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내 동성커플 최초로 공개 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 영화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가족관계등록공무원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 사건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김조광수 감독은 재판에 앞서 "오늘은 저희 부부에게도, 대한민국 성소수자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날이 될 것 같다"며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대한민국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정신이 법원에 의해서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김조광수·김승환 커플 "누구나 법 앞에 평등" 국내 동성커플 최초로 공개 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 영화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가족관계등록공무원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 사건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김조광수 감독은 재판에 앞서 "오늘은 저희 부부에게도, 대한민국 성소수자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날이 될 것 같다"며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대한민국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정신이 법원에 의해서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6일 오후 2시 34분, 서울서부지방법원 중앙 현관을 향해 두 남자가 걸어왔다. 단정하게 정장을 입은 채 서로 손을 꼭 잡고 있었다는 점을 빼면 그들은 여느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아니, 여느 연인들과 다르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한국 첫 동성 결혼 소송의 주인공인 영화 감독 김조광수씨와 영화사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김승환씨 부부였다.

자신들을 기다리는 취재진을 향해 그들은 미소를 보냈다. 하지만 긴장한 기색을 전부 감추진 못하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은 이날 법원에 자신들의 혼인신고를 불수리한 서대문구청의 처분을 취소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재판부의 질문에 답하는 심문 기일에 출석했다.

305호 법정으로 향하기 전, 김조광수 감독은 "오늘은 저희 부부에게도, 대한민국 성소수자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날이 될 것 같다"며 "법원이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정신을 밝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곧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들의 왼쪽 옷깃에는 성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 배지가 달려 있었다.

끝내 울어버린 부부 "37년이 걸리면 어떡하죠"

국내 동성커플 최초로 공개 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 영화감독(왼쪽)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서대문구를 상대로 낸 '가족관계등록공무원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 사건' 첫 심문기일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히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김조광수 감독은 "동성애자에 대한 근거 없는 차별을 하지 말아달라"며 "내가 죽기 전에 우리 관계가 정확하게 법적으로 보장되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모두가 도와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 김조광수·김승환 커플 "동성애자에 대한 근거 없는 차별말라" 국내 동성커플 최초로 공개 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 영화감독(왼쪽)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서대문구를 상대로 낸 '가족관계등록공무원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 사건' 첫 심문기일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히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김조광수 감독은 "동성애자에 대한 근거 없는 차별을 하지 말아달라"며 "내가 죽기 전에 우리 관계가 정확하게 법적으로 보장되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모두가 도와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3시간 뒤, 부부는 다시 기자들 앞에 섰다. 애써 웃으며 나왔지만, 심문 기일을 마친 소감을 말하며 두 사람은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먼저 눈물을 보인 쪽은 김조광수 감독이었다. 그는 "지난해 김승환씨랑 대만의 한 영화제에서 미국 게이 커플이 동성 결혼을 인정받기 위해 소송을 진행한 과정을 다룬 <리미티드 파트너십>이라는 다큐를 봤다"며 "2013년 두 사람은 38년 만에 합법적인 부부가 될 수 있었는데... 한 분이 2012년에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무려 37년이다. 혹시 나한테도 37년이 걸리면 어떡하나... 저는 올해로 만 50세다. 법정에서 판사님께 '제발 부탁한다고, 제발 죽기 전에 우리 관계를 인정해달라고, 37년은 걸리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오늘 저희 부부 재판 기사에 무수히 많은 혐오... 댓글이 달린 것을 봤다. 우리는 단지 우리 관계를 인정해달라는 것뿐이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의 4대 의무도 다하고 있다. 군대도 다녀왔다. 왜 나는 대한민국 국민인데도, 이렇게... 법정에서 눈물을 보이며 호소해야 하나."

오열하는 파트너를 바라보던 김승환 대표의 눈가도 어느새 촉촉해져 있었다. 마이크를 건네받은 그는 "재판 과정에서 성소수자로 살아가며 겪은 고통을 다시 한 번 느껴서 (저희 둘다) 감정이 격해졌던 것 같다"며 "우리나라가 부디 세계 22번째로 동성 결혼 합법화 국가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 대표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지만, 자신들에게 결혼이 어떤 의미인지 설명하던 중 결국 코끝이 빨개졌다. 목소리가 떨렸다.

"결혼이라는 것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헌신적인 관계다. 저는 저희 부모님이 그래왔듯이... 저 역시... 어... 미래까지 그런 관계를 꿈꾸고 있다. 기자회견 참 많이 했는데, 오늘은 정말 쉽지 않네요."

"저도 부모님처럼... 그런 관계를 꿈꾸고 있다"

국내 동성커플 최초로 공개 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 영화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가족관계등록공무원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 사건에 출석하고 있다.
▲ 김조광수·김승환 커플, 국내 첫 동성혼 재판 국내 동성커플 최초로 공개 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 영화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가족관계등록공무원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 사건에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두 사람의 재판은 정식 소송이 아닌 비송 사건으로, 6일 재판은 모두 비공개로 이뤄졌다. 보통 비송 사건 심문기일은 간단한 절차를 밟지만 이날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당사자들뿐 아니라 전문가 참고인과 당사자 신청인, 그리고 변호인과 당사자 진술까지 충분히 청취했다. 류민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는 "필수 절차가 아님에도 인내심 있게 들어준 재판부에 감사하다"고 했다.

장서연(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오래 전부터 성소수자들이 겪어온 고통과 소외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두 사람의 사건 신청은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했다. 또 "(헌법과 민법에는 동성 결혼 관련 조항이 없지만) 우리 대법원은 이미 성 전환자의 성별정정사건에서 입법 공백에 따른 위헌적 상황이 계속 되면, 법원이 헌법 합치적 해석으로 사법 구제 수단의 길을 열어놓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며 법원의 전향적인 판결을 요구했다.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와 그들의 지지자들은 마지막으로 "우리는 원한다, 평등을! 우리는 원한다, 사랑을! 우리는 원한다, 존엄을!"을 크게 외쳤다. 두 눈이 붉게 달아오른 부부는 어느새 서로를 보며 다시 웃고 있었다.

국내 동성커플 최초로 공개 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 영화감독(왼쪽)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서대문구를 상대로 낸 '가족관계등록공무원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 사건' 첫 심문기일을 마친 뒤 성소수자가족구성권보장을위한네트워크 소속 회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원한다, 평등을! 우리는 원한다, 사랑을! 우리는 원한다, 존엄을!"을 외치고 있다.
▲ 성소자가족구성권보장네트워크 "우리는 원한다. 평등을, 사랑을, 존엄을" 국내 동성커플 최초로 공개 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 영화감독(왼쪽)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서대문구를 상대로 낸 '가족관계등록공무원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 사건' 첫 심문기일을 마친 뒤 성소수자가족구성권보장을위한네트워크 소속 회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원한다, 평등을! 우리는 원한다, 사랑을! 우리는 원한다, 존엄을!"을 외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관련 기사]

김조광수 "법이 인정하든 안 하든 부부로 불러달라"
동성애자 혼인신고서에 없는 '두 가지'는?
미국 전역에서 '동성결혼 합법'
무지개로 물든 미국, 아직은 '무채색' 한국

○ 편집ㅣ조혜지 기자



태그:#동성결혼, #김조광수, #성소수자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