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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개월 동안 보안근무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낀 소회를 기사로 남긴다. 이 기사를 통해 보안근무자들이 보다 나은 대우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기자 말

복학이 3개월 남았던 때였다. 3개월이란 시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방학과 겹치는 시간. 이 시간을 다른 것으로 보내기에는 내 지갑은 얇다. 복학 뒤 부담해야 할 자취방값이 가장 급했다. 내 최소 생활비는 한 달에 60만 원이다. 휴대전화요금 10만 원, 교통비 5만 원, 적금 10만 원, 용돈 30만 원, 기타 잡비 5만 원.

한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할 때부터 정해진 내 생활비다. 60만 원 이하를 받게 되면 정말 고통스럽다. 용돈이 줄어들면 마음도 쪼그라든다고 할까. 그 돈을 지키면서 자취방값을 마련해야 했다. 자연스레 100만 원 이상을 주는 아르바이트를 찾게 됐다. 그때 보안근무 아르바이트가 눈에 들어왔다.

만만하게 본 보안근무 그러나...

 한 달 동안 보안요원으로 근무하면서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은... "카트 좀 뽑아주세요"였다.
ⓒ filckr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대형마트의 보안근무. 입대 전 잠시 대형마트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그 일을 쉽게 봤던 게 사실이었다. 더구나 직접 판매를 하는 것도 아닌 보안근무라니. 만만해 보였다. 아르바이트 치고는 높은 월급도 구미에 당겼다.

면접을 보고 합격했다. 며칠 후 첫 출근. 적응 기간에는 사수가 따라붙어 일대일 코치를 해줬다. 하루 10시간 근무. 1시간을 식사시간으로 빼면 총 9시간 근무였다.

일주일은 휘리릭 지나갔다. 다리가 아팠지만 그 정도는 넘길만 했다. 그런데 문제는 본격적인 근무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자산보호가 우리의 일이었지만 근무는 그렇지 않았다. 온갖 잡무를 다 맡아서 해야 했다. 고객들과의 접대에서부터 출입구를 오가는 물건 확인 등등. 며칠이 더 지나자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생겼다.

"여기 카트 좀 빼주세요."

고객에게 우리는 보안요원이 아닌 카트 빼주는 사람이었다.

'을'의 서러움도 참아야 한다

보안 근무의 특성상 다른 일을 함께하는 건 어렵다. 아니, 해서는 안 된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른 일에 신경쓸 수 있을까. 하지만 대형마트와의 '갑을' 관계에서는 그마저도 요원한 일이다.

하루는 행사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전단지를 돌리라는 직원의 말을 들었다. 점장의 특별지시란다. 보안근무 교육 때 '다른 업무를 보는 것은 일체 금지'라는 말을 들었다. 심지어 간단히 도와줄 수 있는 일도 근무가 우선이라는 원칙 아래 금지됐다. 적응 기간 동안 나의 친절함(?) 때문에 이런 저런 소리를 들었다. 곧바로 주임에게 무전을 날린다. 돌아온 대답은 예상과는 달랐다.

"해줘요. 어쩔 수 없지 뭐."

근무 로테이션을 끝내고 휴식을 취하러 사무실로 돌아왔다. 주임이 한마디 한다.

"우리는 '을'의 입장이에요. 어쩔 수 있나요. 점장 지시면 해야지."

근무 시간에 비해 월급도 적은 편이었다. 하루 10시간 이상을 근무해야 한다. 또한 언제나 위험에 취약하다. 하청을 주다 보니 적절한 인력을 뽑기 어렵다. 야간 근무를 두 명이서만 설 때도 있었다. 최소 세 명은 있어야 순찰이 가능함에도 말이다. 그럴 때마다 한 명이 조기 출근을 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래도 대형마트는 돌아간다.

'시간 때우기'용 경비교육

물론 그들의 어려움만이 대형마트만의 그것은 아니다. 경비교육에서도 문제가 보였다. 보안근무를 하기 위해서는 경비교육을 들어야 한다. 24시간 교육을 이수해야 경비원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 교육이 특별한 게 있는 건 아니었다. 경비원이 가장 위험에 처하기 높은 직업군에 속한다고 열변하지만 교육은 열악하기 그지 없었다. 내가 받았던 교육은 실망이었다. 강사들은 전문적인 교육보다는 호객 행위에 열중했다.

심지어 어떤 교육은 두루뭉술 동영상으로 넘어가기 일수다. 이런 교육에서 무슨 경비업의 본질을 느낄 수 있을까. 심히 염려스럽다. 강의는 계속 자신들의 '권리' 찾는 것에 목소리를 높였지만 지금과 같은 교육에서 그럴 수 있을까.

경비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비원법이 제정돼야 한다. 실제로 특수경비원들은 따로 정해진 법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지정된 근무 외에 다른 건 할 수 없다. 법으로 정해놓은 것이다. 급여도 위험수당을 포함해 높은 수준으로 받는다.

경비원도 그에 맞는 대우와 처우를 약속해줘야 한다. 또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제는 경비원 15만 시대다. 우리 생활 속에 안전과 자산을 지키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우와 교육은 곧 공공의 안전을 지키는 길이다. 보안근무를 한 기자도 이제는 경비원에 대해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들에게 내 자산을 맡기고 보호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까. 지금의 처우와 교육으로는 단연코 아니다.


태그:#보안근무, #경비원,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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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전역한 따끈따끈한 언론고시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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