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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긴축정책 찬반 국민투표 결과를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그리스 긴축정책 찬반 국민투표 결과를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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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국민투표가 국제 채권단의 긴축 요구를 거부하는 선택을 내렸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5일(현지시각) 실시한 채권단의 긴축 요구에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에서 최종 개표결과 반대가 61.3%로 찬성 38.7%를 크게 압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전 여론조사에서 찬성과 반대가 박빙의 차이를 보였지만 예상을 깨고 반대가 찬성을 22.6%포인트나 앞질렀다. 투표율은 62.5%를 기록하며 국민투표 유효조건(40%)을 넘겼다.

국민투표 승리로 재신임을 얻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TV 생중계 연설에서 "국민의 반대 결정은 그리스 민주주의가 협박받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지난 2일 그리스에 추가 자금 지원과 부채 탕감이 필요하다는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를 언급하며 "이번에는 부채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채권단에 부채 탕감을 요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어 치프라스 총리는 "그리스 국민이 정부에 위임한 권한은 유럽과 결별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재정 안정을 위해 실현 가능한 해법을 찾도록 협상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남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거듭 밝혔다.

가브리엘 사켈라리디스 그리스 정부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곧바로 채권단과 협상을 시작해 48시간 이내에 결과를 내야 한다"며 "협상을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채권단을 압박했다.

채권단은 국민투표 결과를 인정하면서도 난색을 나타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의장은 "이번 결과는 그리스의 미래를 위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그리스 경제가 회복하려면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최대 채권국 독일의 지그마르 가브리엘 부총리도 "그리스와 다시 새로운 협상을 벌여야 한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며 그리스가 요구하는 부채 탕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협상 전망 여전히 안갯속... '그렉시트' 가능성은?

유로존 국가들은 7일 곧바로 긴급회의를 열어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와 앞으로의 협상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협상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이미 지난달 30일 IMF에 대한 15억3000만 유로의 채무를 갚지 못해 사실상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진 그리스는 당장 미국 국채 10억 유로, 유럽중앙은행(ECB)에 대한 채무 35억 유로 등을 갚아야 한다.

채권단은 그리스가 연금 삭감, 빈곤층 보조금 축소, 세수 증대, 정년 연장 등 강력한 긴축 정책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구제금융 연장이나 부채 탕감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더구나 채권단을 이끄는 독일이나 프랑스 정부가 치프라스 총리와의 협상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치프라스 총리는 국민투표 결과에 더욱 자신감을 얻어 '버티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리스는 유로존에 남겠다는 뜻이 분명하지만, 채권단이 유로화 돈줄을 끊으면 공무원 월급과 국민들의 연금 지급을 위해 새로운 화폐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이번 국민투표 결과에도 그리스와 채권단의 협상은 다시 장기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여전히 안갯속에 빠진 그리스의 앞날이 과연 어디로 흘러갈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태그:#그리스, #국민투표, #구제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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