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선수들만 참가할 수 있는 2015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에서 야구 대표팀이 일본과의 경기에서 처참하게 패했다. 대회에 출전한 대한민국 남자 야구 대표팀(감독 이건열)은 7월 6일 광주 북구 KIA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야구 조별리그 A조 첫 경기에서 20년 만에 일본과 경기를 치렀지만 0-8로 대패했다.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이전에 치러졌던 한일전은 1995년 후쿠오카 대회 4강전이었다. 당시 대한민국은 4강전에서 일본을 꺾었고, 은메달을 차지했던 기록이 있다. 이후 20년 만에 성사된 리턴 매치는 일본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경기를 치르고 말았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선발투수 최채홍(한양대학교)은 1회부터 위기를 맞이했다. 1회초 선두 타자 사토 다쿠야에게 안타를 맞았고, 이어진 희생 번트와 내야 땅볼 실책으로 1사 1, 2루에 몰린 것이다. 그러나 최채홍은 이어진 두 타자를 상대로 삼진과 내야 땅볼 유도에 성공하며 실점없이 이닝을 마쳤다.

최채홍은 2회초 수비에서도 선두 타자를 내보내며 힘든 이닝을 만들었다. 선두 타자 요코 도시다케를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냈고, 이어진 보내기 번트로 인하여 1사 2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후속 타자 2명을 모두 범타로 처리하며 주자가 홈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

최채홍은 3회초에도 불안했다. 이번에는 한 이닝에 볼넷을 2개나 내주면서 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맞혀 잡는 투구를 펼친 최채홍은 수비수들의 도움으로 실점없이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투구수가 급격히 불어난 최채홍은 3이닝 2피안타 2볼넷을 기록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4회부터 임서준(인하대학교)을 마운드에 올렸다. 임서준은 처음 아웃 카운트 2개를 무사히 잡아냈다. 그러나 기타무라 쇼지에게 볼넷을 허용하고, 사카모토 세이시로에게 2루타를 허용하면서 2사 2, 3루 위기를 맞이했다.

임서준은 사토 다쿠야에게 2루수 앞에 깊숙하게 떨어지는 내야 안타를 맞았는데, 이때 일본은 2루 주자까지 런 앤 히트 작전으로 쇄도했고, 대한민국 수비진이 이들을 막지 못하며 한 번에 두 점을 내 줬다(0-2). 임서준은 6회초 무사 2루로 책임 주자를 남겨 둔 상태에서 마운드를 내려갔고, 다음 투수가 이 주자를 들여보내면서 2이닝 2피안타 1볼넷 3실점으로 패전을 떠안게 됐다.

대한민국의 세 번째 투수 최동현(동국대학교)은 6회초에 안타 허용에 중견수의 악송구가 나오면서 임서준의 주자를 들여보내며 또 실점했다(0-4). 0.2이닝만 던진 최동현이 내려간 뒤 김성재(원광대학교)가 구원 등판했지만 안타 2개와 볼넷 1개로 최동현의 책임 주자를 포함하여 점수를 더 내줬다(0-5).

김성재는 7회초에 세 타자 연속 안타를 허용한 데다가 폭투까지 범하며 점수 차가 8점까지 벌어졌다(0-8). 9회초에 등판한 김명신(경성대학교)만이 1이닝 퍼펙트를 기록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대한민국은 수비 과정에서 이날만 실책 3개를 범했다.

그러는 동안 대한민국 타선은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3회말 2사에서야 조수행의 첫 안타가 기록되었지만 견제사를 당했다. 대한민국은 4회말에도 2사 후 김주현의 안타가 터졌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서 득점하지 못했다. 대한민국은 일본의 오른손 선발투수 야나기 유야의 날카로운 제구에 제대로 된 공격도 하지 못하고 6회까지 2안타 1볼넷 무득점에 그쳤다.

일본은 똑같은 스타일의 투수를 연속으로 등판 시키지 않는 투수 교체 작전을 펼치며 대한민국 타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7회말에 왼손 투수 우에하라 겐타, 8회말에는 잠수함 투수 다카하시 레이, 9회말에는 오른손 투수 다나카 세이기를 투입한 것이다. 이들은 모두 각자의 소속 대학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던 선수들이었다.

대한민국은 9회말에 들어서야 1사 후 조수행의 안타, 2사 후 김호은의 안타가 터지며 처음으로 득점권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김주현(경희대학교)의 후속타가 터지지 않으면서 4안타 1볼넷 무득점으로 경기를 끝냈다. 김주현은 같은 날 있었던 2016 프로야구 신인 1차 지명에서 한화 이글스의 지명을 받은 상태다.

최소 조 2위가 4강 진출 조건, 남은 경기 모두 큰 점수 차로 이겨야

현역 시절 해태 타이거즈에서 선수 생활을 보냈고, KIA 타이거즈에서 코치 경력을 갖고 있는 이건열 감독은 광주 KIA 챔피언스 필드에서 처음으로 치른 경기에서 패하고 말았다. 이 감독은 경기 후 일본이 대한민국보다 훨씬 우위를 보였으며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2015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남자 야구 종목은 개최국인 대한민국을 포함하여 일본, 대만, 중국, 미국, 체코, 멕시코, 프랑스 8개국이 참가했다. 경기는 광주 KIA 챔피언스 필드와 바로 옆에 있는 광주 무등 야구장에서 치러지며, 대회를 치르는 동안 KBO리그 연고 구단인 KIA 타이거즈는 모두 원정 경기로 일정을 소화한다(3일 ~ 12일 원정 9연전).

야구 종목은 조별리그를 통하여 상위 2개 팀이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4강전은 A조 1위와 B조 2위, B조 1위와 A조 2위가 대진하는 크로스 토너먼트이며, 대한민국은 일본, 중국, 프랑스와 함께 A조에 배정되었으며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하기 위해서 프랑스(7일 무등 야구장)와 중국(8일)을 상대로 하는 경기를 모두 이겨야 한다. A조의 또 다른 경기에서는 중국이 프랑스에 3-2로 승리한 상황이다.

남은 경기를 모두 이기더라도 한 팀이 3패를 당하고 세 팀이 2승 1패가 되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점수 차로 이기며 이날의 대량 실점을 만회해야 한다. 이번 유니버시아드 대회 참가 8개국 중 일본이 가장 강한 전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상황이라 이 경우의 수가 나올 가능성은 적지만 안심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2013년 제 3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때도 대만에서 열린 1라운드에서 첫 경기인 네덜란드를 상대로 패했는데,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세 팀이 2승 1패가 되는 바람에 득실 차에서 밀려 일본에서 열린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던 적이 있다(당시 대회는 도미니카 공화국 최종 우승). 이 사례와 이날의 경기를 거울 삼아, 이후의 경기에서는 실책을 최소화하고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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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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