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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만 남은 배움 없는 학교에 있을 수 없다'며 고등학교를 자퇴했던 10대가 학교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어 관심을 끈다. 경남 진주에 사는 김다운(17)양으로 이번 주까지 1인시위를 할 예정이다.

김양은 지난 4월 진주여자고등학교를 자퇴했다. 그러고 나서 김양은 지난 5월 1일 진주여고 앞을 시작으로, 대아고, 삼현여고, 경해여고, 진주제일여고, 봉원중, 진주중앙중, 진주고, 명신고, 진주기계공고에 이어 지난 3일 진양고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진주여자고등학교 2학년에 다니다 지난 4월 자퇴했던 김다운(17) 양은 ‘경쟁만 남은, 배움 없는 학교에 있을 수 없어 자퇴했다'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진주지역 학교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진주여자고등학교 2학년에 다니다 지난 4월 자퇴했던 김다운(17) 양은 ‘경쟁만 남은, 배움 없는 학교에 있을 수 없어 자퇴했다'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진주지역 학교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김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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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은 "나눈 꼭두각시가 아니라. 그렇기에 실을 끊겠다"는 제목의 대자보를 썼다. 그는 이 글에서 "학생들의 생각과 사고를 멈추고 재능을 짓밟는 주입식 교육과 수험생들을 죽음으로 내몬 내신-수능-논술 이 아름다운 삼각형에 분노를 느낀다"며 "각자 재능이 다른 친구들을 누가 더 주입이 잘 되고 말을 잘 듣는지 평가하는 시험을 폐지하기를 요구한다"고 외쳤다.

이어 "지금의 고등학교엔 아무런 정의도, 희망도, 미래도 없다고. 그렇기에 나는 경쟁만 남은 배움 없는 학교에서 1등급 생산품이기를 거부한다"며 "정답 있는 공부를 해야 갈 수 있는 대학 진학을 포기한다. 내 몸을 옭아매는 실을 끊기 위해, 배움 있는 공부를 하기 위해, 정답 없는 삶을 살기 위해 나는 용기를 낼 것"이라 덧붙였다.

또 김양은 1인시위한 사진과 함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놓았다. 이 글에서 김양은 "진주 시내의 여러 학교들을 다니면서 1인시위를 하는 것은 교육제도의 문제가 진주여고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고 애초에 사람을 등급과 자격증으로만 본다면 그건 1차 인문계냐 2차 인문계냐 하는 공부의 수준이 얼마나 높으냐로 따질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보와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하는 것은 학교 안의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학생들에게 저도 이렇게 생각한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다"며 "교육제도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서도 드러내지 못했던 학생들이 친구들과 이 문제에 대해 같이 얘기해보고 스스로의 삶과 학교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했다"고 덧붙였다.

김양의 담임이었던 김필래 진주여고 교사는 "김양은 학교 수업 방식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해 왔다. 자율적으로 하고 싶어 했다. 학교 생활하면서 갈등은 없었다"며 "1학년 때부터 자퇴하겠다고 해 만류해서 지금까지 왔고, 부모 동의를 받아 지난 4월에 자퇴했다"고 말했다.

김다운 양은 6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이번 주까지만 학교 앞에서 1인시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김양과 대화 내용이다.

- 부모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걱정은 하시는데 제가 하는 일에 존중을 해주려고 하신다."

- 학교 앞에서 1인시위를 하면 반응은?
"공감한다는 학생도 많다. 글을 읽고 고맙다고 하는 학생도 있다. 그러나 왜 남의 학교 앞에 와서 그러느냐고 하는 학생도 있다. 반응이 여러 가지다."

- 그런 반응을 보이는 학생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고, 자기가 바라는 대로 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학생들은 학교 때문에 너무나 힘들어하고, 그런 말에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 일부에서는 자퇴까지 했어야 하느냐는 반응도 있는데?
"자퇴를 하지 않고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사람 취급을 받지 않는 속에서는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자퇴를 했다. 두발과 교복, 가방 색깔 등 사생활까지 감시하고 간섭을 하는 학교에 있을 수 없어서 자퇴를 하게 되었다. 극단적이지 않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자퇴하는 건 제 선택이고 제 몫이다."

-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
"사실 앞으로 어떻게 공부할지 아직 모르겠다. 그런데 이 일을 하면서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연락이 계속 온다. 그런 사람들한테 많은 것을 배운다."

- 더 하고 싶은 말은?
"학교가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주었으면 한다. 학생의 생각을 많이 들어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학생들이 입시경쟁에 내몰리지 않도록, 정말 배움이 있는 학교가 되었으면 한다."

