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승부의 갈림길이 또렷하게 새겨졌다. 전반전도 끝나기 전에 한쪽 골문에 네 골이 터져나왔다. 5만3341명의 엄청난 관중들이 환호할 수밖에 없는 여자축구 최대의 잔치였다. 그 속에서 미국의 공격형 미드필더 칼리 로이드가 단연 빛났다.
질 엘리스 감독이 이끌고 있는 미국 여자축구대표팀이 6일 오전 8시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BC 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월드컵 결승전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미드필더 칼리 로이드의 해트트릭 맹활약에 힘입어 5-2로 대승을 거두고 16년만에 대망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칼리 로이드, 16분만에 해트트릭 완성4년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미국과 일본은 2-2로 비긴 상태에서 승부차기를 시작했다. 거기서 3-1 점수판이 더 만들어지며 일본이 사상 처음으로 여자축구를 평정하는 기념비를 세웠다.
1999년 미국 여자월드컵에서 중국이 결승까지 올라가 아쉽게 준우승에 머무는 일은 있었지만 아시아 여자축구가 우승까지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사실은 놀라운 사건이었다. 그로부터 4년이 흘러 이번에도 일본과 미국이 결승전에서 만났다. 묘한 운명이었다.
그런데 너무나 일찍 그 결과가 결정났다. 그 중심에 미국의 공격형 미드필더 칼리 로이드가 우뚝 서 있었다. 경기 시작 후 3분도 안 되어 번뜩이는 그녀의 골 감각이 빛났다.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벌칙구역 밖에서 달려간 로이드가 반 박자 빠른 왼발 바깥쪽 슛으로 일본 골문을 갈랐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2분 뒤에 오른쪽 측면에서 얻은 프리킥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로이드는 골문 바로 앞으로 흐른 공을 따라 움직이며 침착하게 오른발 밀어넣기를 성공시켰다. 5분도 안 되어 내리 두 골을 얻어맞은 일본 선수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렇게 일찌감치 승기를 잡은 미국 선수들은 14분에 시원한 추가골을 터뜨리며 우승의 절대적인 조건을 갖추었다. 일본 수비수가 잘못 걷어낸 공을 미드필더 홀리데이가 멋지게 오른발 발리슛으로 꽂아넣은 것이다. 웬만한 남자축구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명장면이었다.
그리고 2분 뒤에 칼리 로이드의 해트트릭이 완성되었다. 중앙선 부근에서 시작된 역습 기회에서 공을 잡은 로이드가 선을 넘자마자 장거리 슛을 날린 것이다. 일본 골키퍼 가이호리가 약간 앞으로 걸어나와 있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로이드의 슛이 그렇게 정확한 것은 아니었지만 뒷걸음질하는 가이호리가 넘어졌고 공은 그녀의 손끝을 스치며 골문으로 굴러 들어갔다. 단 16분만에 만든 해트트릭 순간이었다.
미국 여자축구, 월드컵 트로피 세 번째로 품다절묘하게도 로이드가 16분만에 해트트릭을 만들어내며 점수판은 4-0이 되어버렸다. 마치 미국 여자축구가 16년만에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것이라고 예고하는 듯했다.
이에 일본의 노리오 사사키 감독은 전반전도 끝나기 전에 교체 카드를 두 장이나 썼다. 벤치에서 대기중인 간판 골잡이 사와를 33분에 들여보냈고 39분에 스가사와까지 들여보낸 것이다. 5분 전에 오기미 유키의 아름다운 왼발 슛 만회골이 터졌기 때문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것이다.
그 효과가 후반전 초반에 빛났다. 52분에 프리킥 세트피스 기회에서 캐나다 수비수 존스톤의 자책골을 이끌어내며 2-4까지 따라붙은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뒷심은 그로부터 2분을 버티지 못했다.
54분에 미국의 쐐기골이 터졌다. 이번에도 세트피스 기회를 잘 살린 것이었다. 여자축구에서 세트피스의 비중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분명하게 입증하는 결승전이었다. 왼쪽 코너킥 세트피스 기회에서 넘어온 공을 모건 브라이언이 오른쪽 끝줄 앞에서 침착하게 밀어주었고 토빈 히스가 오른발 돌려차기를 깨끗하게 성공시켰다.
일본 벤치에서는 59분에 오노 시노부를 빼고 이와부치 마나를 들여보내며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지만 미국의 수비벽을 더 이상 허물지는 못했다.
이로써 미국은 4년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일본과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분루를 삼킨 기억을 기분 좋게 씻어내고 말았다. 독일과 나란히 서 있던 두 차례의 우승 기록도 넘어서서 최강의 실력자로 우뚝 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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