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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1400 여억원을 들여 지난 6월 26일 강릉 경포대에 개관한 씨마크 호텔
 현대중공업이 1400 여억원을 들여 지난 6월 26일 강릉 경포대에 개관한 씨마크 호텔
ⓒ 현대중공업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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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사상 최대규모인 3조249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회사는 "위기"라며 임원 30%를 감축한 데 이어 올해 초에는 여직원 200여 명을 포함해 1300명 이상의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회사측은 희망퇴직이라고 설명했지만 당사자들은 구조조정이라며 반발했다. 사무직들이 노조를 결성해 대응하는가 하면 일부 여사원들도 항의집회에 참여하는 등 현대중공업 사상 보기 드문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 동구지역의 상가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지역경제가 위축되고 있다는 아우성이 이어졌다. 이에 현대중공업 권오갑 사장은 지난 6월 1일 전격적으로 구조조정 중단을 선언했다. (관련 기사 :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중단선언... 하청노동자는?)

하지만 구조조정 중단을 선언한 지 3주 가량이 지난 6월 26일, 현대중공업이 강원도 강릉 경포대에 1400여억 원을 들인 호화 호텔을 개장하면서 노조측이 반발하고 있다.

1400억 원 들인 강원도 첫 6성급 호텔 건립

현대중공업의 실질적 사주인 정몽준 고문의 최측근인 권오갑 사장은 지난해 9월 위기 타개의 적임자로 발탁돼 취임한 이후 인력 구조조정과 사업부 통폐합 등을 주도해왔다.

권오갑 사장은 6월 1일 구조조정 중단을 선언하며 "회사의 체질을 바꾸려는 노력도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와 있고, 재료비 절감을 위한 노력도 이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지금부터 우리의 역량을 모으기 위해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의 전면 중단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로부터 3주쯤 지난 6월 26일, 현대중공업은 강원도 강릉 경포대에 '씨마크 호텔'을 개장했다. 현대중공업이 100% 투자한 이 호텔은 총공사비 1400억여 원이 투입돼 지상 15층 지하 4층, 한옥동 1채에 150여개 객실을 갖췄다. 특히 실내외 수영장과 야외 공연장 등을 갖춘 강원도 내 최초의 6성급 호텔로 지어졌다.

권오갑 사장은 언론 배포 자료에서 "창업자인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을 맞아 개관하게 되어 뜻 깊게 생각하며, 세계가 주목하는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을 통해 대한민국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며 "현대중공업이 최근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으나, 이 위기를 반드시 극복하여 현대중공업과 씨마크 호텔이 함께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씨마크 호텔은 지난 1971년 문을 연 호텔현대 경포대를 지난 2013년부터 재건축 한 것이다. 강원도 통천군 송전면 아산리가 고향인 고 정주영 전 명예회장은 고향의 향수로 이곳을 자주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고, 이번 재건축도 이와 연관성이 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노조는 "회사측이 지난 해 3조2000억 원 적자에 이어 올해 1분기 2000억 원의 영업 손실 기록했다고 밝혔지만, 공식발표로만 1400여억 원을 쏟아 부은 강릉 경포대 씨마크 호텔이 문을 열었다"며 "그러나 비상경영 상황이라며 미래기획위원회를 구성해 회사 미래를 논한다는 이때 과연 1400여억 원의 돈을 들여가며 호텔을 짓는 것이 타당한가"고 되물었다.

이어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지난해 적자라고 떠들던 시점에 오히려 매각해서 적자를 메우는 데 사용했을 것"이라며 "사상최대의 적자를 이유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면서 지방의 초호화 호텔 건립을 위해 천문학적 돈을 쏟아 부은 것이 과연 온당한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대중공업 대주주이자 정주영 명예회장의 아들인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이 가족과의 추억 때문에 각별히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해한다"며 "하지만 정 전 명예회장의 추억 때문에 꼭 짓고 싶었다면 마땅히 자신의 사비로 지어 현대중공에 헌납하는 방식이 맞지 않는가"고 반문했다.

또한 "요즘 경영진 소식지 <현중뉴스>와 <인사저널>을 통해 '회사가 어렵고, 그 이유는 안일하게 일한 노동자 탓'이라는 주장 일색인데, 이는 '회사가 이렇게 어려운데 노동자들은 왜 안 믿느냐'며 겁박하는 느낌마저 준다"며 "그런데 그렇게 어렵다면서 호텔 하나에 1400억이나 들였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과연 누가 안일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는지 되묻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중공업측은 언론을 통해 "씨마크 호텔은 이미 지난 2013년 기공식을 하며 이미 진행된 사업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 삼호중공업은 580억 원을 들인 신축 본관건물을 지난 2013년 10월 말 기공한 후 1년 수개월 만인 지난 4월 준공한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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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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