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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출산은 끝났다. (관련 기사 : 아이 낳는데 웃음이... 이토록 '황홀한 출산'이라니) 두 아들과 함께 지지고 볶는 생생한 육아가 시작되었다. 두 살 터울인 두 아이와 함께하는 육아는 무엇을 해도 상상 그 이상이다. 제목을 붙이자면 '산 넘어 산 육아'라고나 할까?

간신히 둘째를 재우고 나면 어느새 첫째가 곤히 잠든 동생에게 다가가 뽀뽀를 퍼붓고 간질이며 깨우곤 한다. 아니면 조용히 놀던 첫째가 갑자기 사운드북을 가져와 버튼을 누르며 신나게 춤춘다. 둘째도 형이 선사한 노래 알람에 맞추어 다시 깨어나 안아달라고 울어댄다.

한창 둘째에게 모유 수유를 할 때 응가 했다며 엉거주춤 서 있는 첫째, 어린이집 등 하원 시킬 시간이면 귀신같이 깨어나 울어대는 둘째, 어떨 때는 정말 내 몸을 반으로 쪼개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나도 아기였을 때 이랬을까?

<내가 정말> 겉표지
 <내가 정말> 겉표지
ⓒ 웅진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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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를 낳고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나도 아기였을 때 이랬을까?'였다. 기저귀를 가는데 쉬를 발사하거나, 어른보다 더 크고 시원하게 트림하는 아기를 보면 그 행동 하나하나가 새롭고 놀라웠다.

나도 등 센서가 발달해서 내려놓기만 하면 울어댔겠지? 아주 작고 나약해 자기 목도 못 가누지만, 배냇짓 웃음 하나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을까?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나 또한 30년 전으로 돌아가 다시 아기로서의 인생을 사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아이가 자라나는 순간순간이 놀라웠고 하루하루가 소중했다.

반면, 둘째 육아는 첫째를 기르며 습득한 정보가 있기에 덜 호들갑을 떨게 되고 여유가 생겼다. 이제 곧 뒤집기도 하겠구나, 몸무게가 좀 많이 나가지만 이만하면 괜찮아 등 둘째의 미래에 대해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었다.

첫째 때는 아기가 울 때 바로 안아주지 않으면 애착에 큰 문제가 생길 줄 알았는데, 둘째 때는 아기가 좀 울어도 큰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느긋함이 몸에 뱄다. 이렇게 여유가 생기면서 나의 시선은 아이들이 아닌,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나로 향하였다. 내가 둘째를 낳고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바로 '우리 엄마도 이랬을까?'이다

매일 반복되는 3차 대전

나는 매일 3차 대전을 치른다. 1차 대전은 신랑이 출근하고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전까지다. 밤중 수유로 잠이 늘 부족해 아침마다 비몽사몽이지만, 어린이집 차가 올 시간이 되면 잠이 확 깨면서 첫째를 변신시키는 데 매진하게 된다.

비록 엄마는 세수도 안 해 눈곱이 붙어있을지언정, 아이만은 말끔하게 씻기고 단장시킨 후 차에 태워 보낸다. 이때 둘째의 수유 시간이 겹치거나 잠투정이 시작되면 위기는 배가 되고, 다행히 둘째가 자고 있으면 한결 수월하게 거사를 치를 수 있다.

집 앞 공원에서 2차 대전을 치르는 중
 집 앞 공원에서 2차 대전을 치르는 중
ⓒ 송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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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은 첫째가 하원하고 신랑이 퇴근하기 전까지다. 첫째가 오기 전까지 저녁 먹을거리 준비를 해놓으면 그래도 이 시간은 버틸 만하다. 둘째가 태어난 지 백일이 가까워지면서, 요즘은 이 시간을 무조건 집 밖에서 보낸다. 둘째를 유모차에 태워 첫째와 집 앞 놀이터에서 놀다 보면, 그나마 시간이 빨리 가는 편이다. 가끔 둘 중 한 명이 똥을 누거나, 하나뿐인 유모차에 첫째가 타겠다고 떼쓰는 위기만 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3차 대전은 신랑 퇴근 후 아이들이 잠들기까지이다. 가장 길고 힘든 시간이다. 준비해둔 저녁거리를 조리하여 밥을 먹고 아이들을 씻기고 조금 놀게 하다가 재우기까지, 신랑 아이템 없이는 버티기 힘든 전쟁이다. 특히 두 아이를 재우기는 최고 난도를 요구한다.

