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양효진·김희진·문정원·이소영·이재영(위에서 시계 방향)

김연경·양효진·김희진·문정원·이소영·이재영(위에서 시계 방향) ⓒ 한국배구연맹·대한배구협회


여자배구가 제2의 르네상스를 꽃피울 토대를 갖췄다. 2012년 런던 올림픽 4강 쾌거는 36년 만의 성과였다. 대한민국에는 '세계 최고'급 선수인 김연경도 있다. 국내 여자 프로배구는 경기당 케이블TV 평균시청률이 0.77%에 달한다. 프로야구, 남자 프로배구에 이어 3번째로 높다. 미래가 기대되는 대어급 신인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런 여자배구가 올해 중대한 변화를 선택했다. 외국인 선수 제도를 자유계약에서 트라이아웃(공개 선발 드래프트)으로 전환한 것이다. 올 시즌 V리그 여자배구에서는 세계 정상급 선수를 볼 수 없게 됐다. 트라이아웃은 규격화되고 제한된 조건에서만 외국인 선수를 선발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초, 사상 처음으로 2015~2016 V리그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이 실시됐다. 1순위 지명권을 획득한 KGC인삼공사는 헤일리 스펠만(22·198㎝)을 선발했다. 이어 GS칼텍스는 캐서린 벨(22·188㎝), 흥국생명은 테일러 심슨(22·190㎝), 현대건설은 에밀리 하통(22·188㎝), IBK기업은행은 리즈 맥마혼(22·198㎝), 도로공사는 레즐리 시크라(25·192㎝) 순으로 선발했다.

모두 미국의 대학 출신으로 해외리그 경험이 없거나 일천하다. 경기력과 내구성을 검증할 자료도 부족하다. 감독이나 배구 관계자들도 "복불복"이라고 말한다. 어느 선수가 대박을 터트릴 지는 V리그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자연스럽게 각 구단들은 국내 선수의 기량 향상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 외국인 선수에게 기대하고 시즌을 준비하기엔 위함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 선수들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즌 준비를 해야 한다. 외국인 선수보다 돋보이는 활약을 펼쳐야 한다. 그래야 팬들도 세계적인 선수의 플레이를 볼 수 없게 된 아쉬움을 채울 수 있다. 트라이아웃 도입의 목적도 거기에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배구 흥행을 떨어뜨린 패착이 될 수도 있다.

V리그가 끝난 이후 각 팀은 전지훈련, 재활 등을 통해 국내 선수의 경기력과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다. 이제 그 성과를 중간 점검할 때가 왔다. 2015 청주·KOVO컵 프로배구대회가 오는 11일(토)부터 19일까지 청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남녀 국가대표 선수도 총출동한다. KBSN SPORTS와 SBS Sports는 전 경기를 중계한다. 남자부 결승전은 지상파(KBS1)에서 생중계한다. 배구 팬들에겐 각 팀 국내 선수들의 경기력과 활용도를 중간 평가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오늘은 KOVO컵을 앞두고 있는 여자배구 6개 팀의 전력을 진단해 본다. 이를 위해 6개 팀 감독 모두에게 연락을 취해 팀 운용 구상을 들어봤다.

'슈퍼 우먼' 김희진... '풍요 속의 고민' 도로공사

지난 시즌 챔피언인 IBK기업은행은 국내 선수가 가장 좋은 팀이다. 김희진-박정아-채선아로 이어지는 탄탄한 공격진과 김사니라는 정상급 세터가 버티고 있다. 다만 김사니 세터의 무릎 부상이 걱정이다. 재활과 경기 출전을 반복해야 한다. 보조 세터였던 이소진마저 은퇴해 부담이 더 커졌다.

김희진은 국가대표 팀에서는 센터로 뛰고, KOVO컵에서는 라이트로 뛴다. KOVO컵은 외국인 선수가 참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IBK기업은행은 센터 자원이 김희진, 유희옥, 김유리 3명밖에 없다. 9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센터를 뽑아야 하는 상황이다.

도로공사는 고만고만한 레프트 때문에 고민이다. 고예림, 하혜진, 황민경, 김미연 등 4명의 레프트가 있지만, 확실한 주전으로 치고 올라서는 선수가 없다. 컨디션과 경기력 등을 감안해 기용할 수밖에 없다.

KGC인삼공사와의 트레이드로 팀에 합류한 임명옥 선수는 적응을 잘 하고 있다. 문정원은 라이트 공격수지만 후위에선 리시브에 참여하도록 훈련하고 있다. V리그를 대비해 외국인 선수의 수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전략이다. 이호 감독은 KOVO컵에서는 지난 시즌 경기를 많이 뛰지 못 했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방침이다.

도로공사는 올 시즌부터 연고지와 홈구장을 경북 김천 실내체육관(6000석)으로 옮겼다. 팀 훈련장과 숙소도 본사가 있는 김천 혁신도시에 새로 지어 이전했다. 시설과 환경이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이호 감독은 "여자배구에서는 단연 최고다, 남녀 프로배구 통틀어서도 현대캐피탈의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Castle of skywalkers)' 다음으로 좋다"고 말했다.

