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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결정된 근대화 산업시설에서의 조선인 강제노동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관방장관은 6일 정례회견에서 일본 측의 세계유산위원회 발언문 내용이 조선인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스가 장관은 "일본 대표단의 발언(forced to work)이 강제로 노동력을 착취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이 이를 명확하게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전날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회의에서 일본 정부가 신청한 나가사키 조선소, 하시마 탄광 등 근대화 산업시설 23곳의 세계유산 등재를 만장일치로 최종 결정했다.

일본 대표단의 사토 구니 주유네스코 일본 대사는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다른 국민이 징용되어 가혹한 조건으로 강제 노역했다"고 인정하며 한국의 찬성을 얻어냈다.

그러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세계유산위원회의 등재가 결정된 직후 기자회견에서 "사토 대사의 발언이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하며 한국과의 해석 차이를 분명히 했다.

한국은 '강제노동'으로 해석하며 일본이 인정한 것으로 해석했다. 반면 일본 정부와 언론은 일어판 번역문에서 "원하지 않았지만 일하게 됐다"라는 수동형 표현으로 강제성을 흐렸다.

일본, 조선인 징용 강제성·불법성 모두 부인

일본이 강제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당시 강제노동을 당했던 한국인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국제기구 발언문에 강제노동이라는 표현이나 주체가 명확하게 적시될 경우 재판에서 불리해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기시다 외무상은 "강제징용 배상은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최종 해결되었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은 변함없다"며 "한국 정부가 이번 발언문을 다른 목적으로 이용할 의도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도 "한국 정부와의 고위 당국자 교섭에서 일본 대표단의 발언을 한·일 청구권의 맥락에서 이용할 의도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일본 정부의 입장은 변한 것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어 "1944년 9월부터 1945년 8월 종전까지 '국민징용령'을 근거로 한반도 출신 노동자의 징용이 이뤄졌다"며 "이는 강제노동과 다른 의미라는 것이 일본 정부의 기존 견해"라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조선인 강제노동이 국제노동기구(ILO)가 금지한 노동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일본의 조선 식민지배가 합법이므로 강제노동도 불법이 아니라는 논리다.

이처럼 일본 정부가 조선인 노동력 착취의 강제성과 불법성을 모두 인정하지 않고 있는 데다가 강제노동의 주체도 명확하게 적시하지 않아 각자의 해석을 두고 양국의 외교적 논란이 뜨겁다.


태그:#일본, #세계유산, #아베 신조, #스가 요시히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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