아이들은 뭘 해도 예쁘지만, 잠들었을 때 가장 예쁘다고 하지 않았던가? 가끔은 가장 예쁘다던 그 잠든 얼굴을 보기도 전에, 아이들을 재우다가 엄마 아빠가 먼저 잠들기도 한다. 간신히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아까 먹었던 저녁밥은 소화되어버렸는지, 하루의 피로가 배고픔으로 이어져 야식 거리를 찾아 부엌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엄마도 퇴근하고 싶다!

살다가 유난히 힘들었던 날은 친정엄마 생각이 더 간절하다. 우는 아기를 달래느라 식어버린 국에 대충 밥을 말아 먹을 때면, 우리 엄마도 이랬겠지 하는 생각이 절로 난다. 화장실에서 볼일 보며 문을 열어 놓고 엄마 여기 있다고 목 놓아 외칠 때면, 밤에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도 가위눌린 것처럼 몸이 움직여지지 않을 때면, 24시간 퇴근이 없는 이 엄마라는 역할에서 하루만이라도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매슬로우의 욕구위계설에 따르면 하위욕구가 충족되어야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상위 욕구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엄마 사람'은 제일 낮은 생리적 욕구도 충족되지 않은 가장 최하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산후조리와 모유 수유를 위해 음식도 가려야 하고, 잠은 늘 부족하며, 우는 아이 달래다 보면 화장실도 제때 못 가기 일쑤이다. 늘어지고 얼룩덜룩한 수유 티에 파마 못 한지 일 년이 넘은 데다 백일 즈음부터 부쩍 빠지는 머리카락을 질끈 동여맨 내 모습을 볼 때면, 우리 엄마 생각이 절로 난다.

내가 어렸을 때는 밤마다 밖에만 나가자고 울고 병원 신세를 많이 져서 정말 힘들었다고 한다. 그럴 때면 나는 이 그림책의 여자아이처럼 '내가 정말?'이라고 반문하곤 했다.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 내가 우리 부모님께 저지른 만행(?!)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으리라. 아기 코알라처럼 엄마 등에 찰싹 달라붙어서 밤낮으로 아기 돼지처럼 엄마 젖을 쭉쭉 빨며, 아기코끼리처럼 수없이 천 기저귀에 똥을 싸며 힘들게 했을 것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내 아이와 함께 최숙희 작가의 <내가 정말>을 읽으면서 나는 아이로서의 삶을 다시 살아간다. 그리고 엄마로서의 삶도 함께 살아낸다. 책 속의 아이는 다 컸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지만, 엄마 등을 여전히 좋아한다. 나 또한 다 커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아직도 친정이 편하고 엄마 품이 늘 그립다.

엄마 등에 업혀 곤히 잠든 아이처럼, 엄마가 되었지만 내 안에는 여전히 부모를 그리워하는 아이가 살고 있다. 내 속의 그 아이에게 참 잘하고 있다고, 엄마가 그랬듯이 너도 좋은 엄마가 될 거라고 다독거려 주고 싶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꼭 한 번 늘 나를 업어주던 엄마를 내가 번쩍 업어 드리며, 그동안 참 고마웠다고 반듯하게 인사드려야겠다.

덧붙이는 글 | * 기사에 소개한 그림책: <내가 정말> / 최숙희 / 웅진주니어 펴냄 / 2011.12.07. 발간



태그:#그림책, #육아일기, #내가 정말, #최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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