'부상 병동' 현대건설... 선택 폭 좁아진 흥국생명

현대건설은 부상 선수가 많아 감독의 애를 태우고 있다. 김주하, 한유미, 정미선, 고유민 등 레프트 선수 전원이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두 부상 부위는 완치됐지만, 경기를 풀로 뛸 수 있는 체력과 경기력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V리그에서는 정상으로 돌아오겠지만, KOVO컵에서는 그날 컨디션에 따라 투입해야 할 상황이다.

이다영 세터는 고교 때부터 허리 디스크에 시달려 왔다. V리그에서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으면서 긴장하고 뛰느라 더 악화됐다. 다행히 꾸준한 재활로 상태가 호전돼 최근에는 볼을 만지기 시작했다. KOVO컵에서는 중간중간 교체 투입될 예정이다. 8월 중순쯤이면 정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다행인 것은 양효진, 황연주의 체력과 경기력이 많이 올라왔는 점이다.

흥국생명은 곽유화의 도핑 파문과 은퇴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설상가상으로 박성희와 우주리까지 팀 전력에서 이탈했다. 박미희 감독의 선택 폭이 좁아졌다. V리그에서 레프트는 이재영과 외국인 선수, 라이트는 정시영-공윤희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 외국인 선수에게 서브가 집중되는 걸 막기 위해 정시영과 공윤희는 후위에선 리시브도 참여해야 한다. 두 선수가 어떻게든 라이트 한 자리는 책임을 져야 한다. 다행히 특별한 부상 없이 훈련을 100% 소화하고 있다.

박미희 감독은 KOVO컵에서 신인 강혜수도 레프트 자원으로 테스트해 볼 생각이다. 신연경은 무릎 부상이 어느 정도 완치가 됐다. 지금은 재활과 볼 운동을 병행하면서 훈련량을 늘려가고 있다.

포지션 파괴 GS칼텍스... 대도약 꿈꾸는 인삼공사

GS칼텍스는 이소영의 경기력이 눈에 띄게 성장한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송이는 4월에 발목 수술을 했다. 수술 부위는 완치됐지만, 최근에 볼을 만지기 시작했다. KOVO컵에서는 정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레프트는 이소영이 주도한다. 나머지 한 자리는 표승수, 김지수가 돌아가면서 뛴다. 라이트는 이영과 안혜리가 맡는다.

V리그 때는 외국인 선수 벨을 라이트, 레프트, 센터로 다양하게 활용할 계획이다. 벨은 원래 센터 출신이다. 이소영과 한송이도 마찬가지다. 상황에 따라 레프트와 라이트로 모두 활용할 생각이다.

KGC인삼공사는 올 시즌이 가장 기대되는 팀이다. 지난 시즌 최하위였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우선 외국인 선수를 1순위로 뽑았다. 비슷한 조건에서 가장 실력이 나아 보이는 라이트 외국인 선수를 확보한 것이다. KOVO컵에서는 김진희가 라이트를 맡는다.

취약한 레프트 포지션은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이성희 감독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가 된다면, 현재 팀 구성상 강소휘를 뽑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원곡고 3학년에 재학 중인 강소휘(182cm)는 레프트로서 성장 가능성이 높고 스타성도 엿보이는 기대주이다. 인삼공사 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최선의 카드라고 판단하고 있다.

문명화 선수의 급성장과 이재은 세터의 기량 발전도 이 감독을 흡족하게 하고 있다. 김해란은 무릎 재활 중이기 때문에 KOVO컵은 어렵지만, V리그에는 정상적으로 경기에 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소영, 황연주... 월드컵 대표팀 본진 합류할듯

KOVO컵이 끝나면 여자배구는 8월 22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월드컵 대회에 참가한다. 따라서 8월 2일부터 진천 선수촌에서 국가대표 소집 훈련에 들어간다.

이정철 국가대표 감독은 월드컵 대표팀에 최근 경기력이 좋아진 이소영(GS칼텍스·레프트·176cm)과 황연주(현대건설·라이트·177cm)를 새롭게 합류시킬 생각이다.

이소영은 김연경에게 휴식이 필요하거나 이재영이 부진할 때 투입할 계획이다. 황연주는 김희진을 라이트로 쓸 수 없는 점도 감안했다. 국가대표 센터진의 공격력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김희진을 센터로 기용할 수밖에 없다. 높이가 있는 김세영(현대건설·190cm)을 센터에 합류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따라서 라이트는 황연주와 박정아가 책임져야 한다.

현재 여자배구의 세계 랭킹은 중국, 일본, 한국이 각각 3위, 4위, 10위다. 아시아권이 초강세다. 중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을 노릴 정도로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김연경이라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있다.

이제 남은 건 대한민국 여자배구가 김연경 '원 우먼 팀'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강팀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국내 선수의 기량 향상이 시급하다. 김연경이 건재할 때 후배 선수들이 열심히 보고 배워서 쑥쑥 성장해야 한다. 여자배구는 잠재력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소영, 이재영, 강소휘로 이어지는 신인 유망주들도 계속 나오고 있다. 여자배구 제2의 르네상스. 지금이 절호의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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