울산2공장 폐수처리장 저장조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하청업체 노동자 6명이 숨진 사고가 발생한 현장
 지난 3일 오전 9시 16분께 울산시 남구 여천동 한화케미칼 울산2공장 폐수처리장 저장조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하청업체 노동자 6명이 숨진 사고가 발생한 현장
ⓒ 울산저널 용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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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6명이 숨지는 사고가 난 후 각계에서 노후화된 석유화학단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사고 희생자들이 한결같이 하청노동자들인 점을 들어 "원청의 작업은 원청이 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매번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나오는 개선의 목소리는, 석유화학업계의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역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울산은 1962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후 1965년부터 석유화학단지가 가동됐고, 사고가 난 한화케미칼 울산 2공장은 1977년 준공돼 공업재료, 포장용 필름 등의 소재가 되는 PVC(폴리염화비닐)의 원료를 생산하는 곳이다. 직원 260여 명이 연산 32만7000톤 규모의 PVC 원료를 생산하고 있다.

많은 석유화학업체들은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장치를 가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규직 직원만 둔 채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노후화 시설 보수공사는 모두 하청업체에 맡기고 있다. 더군다나 근래 들어 글로벌 경제위기를 이유로 정규직에 대해서도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런 마당에 노후화된 시설의 용접이나 배관, 그라인더 등 보수공사를 위해 대기업이 직접 나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대기업이 노후시설 보수공사를 하면서 저가입찰제에 낙찰된 하청업체에 일을 맡기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하청업체 관리자들에 따르면, 석유화학공단에서는 잇따른 사고가 발생하지만 여전히 안전교육이 미비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한 하청업체 담당자는 "하청업체가 석유화학업체 보수공사를 낙찰 받으면 그 금액에는 자재비와 인건비가 포함되는 데, 안전교육 시간에 대한 인건비는 책정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하청업체들이 적자를 면하기 위해 안전교육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이 담당자는 "심지어 원청에서 진행하는 안전교육도 결국 하청업체가 시간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만일 10명이 하루 안전교육을 받으면 하루일당으로 쳐서 150만 원가량이 나가는데, 모두 최저입찰에 따른 공사금액에 포함된다"며 "이런 불합리한 제도가 계속되는 한 안전교육은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울산석유화학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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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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