다음은 김다운 학생이 쓴 자보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김다운 자보 - "나는 꼭두각시가 아니다 그렇기에 실을 끊겠다"

고등학교란 무엇일까? 1등급으로 명문대에 가거나 9등급으로 '지잡대'에 가거나 하나밖에 없는 1등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우리는 무기 없는 전쟁을 벌인다. 백명이 사장해도 천명이 사장해도 당연하다.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껴도 1등에서 멀어질 것 같은 불안감에 다시 전쟁에 뛰어든다. 나는 남들 다 가니까 아무런 거리낌 없이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려면 잘 먹고 잘살려면 명문대 가야 한다기에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던 도중 왜 공부해야 하는지? 왜 대학 가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고 나에게 물었다. 나 잘하고 있는 거 맞아? 지금 행복해? 난 전혀 행복하지 않았고 나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찾지 못했다. 부모님에게 선생님에게 성적에 입시에 가려져 있는 나를 반결했을 땐 내가 지금까지 남의 삶을 살아왔고 이대로라면 내가 내 인생을 살 수 없겠다는 사실에 견딜수 없이 고통스러웠다. 항상 남들과 비교 당하면서 1등만을 목표로 달려온 내가 안타까웠다. 나의 기쁨과 공부 외의 가능성을 생각해 주지 않은 가족과 선생님이 원망스러웠다.

의미 없는 무한한 입시경쟁 속에 10대들이 죽어가는 게 내 목을 졸랐다. 나만 하면 된다. 나만 좋은 대학 가면된다는 의식으로 우리의 문제를 외면한 채 나만 잘 사는 방법만을 배우는 교육 단 한번의 시험으로 인생을 결정짓고 인간을 계급화 시키는 수능 도대체 누굴 위한 제도인가. 학생들의 생각과 사고를 멈추고 재능을 짓밟는 주입식 교육과 수험생들을 죽음으로 내몬 내신-수능-논술 이 아름다운 삼각형에 분노를 느낀다. 각자 재능이 다른 친구들을 누가 더 주입이 잘 되고 말을 잘 듣는지 평가하는 시험을 폐지하기를 요구한다. 자식의 재능은 무시한 채 1등만을 강요하는 부모님께 1등만을 강요하게 만들고 제대로 된 교육은 실시하지 않는 국가에게 대한민국 교육 현실의 책임을 묻는다. 주입식 교육으로 학생들의 사고를 굳히면서 창의적 인재를 운운하는 학교와 국가의 모순을 고발한다.

나는 민주주의 사회의 일원으로서 내 생각을 당당히 밝힌다. 지금의 고등학교엔 아무런 정의도, 희망도, 미래도 없다고. 그렇기에 나는 경쟁만 남은 배움 없는 학교에서 1등급 생산품이기를 거부한다. 정답 있는 공부를 해야 갈 수 있는 대학 진학을 포기한다. 내 몸을 옭아매는 실을 끊기 위해, 배움 있는 공부를 하기 위해, 정답 없는 삶을 살기 위해 나는 용기를 낼 것이다. <더 많이 쌓기만 하다가 내 삶이 시들어버리기 전에, 쓸모없는 상품으로 '간택되지 않고 인간의 길을 선택하기 위해 이제 나에겐 이것들을 가질 자유보다는 이것들로부터의 자유가 더 필요하다. 나는 길을 않을 것이고 상처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삶이기에 나는 생각한대로 일하고 말한대로 행동하고 행동한 대로 살아내겠다는 용기를 내련다-김예술 대자보>.

김다운 양이 7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제 1인시위는 자퇴를 선동하는 것도 학교 안에서 노력해가며 공부하는 학생들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자퇴를 하고 1인시위를 하는 것에는 옳고 그름이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아닙니다. 각자가 가는 길을 스스로가 옳다고 느낀다면 옳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진주시내의 여러 학교들을 다니면서 1인시위를 하는 것은 교육제도의 문제가 진주여고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고 애초에 사람을 등급과 자격증으로만 본다면 그건 1차 인문계냐 2차 인문계냐 하는 공부의 수준이 얼마나 높으냐로 따질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학교가 공부만 배우는 곳이 아니라고 하시는 분들과 경쟁 없이 어떻게 살아가느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학교에서 시험 준비 외에 다른 것을 하고 싶어도 아침부터 밤까지 학교는 시험준비만 시키는데 어떻게 그곳에서 진정한 배움을 얻을 수 있을지 전 모르겠습니다.

또 저는 모든 경쟁을 거부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경쟁도 있어야 하지만 경쟁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전 학교가 배움이 없다고 느끼지만 학교 안에서 배움을 느끼는 학생들도 있겠죠. 그러나 그 학생들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노력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는 것이고 저는 제가 맞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 길이 맞다고 생각해서 다른 사람의 길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보와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하는 것은 학교 안의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학생들에게 저도 이렇게 생각한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입니다. 교육제도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서도 드러내지 못했던 학생들이 친구들과 이 문제에 대해 같이 얘기해보고 스스로의 삶과 학교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했습니다. 1명이라도 주변사람들과 이야기해 보거나 고민해 보았다면 1인시위를 할 이유에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만 보고 판단하지 마시고 프로필 사진의 자보와 타임라인의 다른 글들도 같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태그:#입시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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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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